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이 발간한 ‘K-컨슈머 리포트’로 인해 생명보험 업계는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당시 ‘변액연금보험 상품 비교’ 자료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대부분의 상품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3.19%에 미치지 못했다.

60개의 변액보험 상품 중 연평균 실효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웃돈 곳은 6개에 불과했다.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친 상품이 6개, 1%대 수익을 낸 상품은 19개로 나타났다. 생명보험 업계는 이에 대해 일관성 없는 표본을 두고 비교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그동안 변액연금 상품이 지닌 고질적인 병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은 변액보험을 외면했다. 그 후 생명보험 업계는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뀐 정보 공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험사들은 내부 기밀이란 이유로 변액보험의 수익률이나 주요 정보를 공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현재는 생명보험협회 비교 공시 사이트(pub.insur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업비 수준, 납입 보험료 대비 수익률, 펀드 수익률 등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제도가 마련됐다.

또한 보험 가입 시 각 보험사에서 변액보험의 상품 구조 및 주요 내용을 정리한 ‘핵심 상품 설명서’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예상 환급금 및 사업비의 구체적인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변액보험, ‘무(無)해지공제’ 도입
공급자 이익 중심의 상품 구조도 문제였다. 올해 5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변액보험에 가입 후 5년 이내 해지하면 원금 손실이 평균 20% 이상이라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변액보험은 조기에 해지하면 사업비를 먼저 떼는 ‘해지공제’ 제도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변액보험에서 ‘무(無)해지공제’가 도입됐다.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초기에 한꺼번에 차감하지 않는 상품들을 출시했다. 소비자가 조기 해지해도 손실을 보지 않거나 적은 손실만 보도록 바꾼 것이다. 장기 투자 시에는 높은 기대 수익마저 얻을 수 있게 됐다.

최근 미래에셋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라이나생명 등에서 출시한 변액보험은 가입 후 5년 이내 해지해도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일부 변액보험 상품이 조기에 해지해도 다른 변액보험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환급률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적극 받아들여 사업비 체계를 바꿨기 때문이다.

변액보험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불합리한 내용으로 기재돼 있다는 불만도 있었다. 변액보험은 상품 구조 특성상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자산 운용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결정되고 일반 보험 상품에 비해 구조가 복잡해 회사별로 약관 운영 체계와 기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금감원은 소비자가 변액보험의 상품 구조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 약관 제정을 추진했다. 또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 캐릭터와 삽화 등이 들어간 ‘요약 설명서’도 함께 제작해 설명 자료와 함께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 외부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전 이해도 평가를 실시,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펀드 변경 및 추가 납입 제도 등의 활용 방법에 대한 안내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변액보험은 시장의 변화에 따른 펀드 변경 및 사업비 부담이 적은 보험료 추가 납입 기능이 있어 수익률 관리에 용이한데, 최근에는 이러한 기능을 기존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해 보다 효과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보험사가 늘어났다.

변액보험은 노후를 준비하는 성격이 강한 금융 상품이다. 따라서 분산투자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펀드는 사실상 국내에 투자되고 있는 한계점을 지녔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는 한편 해외시장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좋은 자산’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때맞춰 다양한 해외 투자 펀드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외 자산 배분이 가능한 펀드 인프라를 갖춘 회사가 등장했다.

해외 펀드 상품 투자 확대
미래에셋생명·PCA생명 등은 다양한 해외 펀드 상품군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해외 비율을 자랑한다. 업계 평균 해외투자 비율은 9.4%에 머무른 반면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은 자산의 59.3%를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 그만큼 투자 수익의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중·장기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동안 변액보험은 고객의 투자성향과 무관하게 가입을 권유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복잡한 상품 구조에 기인한 불완전 판매가 빈번해 불신을 자초했다.

금융 당국은 구체적인 상품 설명, 적합성 원칙 확인 절차, 펀드 변경 안내, 수익률 공시 등의 이행 여부에 대한 감시 강화에 나섰다. 불완전 판매 위험이 높은 회사에 대해선 집중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민원 평가 등급을 평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보험사가 설계사 교육 등을 통해 상품 설명 의무를 준수하게끔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 28일 금감원은 변액연금보험 펀드 운용 실태를 내년 중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혁 과제’의 세부 추진 계획 중 하나로 ‘연금 금융 상품 가입자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김용우 금감원 금융혁신국 선임국장은 이날 “보험사가 자산 운용사를 선정한 기준을 객관화하도록 하겠다”며 “운용 직원들의 전문성을 살피고 운용 실적의 사후 평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과거 경기순환 측면에서 자본시장의 투자 수익성이 낮았기 때문에 변액연금보험 상품의 수익률이 낮았다”며 “변액보험은 노후를 대비하는 데 적합한 금융 상품인 만큼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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