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는 비금융 출신 맹활약, 옛 금융 CEO들 ‘협회장’도 싹쓸이
[대한민국 신인맥②] ‘삼성화재’거쳐 ‘삼성생명’으로…‘금융 엘리트 코스’
단순하게 말해 삼성그룹의 두 축은 제조업과 금융업이다. 제조업과 금융업을 대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다. 삼성물산은 이들 두 회사를 지배하면서 삼성그룹을 컨트롤한다. 삼성전자가 정보기술(IT) 제조업의 중심이라면 삼성생명은 금융업의 중심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금융 계열사 대부분의 최대 주주일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굳이 따지자면 매출이나 그룹 내 위상은 삼성전자가 압도적이지만 지배 구조상으로 보면 삼성생명이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삼성생명의 최고경영자(CEO)는 그룹 내에서 항상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전자 CEO가 그룹 내 최고의 관리 및 기술 전문 인재가 맡아온 데 비해 삼성생명 CEO는 그룹 내 최고의 재무 및 금융 전문 인재의 자리였다.

삼성생명, CPC전략실 ‘주목’

현재 삼성생명의 CEO는 김창수 사장이 맡고 있다. 1955년생으로 충남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후 에스원 특수사업기획실장, 삼성물산 기계플랜트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1년부터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후 2013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30년 가까운 삼성 경력 중 대부분을 삼성물산에서 보내며 해외 공사 수주를 담당한 해외통이다. 김 사장은 기계플랜트본부장으로 부임한 후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화재 재직 당시엔 통합 보험을 중심으로 질병 후유 장해 등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취임 2년 만에 손해율을 10% 포인트 가까이 낮춰 삼성생명의 체질을 개선했다.

김 사장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에는 모두 7명의 부사장이 있다. 최신형 CPC전략실장, 서우정 준법경영실장, 연제훈 개인영업본부장, 방영민 기획실장, 임영빈 경영지원 담당임원, 곽흥주 대표이사실 담당임원, 심종극 전략영업담당임원이 그들이다.

부사장급 중 요직은 CPC(Customer Product Channel) 전략을 담당하는 최신형 부사장으로 볼 수 있다. 2013년 출범한 CPC전략실은 기존의 마케팅실을 대체하는 조직이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상품이, 어떤 채널을 통해 파는 것이 가장 유용한지 분석해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실제 판매까지의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이다.

과거 삼성생명은 상품 개발 조직과 마케팅 조직이 나뉘어 있었지만 CPC전략실이 출범하면서 두 개의 조직을 하나로 묶었다. 위상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올라갔다.

부사장급 중 유일한 등기 임원인 최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거친 ‘재무통’ 중 한 사람이다. 1960년생으로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는 꼼꼼한 일처리로 실력을 인정받아 부사장에 올랐고 사교성도 평가를 받는다.

개인영업본부장인 연제훈 부사장도 개인의 가입 비중이 높은 삼성생명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1958년생으로 홍익대 무역학과를 나온 연 부사장은 1983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삼성전자 등을 거치며 경영전략과 인사부문을 두루 맡았다. 삼성전자에서는 경영전략팀 전무를, 삼성생명에서는 인사팀장 전무 등을 거쳤다. 그전에는 삼성화재 경기대 지점에서 ‘야전 경험’도 쌓은 바 있다.

삼성생명의 역사에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오늘날 삼성생명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9년생인 이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65년 삼성그룹 공채 6기로 그룹에 몸을 담았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정밀공업(현 한화테크윈), 삼성증권 사장 등을 거쳐 1985년 삼성생명 회장을 맡았다.

삼성생명은 1957년 동방생명으로 설립됐다. 당시 생명보험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동방생명은 직장인 대상 단체보험 분야에서 승승장구, 출범 1년 6개월여 만에 생보 업계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강의수 초대 사장이 별세한 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지시로 1963년 7월 삼성그룹에 인수됐다.

동방생명이 가진 ‘브랜드 파워’의 위상은 높았다. 이 때문에 동방생명이란 상호는 무려 20년 가까이 지속됐다. 동방생명이 지금의 삼성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1989년의 일이다.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사장직을 역임한 이수빈 회장은 이 시기 삼성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작업을 담당하며 본격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그는 삼성증권 사장을 거쳐 1995년부터 삼성생명 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이수빈 회장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 퇴진했을 당시 그룹의 ‘공식적인 대표’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도 과거 삼성생명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이수창 회장은 한국 보험업 최초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킨 인물이다. 1949년생인 그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1973년 삼성그룹 공채 14기로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제일제당·삼성중공업 등을 두루 거쳤다. 1993년 보험업으로 돌아와 삼성생명 상무, 삼성화재 상무·전무·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01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후 삼성화재의 주가를 4배나 끌어올렸고 2006년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겨 당시 최대 과제였던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14년에는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생명보헙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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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금융 CEO 사관학교’

삼성생명이 국내 보험업 및 생명보험의 리더라면 삼성화재는 국내 손해보험업의 리더다. 삼성화재는 삼성 금융 계열사 내에서 일종의 CEO ‘사관학교’ 역할을 해 왔다. 삼성화재에서 영업력과 자립도를 입증하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으로 옮겨가 그룹을 대표하는 경영자로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이수창 생보협회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화재는 현재 안민수 사장이 이끌고 있다. 안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 담당 임원을 줄곧 맡아 온 ‘운용 전문가’다. 안 사장은 1956년생으로, 1982년 삼성전자로 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뉴욕투자법인장과 투자사업부장을 거치면서 주로 해외투자 등 자산 운용 관련 업무를 맡아 왔다. 특히 2010년부터 삼성 금융사장단 협의회 사무국장으로 금융 계열사 전략 수립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삼성화재의 부사장급 임원은 모두 6명이다. 이 중 핵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는 전용배 부사장이다. 부사장급 중 유일한 등기 임원인 전 부사장은 안민수 사장, 문효남 사외이사와 함께 이사회 운영과 경영 일반에 대한 권한을 가진 ‘경영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또 일반보험·자동차보험·장기보험 등 보험 종목의 리스크 한도와 리스크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리스크관리위원회도 안민수 사장과 전용배 부사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생명 출신인 전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2000년 이후 구조조정본부, 삼성전자 회장실2팀·경영전략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경영지원팀장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삼성전자 회장실1팀은 수행비서팀이고, 2팀은 재무와 관재 등의 업무를 맡는 곳이다.

업계에서는 전략에 밝은 안 사장과 재무에 능통한 전 부사장을 ‘좋은 콤비’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안 사장이 삼성 금융사장단 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을 때 전 부사장이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지원팀장을 맡아 손발을 맞춘 게 대표적이다. 또 안 사장이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부장이었던 1997년 과장으로 같이 일하기도 했다.

‘콤비 경영’ 덕분인지 삼성화재는 안 사장 부임 후 각종 경영표가 호전되고 있다. 보험 업계가 경영 효율 지표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화재의 경영지표는 개선돼 왔다. 예컨대 국내 일반 손해보험사의 평균 경과손해율은 2013년 말 84.97%에서 지난해 6월 말 85.8%로 악화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화재의 경과손해율은 85.45%에서 83.97%로 개선됐다.

최근 현성철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도 삼성화재 부사장으로 옮겼다. 1960년생으로 대구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현 부사장은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1983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 상무, 삼성SDI 원가혁신팀장, 구매팀장,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쳤다.

삼성화재 CEO 출신 경영인으로는 지대섭 화재보험협회 이사장도 있다. 1953년생인 지 이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1979년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이후 1996년 삼성화재에서 임원(이사)을 단 그는 1998년부터 10여 년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부문 지원총괄과 경영지원 업무를 맡아 삼성전자를 반석 위에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화재를 이끌었다.

주목할 점은 현재 금융업 내 주요 협회장 자리를 삼성 그룹 출신들이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이 자리들은 주로 공직자 출신들이 맡아 왔다. 그만큼 삼성 금융 계열사의 위상이 높다는 의미다. 앞서 소개한 삼성생명 사장 출신 이수창 생명보혐협회장, 지대섭 화재보험협회 이사장과 함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삼성 출신 금융업 협회장이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1952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던 그는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뒤 1989년 삼성그룹에 복귀해 회장 비서실 국제금융팀장과 인사팀장, 삼성전자 자금팀장(상무)을 거쳐 삼성증권 사장까지 지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5년 초엔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선출됐다.

황 회장은 지금의 삼성증권을 반석 위에 올린 인물로도 꼽힌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합류가 타 금융 계열사에 비해 비교적 늦은 편이다. 삼성증권의 전신은 국제증권으로 삼성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은 1992년이다.

황 회장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증권을 맡았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삼성증권은 이 기간에 기업의 ‘체질’을 확 바꿨다. 황 회장 시절 삼성증권은 기존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자산 관리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일찌감치 종합 자산 관리 시장을 선점했다.

그 결과 현재 삼성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자산 관리 부문의 최강자가 됐다. 현재 삼성증권의 고객 자산은 136조원이며, 이 중 금융 상품에 예탁돼 있는 자산은 100조원에 이른다.

현재 삼성증권은 윤용암 사장이 이끌고 있다. 윤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출발해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요직을 두루 거친 핵심 인사다. 특히 ‘상사맨’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비금융사 간 통섭을 이뤄낸 인물로도 꼽힌다.

1956년생으로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윤 사장은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그룹 비서실과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화재 등을 고루 거쳤다. 2005년 삼성생명 기획관리 담당 임원을 시작으로 2010년 삼성화재 기업영업총괄(부사장), 2011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 삼성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했다.

삼성증권의 CEO에겐 주목할 점이 또 하나 있다. 삼성증권 CEO를 맡기 전 주로 삼성자산운용 CEO를 맡는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화재를 맡았던 CEO가 삼성생명 CEO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은 것과 비슷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황영기 금투협회장이고, 윤용암 사장도 마찬가지다. 또 윤 사장의 전임자인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도 삼성자산운용 사장을 거쳐 삼성증권의 CEO가 됐다.

삼성카드 CEO는 삼성 금융 계열사 내에서 약간 독특한 자리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의 CEO는 대부분이 재무 및 금융 전문가가 차지하지만 삼성카드에는 이런 ‘룰’이 없다. 단적인 예가 현재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는 원기찬 사장이 그룹 내 ‘인사통’이라는 점이다.

‘인사통’ 원기찬 사장, 삼성카드 이끌어

원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30여 년간 줄곧 인사 업무를 해왔다.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북미총괄 경영지원팀 부장, 북미총괄 인사팀장, 경영지원총괄 인사팀 인사기획그룹장, DMC(완제품) 부문 인사팀장을 역임했고 2011년 12월부터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 부사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원 사장이 2013년 삼성카드 사장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제조업의 인사통이 금융사를 잘 다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원 사장은 어려운 카드 업계의 업황 속에서도 호전된 실적과 시장점유율을 달성해 우려를 씻어냈다.

또한 IT와 금융을 두루 경험한 그의 경력은 삼성카드의 ‘무기’가 됐다는 평가다. 삼성페이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원 사장의 경영전략은 삼성카드가 핀테크 열풍 속에서 확실한 우위를 다지게 된 원동력이 됐다.

원 사장의 전임자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색다른 CEO다. 최 사장은 공채 출신이 대부분인 삼성그룹 사장단 중에서 최 사장은 외부 영입된 케이스다. 1957년생인 최 사장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해외에서 공부한 후 1988년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지사에 입사했다.

이후 최 사장은 2000년 GE 미국 인터넷캐피털그룹 아시아담당 사장으로 임명됐고 2001년부터 5년 동안 GE에너지 서비스부문 전 세계 영업총괄 사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삼성에 합류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삼성전자로 전격 발탁돼 1년여 동안 고문직을 맡았다.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카드 사장을 거쳐 2014년부터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직(건설부문장)을 맡고 있다.

삼성카드 부사장 자리는 2명이었지만 작년 말 조직 개편으로 1명으로 줄었다. 정준호 리스크관리실장은 자리를 지켰다. 1963년생으로 충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정 부사장은 ‘관료 출신(행시 31회)’이다. 옛 재정경제부 출신인 정 부사장은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조사분석실장과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등을 거쳤다.

정 부사장 외에도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 이상묵 삼성화재 부사장 등이 옛 재정경제부 등을 거쳐 삼성으로 들어간 인물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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