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커피의 옛 명칭 ‘가비’의 상표등록이 안 되는 이유[차효진의 지식재산권 산책]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이 지정서비스업을 커피전문점으로 하여 ‘가비’, ‘가비&커피’라는 상표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이를 등록할 수 있을까. 정답은 등록할 수 없다.

상표법에서는 상품(서비스)의 산지·품질·원재료·효능·용도·수량·형상·가격·생산방법·가공방법·사용방법 또는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 이른바 기술적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그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되더라도 상표권의 효력이 제한된다.

상표법이 기술적 표장만으로 된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도록 한 이유는 상표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나타내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별력이 있어야 하는데 기술적 표장을 특정인에게만 사용하게 할 경우 수요자가 타인의 동종 상품(서비스)과의 관계에서 식별하는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술적 표장은 통상 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필요한 표시여서 누구라도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 배타적으로 사용하게 할 수 없다는 공익상의 요청 때문이다.

‘가비’는 1890년 전후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커피’를 가리키는 옛 명칭이다. 그런데 수요자들에게 커피의 한자식 표현으로 쉽게 인식된다고 보고 있다. 위 ‘가비’라는 명칭은 커피의 과거 명칭이라는 의미로 2012년 개봉한 영화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바 있다.

이에 ‘가비’를 커피전문점 등의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 상품(서비스)의 성질(원재료 및 서비스 제공 내용)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이 돼 일반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표장인지 식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커피전문점의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커피의 옛 명칭인 ‘양탕국’을 커피전문점 등의 상표로 등록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최근 사례가 있다.

특허심판원에서는 ‘양탕국’에 대한 상표 무효심판에서 “‘양탕국’이라는 용어가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 사이에서 커피를 지칭하는 옛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이를 그 지정상품(서비스업)인 커피전문점업 등에서 취급하는 상품 등과 관련해 그 성질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성질 표시 표장에 해당한다”고 했다.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고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그 상표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했다.

그런데 특허법원 및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특허법원은 상품의 과거 명칭으로 구성된 상표의 식별력에 대해 “상품의 과거 명칭이라는 관념은 상품의 명칭이라는 점과 그 명칭이 과거의 것이라는 점에 관한 이중의 연상을 거쳐 인식되는 것이므로 상품의 과거 명칭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상품의 명칭으로 연상되는 정도와 그 명칭이 과거의 것이라고 연상되는 정도의 상대적 비중이 변화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상품의 과거 명칭이기만 하면 모두 상품의 성질을 직감하게 한다거나 상품 거래상 누구에게나 필요한 표시로서 어느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공익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해당 상표의 등록결정일 당시를 기준으로 상품의 과거 명칭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양탕국’은 과거 한때 커피의 명칭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있으나 ‘양탕국’이 커피의 옛 명칭이라고 설명하는 신문 기사는 1960년대나 1970년대의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또 당시 ‘양탕국’이라는 명칭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 사이에 커피를 지칭하는 옛 명칭으로 널리 인식되어 있었다거나 직관적으로 인식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이상 이를 상품의 성질을 직감하게 하는 기술적 표장으로서 식별력이 없거나 공익상 특정인에게 그 표시를 독점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위 특허법원과 입장을 같이했다.

위 판례는 상품의 과거 명칭으로 구성된 상표라고 하더라도 해당 상표의 등록결정일을 기준으로 과거 명칭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 여부를 추가로 살펴 그 상표가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차효진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