[한국의 스타트업]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스마트 TV‘올인’…“블루오션 찾았죠”
이미 작년에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금 서른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핸드스튜디오는 스마트 TV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TV는 필자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면서도 의문투성이인 분야였다. ‘사람들이 TV에 더 이상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스마트 TV에서 스마트한 것은 무엇일까.’ ‘스마트 TV의 미래는 뭘까.’ 이런 질문들을 안고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를 찾아갔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는 스마트 TV에는 과연 어떤 미래가 있는지, 지금까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등에 모아졌다.

한동대 경영학과 출신의 안준희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바로 국내 대형 은행에 입사했다. 부모님은 물론 동네 어르신들도 모두 기뻐했다고 한다.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때에 은행에 입사했으니 아는 사람들 누구라도 축하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는 은행을 6개월여 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너무 답답했어요. 제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 미련 없이 그만두고 나왔죠.” 이 정도면 그야말로 입사 원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나온 셈.



은행원에서 벤처기업가로 변신~
대기업을 뛰쳐나온 그가 간 곳은 한 중소 벤처 컨설팅 업체. 하지만 여기서도 1년 만에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는 표철민 대표의 위자드웍스에 입사했다. 위자드웍스에서도 그의 생활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자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다른 조직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위자드웍스에서의 생활은 의미가 있었다. 여기서 그는 홍윤선 수석을 만났고 그와 함께 핸드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된다. 이 밖에 안 대표는 위자드웍스에서 허정우 이사를 비롯한 여러 인재들을 만났고, 이들은 핸드스튜디오 창업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2년여 동안 세 군데의 회사를 거쳐 창업에 나선 안 대표가 창업에 도전하던 2010년 초반은 아이폰과 앱스토어가 뜨거운 화두가 되던 시절이었다. 너도나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관련 사업을 시작하던 때, 그는 뜬금없이 스마트 TV 앱 개발을 표방했다. 안 대표에게 이유를 묻자 “그 당시 생각했을 때 앱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이미 레드오션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는 TV로 시작하자’고 결정한 거죠.”

그래도 대체로 대세를 따라가게 마련인데, 왜 있지도 않은 분야에서 시작했을까. “사업을 하면 6개월 내에 손익분기점(BEP)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투자를 계속 받아가면서 하는 사업 모델보다 직접 돈을 벌면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본 거죠. 그러려면 경쟁자가 너무 많은 분야는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이고요.”

그러면 그는 TV에서 충분히 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가 사업을 시작하던 무렵에는 스마트 TV란 말은 물론이고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 스마트 TV가 아니라 인터넷 TV라는 것을 제조사들이 막 출시하던 때였어요. 어쨌든 스마트폰 쪽 앱 개발은 너무 많은 업체가 있는 것 같아 힘들 것 같았고 TV로 방향을 잡았는데 때마침 삼성전자에서 3월 1일 인터넷 TV를 출시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2010년 2월 창업한 안 대표는 홈페이지에 ‘인터넷 TV 콘텐츠 개발’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사업을 스마트 TV에 맞춰서 할 수는 없었다. 외주 제작을 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용 앱을 간간이 제작하기도 하면서 몇 개월이 지났다.

인터넷 TV란 이름은 금세 없어졌다. 곧 ‘스마트 TV’란 말이 생겨났다. 삼성을 비롯해 핸드스튜디오로 연락하는 업체들이 늘었다. 2010년 5월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협력 업체로 선정됐고 그해 6월 삼성의 스마트 TV에 들어가는 ‘헬로코치(Hello Coach)’ 앱을 출시했다. 핸드스튜디오로서도 첫 시도였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국내에서는 별로였어요. 그런데 해외에서는 반응이 좋았죠. 유럽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유럽의 반응을 보면서 이 분야의 앱을 계속 만들 수 있는 동력도 생겼고 다른 제조업체들의 시각도 달라지기 시작했죠.”
[한국의 스타트업]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스마트 TV‘올인’…“블루오션 찾았죠”
이렇게 시작된 핸드스튜디오의 스마트 TV 앱 개발은 이후 200개가 넘는 앱을 만들 정도로 확장됐다. 그는 처음에 생각한 자신과의 약속(6개월 내에 BEP를 맞추겠다고 하는 것)을 지켰을까. 놀랍게도 그의 말은 실현됐다. 그는 6개월 내에 BEP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직원도 계속 늘었다. 작년에 핸드스튜디오는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30억 원의 매출. 창업 3년 차 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매출임에는 분명하지만 앱을 200개나 만든 회사가 올린 매출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허탈한 느낌이 없지 않다. 안 대표는 “대부분 “B2B로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이 매출도 전부 앱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왜 그런지는 사실 필자나, 안 대표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 TV에서 앱이란 것을 애당초 쓰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핸드스튜디오가 그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는 게….

그러면 사람들은 왜 스마트 TV에서 앱을 쓰지 않을까. 아마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당장 집에 가서 TV를 켜고 보면서 앱을 다운로드 받아 인터넷 검색을 한다든가, 뭔가 다른 콘텐츠를 찾아본다든가, 게임을 하든가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거의 없다. 2011년이었던 것 같은데, 한 전자회사에서 일하는 분이 찾아와 스마트 TV에 대해 여러 설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설명을 듣고 나서 딱 한마디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전에 리모컨이나 좀 제대로 만드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TV에 새로운 변화가 몰려온다?
무엇보다 스마트 TV라는 것 자체가 뚜렷한 개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독자적인 가치는 없는 채 스마트폰에서 이름을 차용, 화면만 키워 놓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 역시 이런 지적에 수긍했다. 물론 그 자신도 오랫동안 그런 이유로 고민하고 있었다. ‘스마트 TV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하는가, 핸드스튜디오는 무엇을 해야 하나.’

안 대표는 답을 찾았을까. 그가 명확한 답을 발견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가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길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안 대표는 “지금 우리가 보는 그런 스마트 TV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애초부터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시작된 게 지금의 스마트 TV다.

그러면 어떤 스마트 TV가 나올까. 안 대표는 “스마트 TV의 콘텐츠는 방송과 연계돼야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힌트를 준 셈이지만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내놓은 이른바 3세대 스마트 TV는 과거의 단점을 많이 보완했다. 그야말로 리모컨도 많이 개선됐고 화면을 보는 방식도 앱을 다운받는 것에서 패널을 넘겨가며 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보기엔 이 역시 불편하고 본질적인 개편은 아닌 것 같다.

안 대표는 스마트 TV 시장에 본질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핸드스튜디오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셈. 그 시점은 올해 가을께, 9월에서 10월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TV는 그저 디스플레이에 불과하다는 것, 여기에 아무리 복잡한 기능을 넣어도 소비자들은 피곤해한다는 것. 그것을 가전업계도 알았고 앱 개발사들도 알게 됐다. 이제 어떤 변화가 오게 될까. 아마 그 변화는 TV 자체에 새로운 기능을 넣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TV를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방식의 경험을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TV 시청 자체에 소비자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하는 한편 TV를 데이터나 다른 기기와 연동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로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겁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