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 team ]삼정KPMG, 상속 고충 마음을 듣다
삼정KPMG의 상속 난제 해법은 경청(傾聽)에서 출발한다.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열고 나서야 비로소 개인사로 점철된 상속 난제의 맨얼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내 ‘빅 4’ 회계법인으로서 2500여 명의 전문가들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는 삼정KPMG는 2012년에 상속 및 가업승계팀을 설립해 국내외 상속 난제들을 풀어가고 있다.

삼정은 145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KPMG(155개국 16만여 명 전문가 구성)의 한국 내 멤버 펌이기도 한데 글로벌 캐치프레이즈인 ‘Inspiring Confidence, Empowering Change(신뢰를 부여하고, 변화를 주도한다)’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그 때문이었을까. 삼정KPMG는 상속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고객과의 신뢰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으며, 그 출발은 경청이었다. 홍성희 이사는 고객의 개인사를 경청하는 것에서 상속 문제의 해법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중견기업 오너들을 만나면 고민이 참 많으신데 그걸 어디다 말씀하시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상속 문제는 개인사적인 이야기고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할 내용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희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이 들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부 이상 팔린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저자인 미국의 데일 카네기는 그의 저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열심히 경청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라”고 전하고 있다. 삼정KPMG가 고객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중견기업의 고충을 듣다
삼정KPMG의 상속 및 가업승계팀의 뿌리는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중견기업 성장전략센터’에 있다. 주로 대기업 위주의 컨설팅을 진행하던 대형 회계법인으로 중견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국내 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내부 인력 부재로 경영전략 수립이나 회계·재무, 자금관리나 세금 문제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견기업 성장전략센터의 업무 과정에서 창업주들의 주요 고민이 상속에 대비한 가업승계 문제에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일부 기업들은 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급기야 기업 매각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가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 돼 수십 년 동안 키워 온 기업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삼정KPMG는 가업승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정병수, 이성태, 김학주 상무를 주축으로 15명 정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속 및 가업승계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실제 한국 내 기업생태계는 장수기업 탄생에 호의적이지 않다. 독일과 프랑스에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각각 1563개와 331개에 이르고,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3113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7개사(두산, 동화약품, 신한은행, 우리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틈새에 끼어 있는 중견기업의 경우 자손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혹독한 세금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회사 매각을 선택했던 국내 기업 농우바이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병수 상무는 “농우바이오는 현 상속세제가 가지고 있는 주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인 상황에서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30% 할증으로 인해 실질 세 부담은 무려 65% 수준이 됐을 것이고, 농업법인인 농우바이오 지분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적용이 불가능한 데다가 상장 주식은 물납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어 현금이 아닌 주식을 상속받은 유족으로서는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어 급기야 회사 매각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속과 가업승계 문제는 경영권 보전과 재원 확보가 열쇠이며, 장기적인 관점의 사전 상속 플랜 수립과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한 재무적인 컨설팅이 이뤄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상속 및 가업승계 팀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청 등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중견기업의 상속 난제를 풀어 나가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 중견기업 성장전략센터를 비롯해 경제 민주화에 대응하는 지배구조개선팀, 전 세계 155개국에 펼쳐져 있는 KPMG 글로벌 네트워크, 세무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TCoE(Tax Center of Excellence) 등 삼정 내 전문 조직과 함께 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경청(傾聽), 고객을 두 번 감동시킨 이유
삼정KPMG는 국내를 대표하는 세무·회계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글로벌 금융 전문지인 유로머니의 투자 부문 서베이에서 ‘2015 한국 최우수 세무서비스 기업’에, 국제조세 전문지인 인터내셔널 택스리뷰의 국가별 세무 기업 서비스 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순위인 ‘티어1(Tier1)’에 오르는 등 전문성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지 오래다.

하지만 삼정KPMG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전문성보다는 조언자로서의 자세다. 홍성희 이사는 “이전에 선배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전문가는 남의 걱정을 대신해주고 돈을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상속팀의 업무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번은 고객 한 분이 상속세 문제로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수시로 찾아와 하소연을 한 일이 있었다. 당국에서는 일상적인 조사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몰라도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 홍 이사는 고객의 하소연을 듣는 데 충실했고, 식사 도중에 함께 걱정을 하다가 체하기까지 했다.

“사실 조사를 받다 보면 굉장히 억울하게 당하는 일도 있어요. 과거 10년 치 자료를 찾는다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불안하지 않게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어 인간적인 신뢰감을 주는 일 같아요. 또한 고객들에게 저희들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상속 과정에서 위험한 편법을 쓰는 것을 권유하지 않는다는 거죠. 처음에는 이 부분에 대해 오해도 하시지만 이내 고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데 한 번 감동하고, 정도(正道)를 지향하는 깔끔한 업무 처리에 두 번 만족하는 것 같아요.”

또 한 번은 중견기업 오너가 돌아가시고 상속 문제가 불거졌을 때 피상속인의 부인이 찾아와 “상속세 문제를 잘 처리해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제1순위는 자녀들 간 분쟁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를 한 적이 있었다.

삼정KPMG에서는 무엇보다 상속 과정에서 불필요한 말이 가족들 간에 전달돼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한다. 간혹 상속 재산 처리 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전증여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불필요한 말 옮기기를 최대한 절제하며, 상속인 간 원만한 합의를 유도한 것이다.

최근 삼정KPMG에서 주목하는 상속 이슈는 바로 비상장 주식의 자산 평가다. 국내 현행 세법에는 산식으로 정해져 있는데 각각의 상황을 반영한 비상장 주식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미래 가치를 추정해 주식을 평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최근 법원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담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봤을 때 조만간 입법상 보완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 가치평가는 가업승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까지 감안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업승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삼정KPMG 측의 조언이다.

정병수 상무는 “근래에는 상속 플랜과 관련해 본인을 위한 자산, 상속을 위한 자산, 사회 환원을 위한 자산으로 크게 나눠 접근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며 “사회 환원의 경우 막상 실행하려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가족 간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부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하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전했다.

가업승계 전문가 즐비…막강 재무 라인
삼정KPMG의 상속 및 가업승계팀은 2012년경 중견기업 성장전략센터가 모태가 돼 팀 체제로 발전했다. 그만큼 가업승계와 재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팀을 맡고 있는 정병수 상무는 15년 이상을 기업 구조 개편 및 상속·증여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베테랑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세연구센터에서 올해 발간한 ‘사업승계 컨설팅·세무 가이드’ 책자 저술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다수 기업의 지주사 전환 업무와 지배구조 개편 업무를 진행했으며, 기업 주식 포괄 교환이나 기업 분할 세무 업무에도 정통하다.

정 상무와 함께 팀을 이끌고 있는 이성태 상무 역시 기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경제 60년사와 일감 몰아주기’(2013년), ‘완전포괄주의와 일감 몰아주기’(2014년) 등의 책자를 저술하며 독보적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김학주 상무는 국내의 굵직한 가업승계 업무를 수행하며 기업 구조 개편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며, 홍성희 이사는 상속세 등 자산세제 분야를, 정소현 이사는 해외 자산관리 분야를 맡으며 글로벌 네트워킹을 책임지고 있다.

더불어 국세청에서 15년간 근무한 홍경표 상무와 국세청 근무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집행 기준’ 작성에 참여했던 김도우 이사도 팀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