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과실 적립…‘예금자 보호’도 가능해져

은퇴 후 삶에 대한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어느덧 ‘100세 시대’를 맞이했지만 100이란 숫자가 몸에 와 닿지 않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대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반대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져만 가고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일찌감치 노후 대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에만 기댈 수도 없다. ‘국민연금 고갈론’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수차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급기야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2044년께 적자로 돌아서고 2060년에는 완전히 ‘바닥’을 보일 것이란 어두운 전망마저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12월 4일 ‘장기 재정 전망’ 자료를 통해 “2022년부터 사회보험 적자 행진이 시작돼 2060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며 “사회보험료 부과 체계와 재정 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이 보험료 인상과 복지 축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어 ‘한 가정 한 자녀’만 둔 집이 허다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앞으로 다음 세대에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인 3명 중 1명은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고용률을 조사한 결과 30.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3.1%로 집계된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 빈곤율은 48.6%로, OECD 국가 중 1위다. 상대 빈곤율은 가구 소득이 중위 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을 뜻한다.

현재 우리는 1%대 초저금리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더 이상 은행 정기 예·적금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이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마땅한 투자 대안도 없다. 모든 게 불확실한 대외적 환경 속에 변액보험이 그중 하나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 과실 적립…‘예금자 보호’도 가능해져
‘투자형’이란 의미를 지닌 변액보험
변액은 금액이 달라진다고 해서 ‘변액(變額)’이다. 투자형이라는 의미다. 변액유니버설보험·변액종신보험·변액연금보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상품들의 특징은 적립식 투자 방식을 활용하고 투자 대상에 따라 기대 수익률이 다르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은 일반 보험과 달리 아무나 판매할 수 없다. 변액보험 판매 자격시험에 합격한 설계사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장성 보험’이란 기능과 ‘연금’이란 혜택을 둘 다 볼 수 있는 반면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2003년부터 국내에서 판매했다. ‘보편적’이란 뜻을 지닌 유니버설은 금융 상품의 일반적인 특징을 지녔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일반적인 특징은 자유 입출금 기능이다. 보험료를 추가로 납입하거나 중도에 인출할 수 있고 사정에 따라 일시 납입 중지도 가능하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다른 변액보험보다 주식 편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원금 손실 위험도 있다.

변액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투자형 종신보험이다. 종신보험은 보험 계약자의 일생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계약자가 사망한 경우 지정한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망보험이다. 일반 종신보험에 1억 원을 가입했다고 하면 사망 시 1억 원을 받지만 같은 금액을 변액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투자 성과 여부와 관계없이 1억 원을 보장받으면서 추가로 투자 성과에 따른 과실도 얻을 수 있다.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는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목표 수익을 기대한다. 2012년 금융소비자연맹은 ‘K-컨슈머 리포트’를 통해 상당수 변액연금보험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고객들은 빠르게 발을 뺐다. 10년 납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7~8년 정도 납입했던 고객마저 비과세 문턱에서 등을 돌렸다.

업계 전문가는 “모든 해외 펀드는 누진과세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반면 변액보험은 전액 비과세”라며 “가입 후 10년이 지나면 비과세 요건이 완성돼 연금화해 받을 수 있는데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변액보험은 비과세라는 장점을 모르는 고객이 의외로 많다”며 “변액보험은 사업비가 높은 상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략 7~8년 정도 지나면 투자 원금을 넘어선다.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해지하면 결국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5년 이내 해지해도 원금 손실 없는 상품 선보여
변액연금은 사업비가 높다. 사업비는 변액연금보험 상품의 수익률을 상당 부분 깎아 먹는 비용이다. 사업비는 보험 계약자가 지불한 보험료 가운데 보험설계사의 수당을 비롯해 운영 경비 등 보험사가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가입 초기 7~10년간 월 납입금의 10~15%를 떼어가다 보니 10년 내 수익률을 놓고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보험사에선 사업비 체계를 바꿔 가입 후 5년 이내 해지해도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지닌 상품을 내놓았다. 여기에 인터넷으로 상품을 가입할 수 있게 만들어 사업비를 대폭 낮췄다.

변액연금은 투자 성과가 향후 환급금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일반 연금보험과 다르다. 연금 개시 전에는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해 적립하고 연금 개시 이후에는 적립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또한 변액연금은 펀드와도 구분된다. 보장 기능 유무에 따라 변액과 펀드로 갈리는데, 무엇보다 수수료 차이가 크다. 평가액을 기준으로 수수료가 책정되는 펀드와 달리 변액연금은 적립 금액이 많아질수록 수수료 비율이 낮아진다.

현재 판매되는 변액연금은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최저 사망보험금 보증과 최저 연금 적립금 보증이다. 물론 중도 해약 시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내년부터 ‘예금자 보호’라는 추가 안전장치가 설치됐다.

지난 11월 30일 국회는 변액보험의 최저 보장보험금을 예금자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에 따라 내년 6월 이후부터 변액보험의 최저 보장보험금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보호받게 된다.

그동안 변액보험은 투자형 상품으로 분류돼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했다. 고객이 최저 보장보험금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별도의 최저 보증 수수료를 보험사에 납부해야만 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최저 보장보험금뿐만 아니라 최저 보증 수수료까지 보장됐다”며 “상품 구조상에 변화는 없지만 ‘예금 보호’라는 안전성이 더해져 상품 판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