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제는 달러 강세에 적응해야 할 시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단연 주목받고 있는 사안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다. 미국은 G2로 부상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선진국 중 유일하게 경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나라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신흥국은 물론 다른 선진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초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여전히 0.25%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고용 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오자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70%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몇 가지 사안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이 왜 기준 금리를 올리려고 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이번 금리 인상을 ‘금리 정상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재의 0%대 금리는 비정상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경쟁적인 양적 완화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러한 조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추후 다시 발생할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 정책 수단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이유로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국 경기의 회복 여부다. 지표를 통해 물가수준과 고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 위기 가능성 등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현재 내수 주도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고용 지표까지 개선된 상황을 금리 인상의 적기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저유가와 낮은 임금 상승률 등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미약하기는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에 미달하더라도 12월 초 발표되는 고용 지표가 기대 수준 이상이라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점뿐만 아니라 어떤 속도로 올릴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올릴 것인지도 중요하다.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인상 사례와 현재 세계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아주 완만한 속도로 점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금리 인상 폭도 3% 수준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달러 강세에 적응해야 할 시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70%
다음으로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크게 보면 대내외 금리 차 경로, 환율 경로, 수출 경로 등 세 가지를 통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4년 2월부터 1년에 걸쳐 기준 금리를 3%에서 6%로 올렸던 1차 금리 인상 시기와 2004년 6월부터 2년에 걸쳐 1%에서 5.25%로 올렸던 2차 금리 인상 시기를 현재 상황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가장 우려되는 국내 외국인 자본의 유출 가능성은 결론적으로 높지 않다고 본다. 1·2차 금리 인상 시기 모두 외국자본은 국내 채권을 순매수했고 주식은 2차 인상기에만 92억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외환 건전성과 관련된 지표를 보면 현재 외화보유액이 368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도 7.1%로, 1·2차 금리 인상 시기에 비해 월등히 양호한 상태다. 외화보유액에서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32.9%로, 2차 인상기의 27.3%보다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A등급 신용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들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를 비교해 보면 중국(3%)과 호주(1.9%)를 제외하고는 한국(1.8%)이 가장 높다. 이들 나라들의 평균이 0.8%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채권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환율은 1·2차 금리 인상 시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차 인상 시기에는 유로화와 엔화가 모두 강세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달러가 약세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반대로 일본과 유럽의 양적 완화에 따라 엔화와 유로화가 모두 약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정 부분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때문에 엔화와 유로화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가 더욱 강화되기 때문에 원화 역시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는 대미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신흥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엔저 지속에 따른 대일 가격 경쟁력 약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수출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금융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 경로와 수출 경로를 통해 실물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즉각적 금리 연동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질문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사안은 우리의 금리 수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느냐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여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1100조 원이 넘는 가계 부채를 포함해 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금리를 낮추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춰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고 지금도 금리 인하를 통한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11월 현재의 1.5%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러한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 환율도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외환시장의 수급 상황에 맞지 않게 환율 변동 폭이 커진다면 과도한 급등락을 예방하는 수준의 미세 조정을 해 나가는 정도의 정책 개입이면 족하다. 당분간 달러화 강세 기조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실물 부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선제적 노력이 요구된다.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총요소 생산성 제고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지식 재산 생산물 투자 확대(R&D)라는 점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위한 정부와 민간 부문의 소통, 대기업의 효율성과 중소 벤처기업의 혁신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기업 간 협업(collaboration)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