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성장 속도에 고민하는 창업 7년 차 가구 회사 대표

[신현만의 CEO 코칭] 저성장 시대, 조급함이 참사 부른다
Q 우리 회사는 설립한 지 7년 정도 되는 가구 회사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해 창업했는데, 창업 당시엔 회사가 금방 커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매년 회사가 성장하긴 하지만 성장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업종을 잘못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경영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회사는 제가 꿈꾸는 회사와 거리가 너무 멀어 답답합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기업들을 보면 창업한 지 몇 년 만에 기업공개를 하거나 매출액이 몇 백억 원대에 이르는 곳이 적지 않더군요. 너무 막연한 질문이겠지만 어떻게 해야 회사의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까요. 더디게 커가는 회사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A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창업할 때는 사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언론 등을 통해 주로 성공적인 창업 사례를 접하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창업해 큰 기업을 일구기까지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 상황들, 그리고 창업해 성공하는 비율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사업을 일으키고 회사를 세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가 7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 일단 창업에 성공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귀하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장이 더디다는 점이죠. 요즈음은 많이 줄긴 했지만 1990년대 후반을 전후해 벤처 붐이 일 때만 해도 창업한 지 2~3년 만에 기업을 공개하거나 매각해 큰돈을 번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소식에 자극받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문을 박차고 나와 창업 대열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해마다 몇 십%씩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게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사업 계획을 보고 큰돈을 내놓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사업 계획서를 짜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런 사업 계획서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10여 년 사이에 한국 경제가 저성장 경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1993~1997) 연평균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은 7.4%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2008~2012)의 경제성장률은 2.9%로 낮아졌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아직까지는 2%대의 성장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입니다. 글로벌 경제가 호전되면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이전처럼 고성장을 구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의 경영전략도 이런 저성장을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합니다. 더 이상 ‘대박’은 없다고 보고 저성장 기조에 맞게 사업 계획을 세우고 경영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깁니다. 국가 경제가 기본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과거처럼 급성장을 기대하며 투자를 늘리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최근 그룹이 해체된 STX·동양·웅진 같은 그룹들은 모두 2000년대 이전 고도성장 시절의 경영전략을 구사하다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시장이 정체돼 있거나 축소하고 있는데도 계속 커질 것으로 잘못 판단해 투자를 늘렸다가 낭패를 본 겁니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선 급격하게 투자를 확대하는 게 매우 위험합니다. 귀하의 답답한 심정은 이해되지만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귀하 회사의 주력 상품인 가구는 어떤가요. 시장이 정체돼 있거나 축소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답답하더라도 지금 같은 더딘 성장이 정상적인 것이고 안정 성장을 추구하는 게 옳은 방법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성취를 즐기고 성과 지향적인 기업인들에게 조급증은 매우 위험한 존재입니다. 기업과 제품에 브랜드가 생기고 단골손님이 만들어지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참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향을 틀고 좌충우돌하다가 별것 아닌 비바람에 사업이 통째로 뿌리째 뽑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바보처럼 우직하게 기다리는 게 최선의 방책일 수도 있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소처럼 더디게 걸어야 먼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른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기초 체력 기르고 해외로 눈 돌려야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을 겁니다. 우선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해외시장 진출입니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기로 접어들었을 뿐이지 전 세계가 모두 저성장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과 글로벌 시장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해외에 있는 시장을 공략하면 귀하 회사의 성장 속도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고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해외시장 개척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 비용과 시간만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강해져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도 활발합니다. 성공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귀하의 회사도 지금부터라도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보십시오.

두 번째는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기초 체력이 커지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면 경쟁력이 뒤진 기업들은 도태됩니다. 그들이 떠난 시장은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강한 기업의 몫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살아남은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해 왔고 역사적으로 그렇게 경쟁에서 이긴 기업들이 조금씩 영토를 넓혀 왔습니다. 또 기초 체력이 강하면 연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신규 사업 진출도 쉬워질 것입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인재 투자는 단기 성과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입니다. 따라서 단기 성과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실무자들에게 맡겨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진두지휘해야 합니다.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과 디자인 개선을 통해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원가를 절감하고 비효율적인 조직과 사업을 없애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매출은 크게 늘지 않을지 몰라도 영업이익이 증가해 기업의 체력이 개선됩니다. 저성장 시대의 경영전략 중 하나는 매출이 아니라 이익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이익이 늘어나면 제품 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기술 개발에 더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익이 많이 쌓이면 신규 사업 진출이나 M&A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과 관련해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인재에 대한 투자입니다. 사업은 인재의 합이고 사업의 크기는 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에 따라 기술 개발이나 상품 기획 등도 중요하지만 영입과 교육 훈련을 통해 뛰어난 인재를 확보해야 합니다. 우수한 인력의 확보는 기업의 체력을 키우는 기본이자 지름길입니다.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그리고 영위할 사업에 필요한 적임자들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런데 이 문제는 최고경영자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인재 투자는 단기 성과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입니다. 따라서 단기 성과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실무자들에게 맡겨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진두지휘해야 합니다.

기업 경영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지나치게 결과에 집착하는 겁니다. 회사의 성장이 더뎌 답답하겠지만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귀하가 원하는 회사와 거리가 많이 좁혀져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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