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전세가 월세 수익률 앞질러
주택 임대 시장에서 월세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15년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 임대 시장 중 월세 비율은 45.8%에 이르렀고 아파트 임대 시장에서도 월세 비율은 41.1%에 달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3년 전인 2012년 9월 월세 비율이 26.7%였던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14.4% 포인트나 그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에서 이처럼 월세 계약의 비율이 늘어난 것은 월세 수요의 증가라기보다 전세 물건이 없어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계약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임차인 중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은 89.1%이지만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은 10.9%에 그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년 투자수익률, 18.8% vs 28.4%
결국 시중에 전세 물건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이는 임대인(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해서 생긴 현상이다. 기존에 전세를 줬던 사람도 전세 만기가 되면 월세 또는 반전세로 임대 형태를 바꾸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전세를 주면 손해라는 인식이 폭넓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전세를 주면 월세로 계약하는 것보다 손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몇 년간은 월세가 전세보다 이익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전세가 더 이익을 내고 있다. 이를 검증해 보자.
2년 전인 2013년 10월 월세를 끼고 투자한 김모 씨와 전세를 끼고 투자한 이모 씨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해 보자. 우선 김 씨의 투자 수익을 계산해 보자. 2013년 10월의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억6096만 원이었고 그 당시 월세 임대 수익률은 4.54%였으므로 올해 10월까지 2년간 임대 수익은 2371만 원에 달한다. 이때 월세 임대 수익률은 임대 보증금이 없다고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투자금은 그 당시 매매가인 2억6096만 원이다.
2년이 지난 2015년 10월 이 아파트를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2억8623만 원에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2528만 원의 시세 차익이 생기게 된다. 결국 김 씨는 2년 동안 투자해 임대 수입 2371만 원과 시세 차익 2528만 원의 합인 4899만 원의 수익을 거뒀고 이를 실투자금 2억6096만 원으로 나누면 2년간 투자수익률은 18.8%에 달한다(연간 투자수익률 9.4%).
이번에는 같은 시기에 전세를 끼고 투자한 이 씨의 수익률을 계산해 보자. 이 씨는 월세를 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 수입은 한 푼도 없고 시세 차익만 있다. 시세 차익은 김 씨와 같은 2528만 원이다. 수익이 더 적어 보이지만 수익률은 다르다. 처음에 투자할 때 전세를 끼고 투자했기 때문에 실투자금이 적게 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당시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 비율은 65.85%였기 때문에 매매가와의 차액 8912만 원이 그 당시 실투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년간 시세 차익을 이 실투자금으로 나누면 투자수익률은 28.4%에 달하게 된다(연간 투자수익률 14.2%).
놀랍게도 임대 수입이 한 푼도 없었던 이 씨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것이다. 이는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적은 실투자금으로 매매 차익 전부를 차지하는 전세를 낀 투자 방식의 장점이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아무 의심도 없이 이런 투자를 해 왔던 것이고 지난 몇 년간은 집값 상승률이 낮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것을 마치 자선사업을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면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것이 월세를 낀 것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은 이런 현상은 언제부터 발생했을까. 소급해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올해 5월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2013년 5월 이후에 투자한 사람은(그때 당시는 몰랐겠지만 2년 후에는) 전세를 끼고 투자한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전세는 세입자·집주인 모두 ‘윈-윈’
이번에는 세금이나 부대 비용을 포함해 계산해 보자. 2013년 10월 김 씨가 집을 샀을 당시 매매가는 2억6096만 원이었으므로 취득세는 매수가의 1.1%이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0.3%다. 2015년 10월 그 집을 매도했을 때도 부동산 중개 수수료 0.3%를 지급했을 것이다. 그러면 취득 당시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수가의 1.7%가 조금 넘는 비용이 들어간 것인데 그 후 재산세나 등기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매수가의 2%인 522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그럼 김 씨의 투자 수익은 세전 4899만 원에서 세후 4377만 원으로 감소하게 되고 투자수익률은 16.8%로 줄어들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이 씨의 투자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투자수익률은 세전 28.4%에서 세후 22.5%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세금이나 부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김 씨보다 투자 수익이 많은데 이런 현상은 올해 7월부터 발생했다.
이번에는 양도소득세까지 계산에 넣어보자. 양도소득세는 1가구 1주택자에게는 비과세다. 하지만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므로 이것도 감안해 보자. 김 씨나 이 씨나 양도소득세는 같다. 2년간 시세 차익 2528만 원에서 필요 경비 522만 원을 빼고 인적공제 250만 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1756만 원이다. 이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 및 지방소득세는 171만 원 정도 되므로 세후 수익은 1835만 원이다. 이를 실투자금으로 나누면 김 씨는 16.1%, 이 씨는 20.6%의 수익률이 나온다. 연간 수익률로 환산해도 각각 8.1%와 10.3%다. 양도소득세를 감안해도 전세를 낀 투자가 월세를 낀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올해 8월부터 발생했다.
정리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없는 1가구 1주택은 올해 7월부터,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다주택자도 올해 8월부터 전세를 낀 투자가 수익이 더 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전세라는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고유한 제도다. 세입자에게는 주거비가 가장 적게 들어가는 제도이기도 하고 집주인에게는 적은 자본으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전세라는 제도가 발전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러한 동맹 관계가 깨졌다. 수익을 내지 못한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로 전환하면서 세입자가 덩달아 전세난에 시달리게 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점차 정상화돼 가면서 시장에는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전세난은 점차 완화되게 된다.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주택자와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 그것이 바로 전세 제도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