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사라진 세계’
[Book] ‘리더가 사라진 세계’ G 제로(글로벌 리더십 진공 상태) 시대의 도래
이언 브레머 지음ㅣ박세연 옮김ㅣ다산북스ㅣ356쪽ㅣ2만2000원

주요 2개국(G2) 시대는 일찌감치 팡파르를 울렸지만 현실에서 실감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서 헤어나느라 여념이 없고 중국 역시 내부 개혁이 우선이다. 기후변화나 핵무기 확산 억제처럼 국제 공조가 필요한 논의 사항에 대해 그 어느 강대국도 주도적으로 나서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자는 G2의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G 제로(0)’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권 국가에서 이제 세계 최대의 채무 국가로 추락했고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개발도상국에 가깝다”며 “세상은 글로벌 리더십의 진공 상태를 맞이했다”고 말한다. 이는 유럽은 길을 잃었고 G7(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시대는 저물었으며 새로운 협력 체계로 한때 기대를 모았던 G20도 무력하긴 마찬가지라는 근거에서다.

이 같은 무극(無極) 체제에서 ‘모든 국가는 스스로를 위해(Every nation for itself)’ 모든 정책을 세워야 한다. 기업들도 오랜 경쟁 상대와 손을 잡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달라진 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생존 능력이 강한 국가와 기업만이 승자가 되는 시대다.

저자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국가와 기관들은 G 제로 시대의 패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전 같은 권위가 사라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이 그렇다. 멕시코나 우크라이나처럼 강대국의 그림자에 숨어 있는 나라들도 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다.

G 제로 시대의 승자는 두 종류다. 여러 국가들과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맺은 ‘중심축 국가’와 핵무기나 천연자원을 무기 삼아 강대국의 비호를 받는 ‘문제 국가’들이다. 저자는 브라질·터키·아프리카 국가들이 전자, 북한·미얀마·이란 같은 나라들이 후자라고 분류했다.

이런 국제 환경에서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달라진 경쟁 환경에 적응하거나, 정부가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에 특화되거나, 국제 기준과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뉴욕대 교수이면서 국제 정치·외교·안보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다. 현재 주요 국가들이 겪는 문제와 국제 관계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사이버 전쟁과 테러, 기후변화, 식량난 등 국제 공조가 필요한 사안과 문제점도 광범위하게 다뤘다. 경제문제에서 비롯되는 외교 문제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이데올로기’
인류가 만든 가장 창의적인 역설
[Book] ‘리더가 사라진 세계’ G 제로(글로벌 리더십 진공 상태) 시대의 도래
김광현 지음 | 열린책들 | 480쪽 | 2만2000원

세상에는 우파와 좌파 같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학과 기호학을 전공한 이 책의 저자 김광현 대구대 교수는 “우리의 형태를 결정하는 사고방식과 가치관 그리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라고 이데올로기를 정의하고 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 보이는 것 모두가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 아름다움과 성·종교·소비·여성성·대중음악과 같은 문화적 구성 요소조차 이데올로기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사고방식·관념이라면 모두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가 이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문화 현상 속에 내재돼 있다면 문화가 변하듯이 이데올로기도 변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이데올로기가 영원하고 불변하는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화 이데올로기 중 ‘성’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한 번 들어보자.

‘성’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성에 대해 관대했고 자유분방했다. 그 연장선에서 동성애조차 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기독교가 가치를 독점하는 시기였던 중세에 ‘성’은 죄악이었다. 기독교의 이데올로기는 금욕을 최대의 가치로 여겼다. 이런 관점은 20세기 중반까지 남아 있어 동성애를 범죄로 여겨 형무소에 수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르자 성은 해방의 대상이 됐다. 지금은 어떤가. 많은 국가에서 동성 결혼도 허용하고 있는 현실이니 성에 대한 관념이나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성은 그 시대의 상위 이데올로기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저자는 모든 이데올로기에는 생존이라는 개념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생존 조건이 변하면 이데올로기도 따라 변한다고 본다. 즉 생물학적 존재인 우리 인간에게 생존은 번식과 아울러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인생을 사는 우리 인간은 이데올로기가 변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지금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것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이데올로기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우리 스스로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알고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하나의 가치에 매몰돼 있으면 우린 그것에 노예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가치가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우린 그 이데올로기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기업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
[Book] ‘리더가 사라진 세계’ G 제로(글로벌 리더십 진공 상태) 시대의 도래
미국 거대 기업들은 미국 수정헌법의 퍼슨(person) 개념에 법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소송을 제기했다. 마침내 1886년 ‘기업이 인간이다’라는 판례가 나온다. 이 판례 덕분에 미국은 로비스트의 천국이 된다. 기업도 인간이라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라디오 토크쇼 ‘톰 하트만 프로그램’, TV 시사 프로그램 ‘빅 픽처스’ 등을 제작, 진행하는 저자 톰 하트만은 “기업의 법인격을 무효화하는 것이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되찾고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거대한 비전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톰 하트만 지음 | 이시은 옮김 | 어마마마 | 460쪽 | 2만 원



정년 60세 시대 인사관리


[Book] ‘리더가 사라진 세계’ G 제로(글로벌 리더십 진공 상태) 시대의 도래
2016년이면 ‘정년 60세 시대’가 열린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추세에 시기적절한 입법화였지만 근로자·기업·정부 등 이해관계인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다소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이 책은 실제적 연구 과제를 기반으로 정년 6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지침과 과제를 제시한다. 책은 인력 운영과 인사 제도 두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 연구 결과를 담고 있으며 정년 65세 연장의 법제화 과정을 밟고 있는 일본의 사례도 담았다.

안종태 외 8인 지음 | 호두나무 | 472쪽 | 1만8000원



약자를 위한 경제학
[Book] ‘리더가 사라진 세계’ G 제로(글로벌 리더십 진공 상태) 시대의 도래
저자는 과도한 불평등이 경제 위기를 가져온다면서 1929년과 2008년 빈부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을 때 경제 위기가 닥쳤다고 지적한다. 부자 감세, 비정규직 확대, 민영화 등 친기업 정책이 소수에게만 부를 집중시키고 시장의 투기와 과열을 불러와 경제의 안정성을 해친다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비용 절감의 목적으로 감원과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기업은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위에서는 손해를 보고 아래에서 이득을 보는 ‘손상익하’의 경제가 종국적으로 더 건강한 경제 시스템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정우 지음 | 개마고원 | 304쪽 | 1만6000원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