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 변수는 국제 유가와 미국 금리
주식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고 있는 개인 투자자는 2016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여부와 국제 유가의 향방에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나왔다. ‘제로 금리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상반기 중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 따라 감산 여부가 결정되면 그에 따른 수혜 종목을 선별할 줄 아는 안목도 요구된다.

한경비즈니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2016년 증시는 5년째 지속돼 온 지루한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상반기에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2011년에 기록한 최고점을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코스피 전망 최고치는 2350
많은 리서치센터장들이 2016년 코스피지수 밴드 상단은 2200~2250선, 하단은 1850~1900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고점으로는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 2350을 내다봤다. 최저점은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 1700을 각각 제시했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892까지 폭락했다가 등락을 거듭하며 2011년 4월에 최고점인 2231을 찍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 갇혔다. 1750선까지 내려갔다가 2200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또다시 후퇴했다. 2015년 최고점은 4월 23일의 2173이었다.

센터장들은 전반적으로 2016년 증시가 ‘상고하저’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상반기 상승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과잉 산업의 구조조정 이슈 등을 들었고 하반기 위험 요소로는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일부 ‘상저하고’를 전망한 센터장들은 상반기 증시 불안 요인으로 미국 금리 인상과 통화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을 꼽았고 상반기에 충분히 조정을 거친 장이 하반기에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최대 변수는 미국 금리 추가 인상 여부다. 향후 미국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 그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여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센터장들은 입을 모았다.

2015년 12월 16일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 금리를 기존의 연 0~0.25%에서 25bp(1bp=0.01% 포인트) 올린 0.25~0.50%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기준 금리가 인상된 것은 2006년 이후 9년 반 만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부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신흥국의 재정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어 이에 따라 금융 위기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저성장·고령화’가 핵심 키워드
일부 센터장들은 또 다른 주요 변수로 유가를 꼽았다. 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36달러 선에 머물러 있고 2015년 9월 골드만삭스는 20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유가 하락으로 조선·철강·건설 업종을 비롯해 수출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지만 화학 업종은 저유가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꼽혔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현재 시장의 리스크 선호도를 판단하는 가장 좋은 지표는 유가”라며 “유가가 떨어지면서 하이일드 시장의 균열이 시작됐고 디플레이션 압력도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2016년 상반기 중 OPEC가 감산을 결정한다면 이는 상품 수출국들의 경제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돼 시장의 전반적인 훈풍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내다 봤다.

정보기술(IT)·바이오·헬스케어·자동차·미디어 콘텐츠 관련 기업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유망 업종으로 주목받았다. 인구 고령화와 중국 소비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볼 전망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저금리·저성장 국면에 따라 눈을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한편 해외투자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저성장·고령화 등의 키워드가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 맞춰 대응력을 높여 가고 있다”며 “우량 기업들을 좋은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이며 국내 금융시장 수익률이 부진하므로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가져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