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도 금융 상품으로

우리나라 거액 자산가의 선호도가 높은 자산은 ‘부동산’이다. 주식·채권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투자 수단이라는 점도 영향을 줬겠지만 과거에 부동산으로 부를 형성한 자산가가 많다는 점도 이에 일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자산시장 흐름을 보면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시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즉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투자하는 수요는 많이 줄어든 반면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수단은 상가와 중소형 빌딩이다. 상가나 중소형 빌딩에 투자할 때는 공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수 경기가 부진하다 보니 임차인을 구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폐업 등으로 계약 기간 중에 임대차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지는 곳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임대차 시장의 상황이 어렵지만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가와 중소형 빌딩에 대한 자산가들의 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결국 신규 매수자의 경우 상가와 중소형 빌딩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임대 수익률이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는 공실이 발생한 상가와 중소형 빌딩을 쉽게 볼 수 있다. 임대 수익률도 세전 3~4%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투자 방법이 바로 ‘리츠(REITs)’다. 리츠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종의 부동산 펀드다. 부동산 펀드에는 임대형·개발형·대출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에게는 임대형이 가장 적합하다. 리츠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개인이 투자하는 것에 비해 큰 장점이 있다.

우선 개인이 투자하는 것에 비해 훨씬 좋은 입지의 규모가 큰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 혼자서 투자하려면 몇 억 원이나 몇 십억 원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리츠를 통해 투자할 때에는 몇 백억 원 이상의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입지의 대형 오피스 등은 상가나 중소형 빌딩에 비해 안정적인 임대를 기대할 수 있다. 5~6% 수준의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임대가 이뤄지고 금융 위기 등으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빨리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주식으로 치자면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소액으로 ‘블루칩’ 빌딩도 투자 가능해
게다가 리츠를 통해 부동산을 관리하기 때문에 임대차 관리, 건물 유지·보수 등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상가 등에 투자했을 때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츠는 편리함을 더해 줄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리츠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만기가 정해져 있다는 점과 리츠 청산 시점에 부동산을 매각해 원금을 회수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 다양한 리츠가 출시되거나 준비되고 있다. 리츠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라면 투자하려는 리츠가 매입하려는 부동산에 대한 분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부동산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지’가 어떤지는 물론이고 해당 지역의 임대 시장 동향도 중요한 의사 결정 요인이다. 부진한 경기와 부동산 시장 동향을 감안한다면 과다한 공급으로 공실 위험이 커진 도심권이나 여의도 지역보다 강남권 대로변의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것이 유망해 보인다.


김진호 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 PB팀장 jinho5993.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