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 새로운 리스크인가, 기회인가?
최근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신기후체제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됐다.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최초의 보편적인 기후변화 협약으로, 모든 국가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및 온실가스 흡수원 확충 노력을 통해 21세기 후반에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인 ‘탄소 중립’이 되도록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이번 협약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기존에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주어졌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에 적용되는 전 지구적 차원의 첫 협약이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개도국을 포함한 196개 당사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이 담긴 각국의 기여 방안(INDC)을 5년 단위로 유엔에 제출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자체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만 목표 달성에 대한 강제성이 보류돼 법적 구속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평가하고 재검토하는 과정을 마련했다.

향후 파리협정은 최소 ‘55개국 이상’,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의 비준’ 기준이 충족된 후 30일 내에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과거 교토의정서 불참국인 미국 외에도 교토의정서 제2차 공약 기간(2013~2020년)에 불참을 선언한 일본·러시아·캐나다·뉴질랜드 등 기존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요 선진국이 비준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 파리협정의 발효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주요 38개국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으므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도국도 함께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러한 과거 체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는 각국이 감축 목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좀 더 유연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신기후체제’ 새로운 리스크인가, 기회인가?
2011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신기후체제
이번 신기후체제에 대해서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최된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더반 총회에서는 선진국 및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이 동일한 책임을 지는 새로운 체제인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에 대해 2015년까지 협상을 완료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개최된 당사국총회에서 각국의 기여 방안과 신기후체제 합의문 요소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돼 왔다.

이런 논의 과정을 거친 파리협정 합의문에는 장기 목표(Purpose & Objective), 감축(Mitigation), 적응(Adaptation), 재원(Finance), 기술 개발 및 이전(technology development and transfer)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관련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저감 방안을 제시한 장기적 목표에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가능한 한 조기에 감소로 전환한 후 급속한 감축 및 산림과 해양 등 흡수원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량이 2100년까지 균형을 이루는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출된 각국의 기여 방안에 따르면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은 섭시 2.7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파리협정의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각 국가별 역량 및 여건을 감안해 보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선도적 역할을 유지하고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은 제출한 각국의 기여 방안을 5년 단위로 제출,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차기 기여 방안 제출 시에는 이전에 제출한 기여 방안에 비해 보다 진전된 목표로 제출하고 개도국은 각 국가별 여건을 감안해 경제 여건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감축 목표를 채택하도록 독려했다.

셋째, 과거 온실가스 감축에만 집중돼 있던 논의가 적응에 대한 고려로 확장됐다. 2011년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제16차 당사국총회에서 적응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번 파리협정에는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에 주목해 모든 국가가 국가 적응 계획을 수립·이행하며 이에 대한 내용을 보고서로 제출할 것을 명시했다. 파리협정 전문에는 인권, 건강권, 원주민과 난민의 권리, 취약 계층 등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 취약 계층 등의 기후변화 적응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원조 방안 마련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기존의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시장 메커니즘인 청정 개발 체제, 공동 이행 제도, 배출권 거래 제도 중심인 시장 이외에도 당사국 간의 자발적인 시장 형태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국제 탄소 시장 메커니즘의 설립에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한 이행 절차와 지침 등은 후속 논의를 통해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가 제출한 INDC에 따르면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분 중 일부는 국제 탄소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해외 감축분(약 11.3%)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향후 국제 탄소 시장 메커니즘의 인정 범위 등에 대해 동향 등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 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의 연계 및 국제 탄소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

다섯째, 선진국은 개도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 재원을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약 119조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교토의정서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지원하기로 한 금액과 동일한 규모다. 국내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선진 기술이전, 기술 메커니즘 강화를 통한 국제 협력 확대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발휘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신기후체제’ 새로운 리스크인가, 기회인가?
정부,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 목표
정부는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이라는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최종 제출했다. 목표가 확정됨에 따라 정부는 각 분야별·업종별 세부 감축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파리협정을 계기로 국내 산업계의 산업구조를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됐다.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라는 국제적 책임,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 입장에서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전 및 확산, 지속 가능한 발전 및 저탄소 사회 구축 선도 등 온실가스 감축, 적응, 기술 개발, 능력 배양 등 각 국가별 협력 분야를 선정해 전략적인 접근 방식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관련 기술, 탄소 시장, 기후 재원 분야에 대한 보다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박재흠 삼일회계법인(PwC) 지속가능경영 & 기후변화서비스 이사 jheumpark@samil.com
‘신기후체제’ 새로운 리스크인가, 기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