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전문가’ 문형표, 4개월 만에 컴백
문형표(60) 보건복지부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공직에 복귀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약 2개월간의 후보자 공모와 심사, 추천 등의 절차를 거쳐 문 전 장관을 이사장 후보로 제청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2월 31일 최종 임명했다. 문 전 장관은 연금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 정책을 시행한 주역이다. 이사장 임명에는 대통령의 의사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공모 지원 직후부터 문 전 장관의 하마평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KDI 출신의 재정·복지 전문가
문 이사장은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지냈다. 대선 공약 후퇴 논란 와중에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2013년 12월 복지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터진 뒤 초기 대응 부실 등을 이유로 같은 해 8월 4일 전격 경질됐다.

문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기금 운용의 전문성·중립성·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조직 개편과 인적자원의 전략적 배치,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로 선진화된 투자와 운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조직 개편을 시사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엔 시민 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수익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문 이사장은 앞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연금 기금 고갈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기금 운용의 선진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22세기까지 내다보면서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2060년 고갈될 전망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현세대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면 결국 그 짐은 후세대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실한 국민연금을 물려주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경영 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