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 서점은 2014년 5월 기준으로 1만3943곳에 불과하다. 1999년 이후 8353곳이 폐점했다. 37.5%가 문을 닫은 것이다(일본저자판촉센터). 책이 팔리지 않아 동네 서점이 망했다는 풍설은 출판 대국 일본의 엄연한 현재 진행형 스토리다. 하루에 서점 1개가 사라진다는 말처럼 ‘출판 불황’의 그림자가 자욱하다. 다만 예외는 있다. 거대 풍파를 딛고 새로운 전성기를 맞으면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서점이 주인공이다.
성공의 핵심 비결은 새로운 서비스다. 덧붙이자면 눈높이에 맞춘 감동 서비스다. 최강 품질에 어울리는 감동 서비스의 결합이다. 균질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품질 격차가 좁혀질수록 차별지점은 고객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서비스가 충성 고객의 확보 잣대다. 생존을 넘어선 성공 서점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의 서점 업계에서 추출한 성공 전략은 사실상 ‘기발한 연결 코드’로 요약된다. 독자와 책, 관련 제품까지 부드럽지만 주머니를 열도록 만드는 감동적인 네트워크가 주역이다. 즉 연결형 부가 서비스다.

수차례 독자 설문으로 취향 파악
연결성에 주목한 동네 서점의 부활 사례 중 돋보이는 곳은 홋카이도 중서부의 농촌 도시(스나가와)에 자리한 서점 ‘이와타’다. 인구 2만 명에 못 미치는 소멸 상권이지만 최근 전국적인 인기 서점이 됐다. 기발한 차별 서비스가 열도 일본의 서점 부활 아이콘으로까지 거론된다. 원래 이곳은 인구 유출에 따른 대표적인 과소 지역으로 지역 상권은 일찌감치 붕괴됐다. 생필품 유통 채널의 파괴로 최소한의 생활조차 어려워졌다. 당연히 서점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대형화와 온라인화로 동네 서점을 찾는 현역 인구가 줄어드는 한편 절대 인구인 고령자에만 의존해 책을 판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 와중에 이와타의 재미난 아이디어는 이 고정관념을 완벽히 깨버렸다. 이에 따라 사라질 탄광 마을의 서점 주인(이와타 도루)은 전국 단위의 문화 발신자로 떠올랐다. 서점 주인이 추천 서적을 1만 엔 금액만큼 골라 고객에게 배송하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요컨대 ‘1만 엔 선서(一萬選書)’로 불린다. 이 아이디어가 전국적인 주문 쇄도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낳았다. 2014년 8월 전국 방송의 최초 보도 이후 1주일에 250건 이상 신청이 폭증했다.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662명이 대기 상태다(2015년 12월). 주인 홀로 작업하기에 한계가 뚜렷해 추가적인 접수 중지도 일상적이다.
이 서점도 원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모의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 이때 주인장은 연결성에 주목했다. 앉아서 책이 팔리기를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곳에 좋은 책을 보내 주는 아이디어의 탄생이다. 가령 입원 환자 등 책이 필요한데 사기 힘든 한계에서 활로를 찾아냈다. 동네의 신문 판매점과 제휴, 서점이 책을 선정·포장하면 신문 판매점에서 배달·수납하는 대행 시스템의 구축이다. 관건은 해당 독자가 꼭 필요로 함직한 책의 선정이었다. 이게 2000년대 초반이다. 이 선서 서비스가 ‘1만 엔’의 수식어로 구체화된 것은 2007년이다. 3~4명의 고교 선배가 서점 경영 응원 차원에서 1만 엔만큼 책을 골라 보내주라는 요청이 부활 계기가 됐다.

서점 특유의 분위기를 판다
승부처는 고객 설문이다. 이를 통해 읽어야 할 책을 골라준다. 선정 기준은 독자 위주다. 고객의 직업·나이·가족 관계 등 질문을 취합할 뿐만 아니라 최근 읽은 책의 소감까지 묻는다(○, ×, △ 중 하나로 평가). 독자 인생에서의 희로애락 경험까지 유도한다. 이 결과 독자가 좋아함직한 동일 계열은 빼고 읽으면 좋을 책 위주로 보내준다.
주인장의 고집도 한몫했다. 선서 서비스는 종료까지 대략 3~4개월 걸린다. 메일·팩스·편지 등을 통한 설문 조사는 1회가 아니라 수차례 상호 확인을 반복한다. 서점 주인이 권한 추천 리스트를 1차로 보낸 후 재차 의논해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서 작업을 직원에게 맡기지 않는다. 본인의 능력 범위까지 받은 후 완료 전까지는 추가 신청이 중단된다. 폭발적인 예약 쇄도에도 선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의 매장 풍경도 서점 주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팔릴 만한 책’만 잔뜩 진열하는 게 아니라 ‘팔고 싶은 책’을 명당 자리에 배치한다. 당연히 반짝하는 베스트셀러보다 길고 오래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선호된다. 또 잡지·신간보다 구간이 먼저다. 판형이 작지만 값이 싼, 그럼에도 내용은 동일한 문고판도 선호된다. 선서 때도 문고판이면 1만 엔에 약 13권을 보낼 수 있어 경제적이다. 그 덕분에 132㎡(40평) 남짓한 동네 서점에서 하루 매출이 3만~4만 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과 독자를 넘어 새로운 연결적인 부가가치에 승부를 건 서점은 또 있다. 도쿄 다이칸야마의 ‘쓰타야서점’은 30대 이상의 기성세대 감성에 어필하는 감동 서비스로 유명한 장소가 됐다. 전국망을 갖춘 대형 서점이지만 이곳의 새로운 실험은 다소 파격적이다. 당장 주력 고객이 다르다. ‘어른을 위한 공간’이 추구 콘셉트다. 책방 특유의 공기와 분위기를 즐기는 기성세대에 포커스를 맞췄다. 서점에서 책을 찾고 비교하며 즐기는 이른바 ‘시간·공간 소비’에 익숙한 세대가 잠재 고객이었다. 일단은 성공적이다. 2011년 오픈 이후 어른 고객의 명소로 부각되면서 매출은 매년 우상향이다.
문제는 비즈니스로의 연결 고리다. 어딘가에서 돈을 쓰도록 만드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게 1층의 커피 점포(스타벅스)와 곳곳의 라운지 공간이다. 커피를 사들고 어디든지 편한 곳에서 책을 읽어 보라는 의미다.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위해 서점 공간을 재배치했다. 책·DVD·음악 등 매체별은 물론 테마별로도 구성했다. 요리 서적 옆에 쌀과 그릇 등 요리와 연결된 기타 제품까지 진열한다. 여행 코너라면 여행 정보지와 여행기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역사서까지 구비한다. 국가별 토속 물품을 파는 이벤트 코너와 함께 여행사 카운터까지 상설, 즉각적인 해외여행까지 지원한다. 여행 이벤트 개최나 실제 여행도 기획해 운영한다. 이 때문에 전담 직원(Concierge)은 ‘책의 안내인’으로 불린다. 장르별 심층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 위주로 선발·고용했다. 이벤트는 상시적이다. 지식 축적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연결해 주기 위해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특임 교수
‘맞춤형 책 추천’ 이와타 서점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