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정책 ‘한계’…코스피 매력 커져

3월 초 주식시장의 불안 요소였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군의 철수로 일단 잠잠해졌다. 여기에 3월 5일 개막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전년과 동일한 7.5%와 3.5%로 제시해 주식시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유럽 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달러화의 강세 가능성이 높지 않아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큰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금융시장에 테이퍼링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달러화의 강세 움직임은 테이퍼링 시기 중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테이퍼링은 1년여에 걸쳐 완만히 이뤄지고 있다. ECB·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추가적인 양적 완화를 펼 가능성이 낮다. 또한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유동성 팽창이 나타난다면 미국의 유동성 축소 효과를 상쇄하는 달러화 약세 모멘텀이 될 수 있다.

Fed와 ECB의 정책을 비교해 보면 달러 강세가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Fed는 테이퍼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월간 65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진행 중이다. 반면 ECB는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으로 시중에 공급했던 유동성을 회수하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통한 통화 완화를 실행하고 있지 않다.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통화 완화 강도는 유로존보다 미국이 강한 상황이다.
[투자의 맥] 주식시장, 포스트 미국은 어디일까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로 ECB가 양적 완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유로존 경기 및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경기 여건상으로도 미국 경기는 회복의 강도가 다소 둔화되는 반면 유로존 경기는 조금씩 회복이 빨라지는 단계다.


테이퍼링에도 달러화 오르지 않을 듯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 정책은 한계에 부닥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국채 발행 물량 중 BOJ의 매입 비중이 과도한 상황에서 BOJ의 추가적인 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 또한 추가적인 엔화 약세는 경상수지 적자 확대, 마이너스 실질금리에 따른 국채 투자자 이탈 가능성 등 부작용을 낳을 여지도 크다. 일본이 당면한 비용과 편익을 고려했을 때 BOJ는 현 수준의 엔·달러 환율을 유지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BOJ의 엔화 약세 유도 정책이 실시된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J-커브 효과(일정 시기가 지난 후 양적 완화의 효과가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현상이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에너지 수입 금액 증가 때문이지만, 이 밖에 일본 내 산업들의 해외 생산 비중 확대라는 구조적 측면 또한 커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엔화 약세는 수출 물량 증대 효과가 미약한 반면 수입 금액 증가 효과는 큰 결과를 가져와 오히려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일본은 월평균 마이너스 0.3%의 디플레이션을 겪어 온 반면 일본 장기국채(10년물) 금리는 평균 1.4%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BOJ의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정책에 힘입어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1월 현재 1.4%까지 상승한 반면 장기국채 금리는 0.6% 수준까지 하락했다. 결국 BOJ의 추가 자산 매입은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BOJ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 Fed의 완만한 테이퍼링과 ECB의 통화정책을 고려하면 당분간 달러화 강세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일본 BOJ도 추가 양적 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뉴욕 증시에서 벗어나 포스트 미국 시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 주식시장은 미 Fed의 제3차 양적 완화 기간에 크게 소외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고 글로벌 경기 회복 수혜가 크다는 점에서 포스트 미국 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