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미분양 엉터리 집계, 전담 인력·조직 '부실'

통계 홀대하는 국토부…해명도 '무성의'
국토교통부의 터무니없는 통계 오류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의 통계 오류는 잊을 만하면 재발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국토부가 지난 10월 26일 공개한 ‘2015년 9월 주택 미분양 통계’였다. 이날 국토부는 김포시 미분양이 8월 말과 같은 238가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틀 후인 10월 28일 경기도가 전혀 다른 통계 결과를 내놓았다.

경기도는 김포시에 ‘김포 에일린의 뜰’, ‘김포 풍무 푸르지오’, ‘한강신도시 2차 KCC스위첸’ 등 총 1694가구가 미분양 상태라고 발표했다. 국토부와 경기도 통계 오차는 무려 1456가구에 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의 미분양 수치는 반대로 ‘뻥튀기’ 됐다. 실제 1684가구의 미분양 가구 수를 국토부는 2285가구로 늘려 발표했다. 지자체에서 미분양 통계를 수기로 집계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었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국토부 통계의 신뢰성에 금이 가 버렸다.

잘못된 분석·진단 양산 원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미분양 통계는 건설사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수치를 받아 오류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집계 과정에서 누락된 것은 통계 업무의 불성실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더 큰 문제는 국토부의 통계 오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지자체 수기 집계 방식이다 보니 오류가 있었던 것”이라며 “다른 통계들은 오류 지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통계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토부는 올 초 전월세 비율을 잘못 발표해 홍역을 앓기도 했다. 지난 1월 13일 국토부는 ‘기업형 주택 임대 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 혁신 방안’ 발표 시 ‘2012년 월세 비율이 49.9%, 전세 비율이 50.1% (2012년 주거 실태조사 인용)’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달 23일 발표한 ‘2014년 주거 실태 조사 주요 지표’에서는 2012년 월세 비율을 50.5%, 전세는 49.5%라고 수정했다. 열흘 사이 쏟아져 나온 다양한 시장 분석과 전망들은 ‘3년 전에는 월세 비율이 전세 비율을 앞지르지 못했다’는 잘못된 통계 때문에 엉터리 진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1년 전에는 똑같은 미분양 통계 오류가 문제가 됐다. 국토부는 ‘2014년 9월 미분양 통계’에서 강원 지역의 미분양 가구 수를 4890가구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사흘 만에 1630가구로 바로잡았다. 당시 국토부는 강원도 원주시가 계약이 시작되지 않은 한 단지의 전체 가구 수를 미분양 가구 수로 잘못 집계해 통계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통계는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다양한 연구와 정책 판단의 기초가 된다. 특히 정책 환경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통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국토부는 잇단 오류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와 지난해 2건의 미분양 통계 오류와 관련해 국토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해명은 구체적인 대안이 빠진 채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자 해명 자료는 ‘국토부는 미분양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산 시스템(HIS) 개편을 조속히 완료하고 지자체 공무원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음’, 1년 전인 2014년 10월 31일자 해명 자료에는 ‘국토부는 앞으로 통계의 신뢰성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 미분양 통계 전산 시스템 개편, 지자체 공무원 교육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음’ 등으로 거의 유사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아직 통계의 중요성을 많이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초 작업을 하는 산하 단체 등에 ‘통계 보내요’라고 말한 뒤 들어오면 그냥 받아쓸 뿐 검증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통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계 협의체 운영도 흐지부지

그는 “중앙 부처 업무 중 가장 약한 것이 개별 소관 부서의 통계”라며 “이번처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장관이라도 직접 나서면 하루 만에 달라지는 게 공무원 조직인데 아직까지 (장관에게) 그렇게 지시가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2013년 ‘제2차 장기 주택 종합 계획’의 일환으로 주택정책과가 중심이 돼 ‘부동산통계협의회’를 만들었다. 정책 결정의 기초가 되는 부동산 통계 조사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협의회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감정원·국토연구원 등 부동산 통계를 만드는 기관들이 참여했다. 통계의 체계적 관리는 물론 각 기관이 발표하는 통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당초 2014년 말까지 수립하려고 했던 ‘부동산 통계 종합발전계획’도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당시 협의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회의도 몇 번 진행하고 미니 책자도 만들었지만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됐다”면서 “지난해 주택정책과장이 바뀌고 의욕적으로 앞장섰던 A사무관도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A사무관은 “현재 협의회는 저보다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 계속 이끌어 나가고 있다”며 “통계의 중요성이 대두돼 협의체를 만들었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하 단체 등이 내는 통계까지 관리해야 하는 국토부로서는 인력이나 조직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통계가 단순히 몇 개월 농사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적어도 1차관 밑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나 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