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악재’로 주가 급락...위기의 퀄컴
세계 최대 모바일칩 제조업체인 미국의 퀄컴이 악재에 휩싸였다. ‘퀄컴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폴 제이콥스(53) 이사회 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11월 19일 나스닥 시장에서 퀄컴의 주가는 하루만에 10% 가까이 곤두박질쳐 4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011년 8월19일(46.72달러)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퀄컴의 주가가 이처럼 급락하는 데 한국이 치명타가 됐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 측에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지난 20여년 간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한국기업들과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동반 성장해 온 퀄컴으로서는 ‘뼈아픈 반격’이 아닐 수 없다.



제이콥스 회장은 퀄컴의 창업주인 어윈 제이콥스의 아들이다. 2005년부터 퀄컴의 최고경영자(CEO)로 역임하다 지난 2014년 4월부터는 이사회 회장직만 맡고 있다. 현재는 퀄컴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스티븐 몰렌코프가 CEO를 맡고 있다. 창업주인 아버지 시대부터 아들인 폴 제이콥스 회장에 이르기까지, 퀄컴이 성장하는 데는 한국의 역할이 컸다. 삼성, LG 등의 한국 제조업체들이 퀄컴의 원천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며 오늘날 퀄컴이 ‘특허 공룡’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 공정위 제재 땐 매출 3% 과징금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통신칩 개발에 나서며 한국과의 관계가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특허수수료의 부담이 커지면서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지난 2014년 퀄컴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에서만 2조원의 특허수수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난다. 퀄컴의 글로벌 매출 중 한국 비중은 16% 정도다. 중국 대만까지 더하면 그 비중이 84%까지 올라간다.


때문에 제이콥스 회장은 ‘한국과의 관계가 소원해 진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7월 ‘퀄컴 설립 30주년 한국 파트너십 25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제이콥스 회장은 국내 기술 스타트업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퀄컴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5G기술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연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제이콥스 회장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이번 조사 결과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퀄컴은 표준특허 사용권을 이유로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업체들로부터 통신칩이 아닌 스마트폰 가격을 기준으로 5% 특허수수료를 받아왔다. 만약 공정위가 예정대로 내년 초 열리는 전원회의를 통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관련 매출의 3%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기는 수순에 돌입한다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 중국 대만 등도 같은 혐의로 퀄컴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퀄컴은 지난 2월에도 중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규제당국과 특허사용료 과다 청구 조사에 따라 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납부하기로 한 바 있다. 퀄컴은 지난 1년간 주가가 20% 가량 하락하고 매출과 수익도 대폭 감소하는 등 실적악화에 시달려왔다.

폴 제이콥스 회장 약력

1962년 출생. 2000년 퀄컴 부사장. 2005년 퀄컴 CEO 2009년 퀄컴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