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설 인허가 1990년 이후 최대, 건설사들 '땅' 구하기 경쟁

'공급 폭탄', 진짜 주범은 빌라·다가구
몇 년 만에 주택 경기가 살아나자 집을 짓는 망치질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그동안 택지를 분양 받아 놓고도 아파트를 짓지 못해 울상이었던 건설사는 물론 자투리땅을 이용해 빌라나 다가구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로 건설 시장이 북적인다.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주택 경기가 살아나자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의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공급이 그것보다 더 증가한다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급이 넘쳐나면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적자는 물론 도산에 이르는 건설사들이 속출하게 된다. 그러면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공급과잉의 늪에 빠지더라도 나까지는 괜찮겠지’라는 심리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공급 폭탄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이를 과장해 2018년 이후는 주택 시장이 대폭락을 맞을 것이라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과 문제점을 정확히 알면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무지는 공포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현재의 상황이 공급과잉인 것은 맞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25년간 연평균 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은 52만6988건이다. 물론 인허가를 받았다고 이것이 모두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자금 문제, 사업성 문제, 미분양 등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물량은 전체의 80% 정도로 추정된다. 더구나 경기에 따라 이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허가 받는 물량이 실제 공급으로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인지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

올 들어 1월에서 10월까지 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은 60만4340건이다.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은 10월까지도 이미 과거 1년 치에 비해 15%나 인허가 물량이 많다. 남은 두 달 예상치를 감안하면 올해 인허가 물량은 예년보다 3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이면 70만 건을 넘어 1990년 75만 건 이후 가장 많이 인허가를 받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야말로 역대급 공급 폭탄이다. 하지만 이를 주택 유형별로 나눠 보면 사정은 다르다.
'공급 폭탄', 진짜 주범은 빌라·다가구
빌라 등 공급 증가율, 아파트의 3배

1월에서 10월까지 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 중 아파트는 41만2129건이다.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은 10월까지도 이미 과거 1년 치에 비해 4%나 인허가 물량이 많다. 남은 두 달 예상치를 감안하면 올해 인허가 물량은 예년보다 2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과거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빌라나 다가구주택과 비교하면 그 사정은 전혀 다르다. 아파트 외 주택 부문은 올해 19만2211건이 허가됐고 이를 연말까지 확대해 보면 예년보다 75%나 많은 물량이 허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도 예년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진짜 공급 폭탄의 주범은 아파트보다 세 배나 높은 수준의 공급을 보이는 빌라나 다가구주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빌라나 다가구주택을 건설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공실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다시 아파트 공급 문제로 돌아가 보자. 올해 아파트 건설 인허가는 예년보다 25% 정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만 보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소급해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공급했던 2007년 47만여 채 이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인허가 물량은 31만3800건에 불과했다. 예년의 79%밖에 되지 않는 물량이다. 초기에는 2007년의 공급과잉의 여파로 공급초과 현상이 나타났지만 지난 몇 년간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니 집값도 올랐지만 전셋값도 올랐던 것이다. 물론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른 것은 공급 부족 하나의 현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급 부족도 그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은 지난 3년간 지역별로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매매 수요가 줄어든 수도권은 전세 수요가 늘어났던 것이고 매매 수요로 전환이 활발했던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는 전세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타 지방은 매매가 상승률은 물론 전셋값 상승률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는 그 지역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수도권이나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는 지난 몇 년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지만 수도권은 전셋값 상승 현상이,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는 매매가 상승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18년 입주 시기에 혼란 불가피

그러므로 아파트 시장은 지금까지 심각한 공급과잉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금과 같이 공급이 급속도로 진행된다면 아파트 시장도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약세인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공급과잉이라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건설사들은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공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급은 무제한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땅이 그 핵심이다. 올해 공급이 많았던 것은 건설사들이 사놓았다가 주택 경기가 좋지 않아 착공도 하지 않았던 땅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땅이라는 것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마구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땅이 나오면 건설사 간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할 만큼 치열하다고 한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도 되지만 공급이 적다는 의미도 된다.

당장 올해 공급한 물량의 입주가 다가오는 2018년에는 물량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폭탄의 피해를 최소할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빌라나 다가구주택보다 아파트가 안전하다. 수요도 많고 공급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둘째, 공급이 많은 지역과 그보다 입지가 나쁜 지역은 피해 가는 것이 좋다. 그 지역이 아니더라도 공급이 많은 지역의 집값이 떨어지면 그 지역으로 이사 가려는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그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도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결국 평균 이상의 입지에 투자해야 하락기에도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