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공동 기획 소프트웨어를 말하다③ 김홍태 테크그룹 대표

[포커스]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이 보안 해결의 지름길이죠 ”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가 불법 복제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면서 국내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체가 있다. 김홍태 대표가 이끄는 테크그룹이다.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2012년 156억 원, 2013년 76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회사 창업자이자 오너이면서도 ‘세일즈맨’으로 더 유명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3년 반 만에 ‘아시아 톱 세일즈맨’으로 인정받았고 1998년 테크데이타 창업 이후 자회사인 테크그룹으로 확장하기까지 회사 내 ‘넘버 1’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주얼·보이스·버캐뷸러리(어휘) 등 3B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비주얼과 보이스는 하드웨어이고 버캐뷸러리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만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이사진으로 활동하며 업계 대표 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테크그룹은 어떤 회사입니까.
1998년 테크데이타를 설립했어요. 창업 이후 꾸준히 우상향 성장을 하고 있고 매년 매출이 10~20% 늘고 있습니다. 테크데이타는 국내외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맞춤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유통 전문 회사로, 주로 대규모 기업 고객을 상대하죠. 테크데이타의 자회사인 테크그룹은 2011년 설립됐습니다. 테크데이타가 직판이라면 테크그룹은 총판 역할을 합니다. 정부, 정부 투자 기관, 지자체 등 공공 부문 쪽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서비스·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고 70% 정도는 조달청을 통해, 30%는 파트너들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테크데이타는 전문 최고경영자(CEO)에게 맡겨 두고 지금은 테크그룹 대표로서 이곳 성장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생길 당시 1988년에 입사해 10년 동안 근무한 후 파트너 회사로 창업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벤더(vender:공급 회사)이고 우리가 디스트리뷰터죠. 공인 라이선스 파트너(LAR) 및 총판으로서 라이선스 제품을 제공받아 기업 고객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윈도 기반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서비스 및 솔루션을 우리가 개발해 공급하기도 합니다. 전문 엔지니어들이 컨설팅이나 기술 지원도 하는데, 고객 요구 사항에 맞게 솔루션을 개발해 주는 작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창업하셨군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실감했죠. 외환위기를 겪는 시기에 회사를 나와 창업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오히려 유리한 면들도 있었습니다. 창업하기 위해선 먼저 인재가 필요한데, 실직자가 많아 함께 일하자고 하면 두 손 들고 환영하니 좋은 사람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또 창업비용이 적게 들었죠. 임차료도 싸고 가구도 50%씩 할인해 판매하던 시기이니까요. 많은 회사들이 자금 문제로 문을 닫던 시기에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경쟁 우위에 올라갔다고 할까요. 특히 IMF 관리체제 이후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기 시?徘煞?1999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쳐 대규모 불법 복제 단속을 실시하면서 정품 사용 빈도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정품 사용률이 20%도 안 되는 소프트웨어 후진국이었다면 점차 클린한 세상으로 바뀌면서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었죠.


불법 복제와 관련해 달라진 환경을 실감하십니까.
지금은 글로벌 기업일수록, 대기업일수록 정품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낮고 개인은 더 낮은 수준이죠.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은 개인 사용자도 대부분이 비용을 지불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개인 사용자들이 오피스를 사서 쓰는 경우가 적죠. 그래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시장이 일본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 비즈니스인데, 매출이 크게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죠. 뒤집어 얘기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국민적인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돈을 지불하지는 않더라도 불법 사용에 대한 죄의식이 생겼다고 할까요. 이전에 비해 많이 조심스러워졌죠. 기업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에 대한 인식이 필수입니다.


여러 경쟁사가 있을 텐데,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테크데이타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부문 파트너 중 1위이고 테크그룹은 공공 총판으로 조달청에 등록한 유일한 회사입니다. 거의 독점적인 공공 총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988년 매출이 10억 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70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는데, 우리도 함께 성장했죠. 마이크로소프트의 로드맵에 맞는 사업 구조와 성장을 일으켜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으니 잘 이해할 수 있었죠. 올해는 태블릿 PC 시장과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고 그에 맞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이선스 비즈니스는 이미 검증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 변별력은 없습니다. 그 대신 컨설팅과 솔루션에 차별화를 줘야 합니다. 우리의 경쟁 우위는 기술력에 대한 차별화입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잘 대응하는 것,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에도 남다른 힘을 기울이신다고요.
제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올 즈음에는 ‘세일즈의 넘버 1이다’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표이사지만 지금도 영업을 열심히 하고 있죠. 외부에서도 강의를 많이 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와 별개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 가보면 공대 출신이거나 IT를 전공한 사람은 30%가 채 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재는 교육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고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을 어떻게 실시하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테크데이타가 16년 동안 매출과 직원 수가 꾸준히 성장했는데 그 비결은 교육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는 테크데이타 출신이 여럿 있습니다. 차장·부장도 있고 전무도 있죠. 또 국내 굴지 대기업에서도 테크데이타 인력을 많이 데려갔습니다. 저도 실력만 되면 추천해 보내주면서 더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하고 있죠. 처음엔 우리 인재가 빠져나가는 게 아까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옮긴 직원들이 회사에 여러 모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면서 윈-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계 대표 주자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개선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한 하청 업체가 될 것입니다. 그 하청마저도 중국에 빼앗기는 상황이 오고 있죠. 위기의식을 갖고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소프트웨어 정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셋째, 소프트웨어를 제값 주고 사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최신 버전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또 최근 문제되고 있는 보안 이슈에서도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