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더 보였으면…” 일본에 퍼진 섭식장애
최근 일본에서 10대를 중심으로 '섭식 장애'가 크게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살이 찌는 것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거식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섭식장애학회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섭식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는 약 24만 명에 달하며 사망률이 약 5%에 달한다.

또 10대 섭식 장애 환자는 2019~2020년에 1.5배 이상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에 10대들이 친구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된 것이 섭식 장애 확산에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7일 일본 CBC테레비는 일례로 일본 아이치현에 사는 와타나베 유안(18) 양의 사연을 소개했다.

와타나베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거식증에 시달려 왔으며 한때 키 155㎝에 체중이 26㎏까지 빠졌다. 그는 "마른 사람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체중을 줄일지 게임처럼 생각했다"며 "몸무게가 줄어들었을 때의 쾌감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또 마른 사람 사진을 보면서 체중 감량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탓에 건강상 문제가 생겨 중학생 때까지 입·퇴원을 반복했으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감정적인 문제까지 생겼다. 이후 어머니의 권유로 고교 1년 때 비건식을 시작하면서 거식증을 극복해 갔고, 현재는 거의 치료된 상태다.

10대 때 시작된 섭식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아이치현에 사는 A(33) 씨는 10대 때부터 15년째 섭식장애를 겪고 있다. 키 158㎝에 27㎏까지 떨어졌던 체중을 현재 38㎏로 늘리며 과거에 비해 회복했지만, 여전히 정상체중에 한참 모자란다.

A 씨는 "예전에는 30㎏일 때도 아직 살을 더 빼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다"며 “하루에 30kcal 이하로 열량을 섭취했고, 몸이 말라 뼈가 많이 보이면 보일수록 기뻤다"고 전했다.

27kg까지 체중이 떨어진 후에는 걷지 못하고, 옷을 벗거나 입을 수도 없는 등 몸이 상해 입원까지 해야 했다. 그는 “맥박이 느려지고, 체온이 34도까지 내려가 생명에 위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거식증으로 친구들과의 사이도 멀어지고 일상생활이 망가져 간다”면서 “아무 생각 없이 정상적으로 밥을 먹어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체중 변화에 신경 써 섭식 장애를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