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 주요 대학의 경영대학 트렌드는 ‘창업’이었다.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한양대·숙명여대·인하대 등 6개 대학은 지난해 10월 ‘기업가센터’ 합동 출범식을 갖고 대학생 창업 지원 활동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아이디어 발제부터 창업에 이르기까지 창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민간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관)와 손잡은 대학도 나오는 등 지난해 대학가 내 창업 열풍이 뜨거웠다.

올해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길러 내는 경영대학의 올해 트렌드를 살펴보자.
‘사회’의 재발견…윤리과목·공헌활동 강화
연세대, 사회공헌컨설팅 강좌 개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시대다. 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 부재로 발생하는 사고가 기업을 넘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발맞춰 일부 경영대학에선 사회적 책임 의식을 기를 수 있는 강좌를 새롭게 개설했다.

‘2015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연세대 경영대학은 올해 ‘사회공헌컨설팅’ 강좌를 처음으로 열었다. 기업가로서의 윤리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책임 의식을 일깨우자는 취지에서 개설한 것이다.

사회공헌컨설팅은 지역단체에서 주관하는 지역 발전 사업 중 경영학적 지식 공유가 필요한 사업을 선정해 지역 주민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지원한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키우고 지역단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받는 시너지를 창출한다.

올해 연세대 경영대학 학생들은 서울 시내 지역 자활센터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했다. ‘우리동네자전거포’ 1호점과 2호점 매장의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외식 사업인 ‘맛드림사업단’의 매출 증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더마실 카페사업단과는 자활 사업으로서의 카페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구수미누룽지사업단과는 누룽지 과자의 영업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사회적 기업인 ‘다솜도시락’의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 한편 아로마 제품의 주요 타깃 고객을 설정, 핸드메이드사업단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연세대 경영대학은 사회공헌컨설팅이 단지 일회성에 머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광역자활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컨설팅 업무를 지원해 준 업체와의 운영 지속성과 연속성도 확보했다.

‘2015 전국 경영대 평가’ 5위에 오른 서강대 경영학부는 일찌감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 교육’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인간과 사회를 위하는 실천적 경영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삼고 교과·비교과를 통해 학생들의 윤리 및 사회적 가치에 대한 교육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기업과 사회 : 비즈니스앤드비욘드(Business and Beyond)’라는 필수 과목을 개설했다. 학생들이 강의를 통해 경영을 기업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의 입장에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시장·정부·근로자·소비자·환경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에 대해 교내외 인사를 초청, 강의를 듣고 소그룹별 토론을 통해 사회적 가치 추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또한 기업 윤리 과목을 학부 선택 필수 과목으로 정하고 지속가능금융·금융투자산업의 이해·벤처와 금융시장·아시아 마케팅·산업분석연구 등의 신규 과목도 열었다.

교과 과목 개편 이외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국내 사회적 기업에서 직접 경험하는 사회적 기업 인턴십, 해외 유명 대학에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교육받고 실제 경영 계획을 작성하는 글로벌 현장 탐방,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서강 소셜 챌린지(Sogang Social Challenge), 해외에서 봉사와 함께 실제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글로벌 리더십 실습, 국내 기업의 해외 현장에서 직접 일하면서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프트(GIFT)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서강 매크로경영교육센터·지속가능윤리연구소·사회적기업가센터 등도 설립했다.
‘사회’의 재발견…윤리과목·공헌활동 강화
서울대, 벤처 창업 웹 프로그래밍 인기
최근 몇몇 경영대에선 이공계 교육을 접목한 특성화 강좌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2015 전국 경영대 평가’ 3위를 기록한 서울대 경영대학은 경영학도의 학문적 경쟁력과 사고의 확장을 위해 이공계 지식을 섭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영대학이 학부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과대학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서울대 경영대에서 올가을에 개설된 ‘벤처창업 웹프로그래밍’ 과목은 수강 신청 시 인기가 매우 높았다. 이 과목은 정보기술(IT)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웹 개발 교육과정이다. 기초적인 웹 개발, 서비스 기획 방법, 프로그래밍 언어 등 IT 기반 기업의 창업자로서 요구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이론적 지식은 물론 기술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수강한 학생들은 매우 높은 만족도를 표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앞으로 이러한 프로그래밍 과목들을 매학기 개설할 예정”이라며 “경영대생들의 공학 기초 과목에 대한 수강을 통해 경영학과 공학의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창업 활동을 위해 학생들에게 최대 300만 원까지 창업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지난해 후끈 달아오른 대학가 창업 열기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이 올해 봄에 개설한 ‘창업론 실습 1’은 개별 학생들이 팀을 구성, 기획한 사업안으로 직접 창업 활동을 1년 동안 진행한다. 발생한 수익 전액은 지역 비영리기관에 기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총 8개의 사업 아이템이 발굴됐고 이 중 4개 팀은 실제 사업화에 성공했다.

창업 경진 대회에서 우승한 ‘어니스트 아보카도’는 정직함을 기반으로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아보카도 스무디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의 느티나무 카페와 제휴, 판매 중이다.

‘엔젤스윙’은 공간 정보 확보용 무인 항공기를 자체 제작한다. 항공사진을 촬영해 지리 정보를 구글 지도와 같은 정보로 변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현재 농업·재해 구호·환경보전 등 지리 정보를 필요로 하는 민간 및 지방자치단체에 경제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 내 창업 교육을 통한 기업가 정신의 확산과 미래 국부 창출에 기여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플랫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