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김창근 의장 중심 7개 위원회 가동

2012년 11월 26일 서울 워커힐 호텔 아카디아 연수원에서 열린 ‘2차 CEO 세미나’. 최태원 SK 회장은 “지주회사와 회장이 단독으로 그룹 경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며 수펙스(SUPEX : Super Excellent)추구협의회(이하 협의회)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는 국내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가게 됐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협의회는 SK그룹만의 독특한 의사결정 조직으로,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직원 100여 명이 사무국에 소속돼 근무하고 있다.

의장과 위원장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 회의를 통해 그룹 내 중요 의사 결정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최 회장이 부재중일 때도 협의회가 존재했기에 그룹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신인맥] SK그룹 지배 구조 혁신 실험 '수펙스추구협의회'
협의회 도입 이후 SK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각자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진다. 협의회는 계열사들을 도울 수 있는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지원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협의회는 복수의 계열사가 참여하거나 그룹 차원의 역량이 동원되는 주요 사업 또는 신규 시장 진출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부터 SK는 7개의 위원회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6개 위원회와 1개 특별위원회로 운영했지만 기존 전략위원회와 정보통신기술(ICT)·성장특별위원회를 합쳐 에너지·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 등 2개의 위원회로 나눠 전문성을 강화했다.

협의회의 중심에는 김창근 의장이 있다. 김 의장은 2012년 12월 협의회 의장에 임명됐다. 1950년생으로 용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의장은 1974년 입사 이후 SK케미칼 외환과장, 자금부장, 재무담당 상무를 거쳤다.

1997년에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을 맡았다. 그는 그룹을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태권도부(유단자)에서 다진 체력으로 잠자는 시간을 하루 3~4시간으로 줄인 채 업무에 매달린 일화로 유명하다.

계열사 CEO 거친 전문 경영인 그룹

에너지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는 그룹의 두 주력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짜고 사업을 재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에너지화학위원회는 정철길 위원장(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이끈다.

1954년생으로 경남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 분야와 ICT 분야를 두루 섭렵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옛 유공에 입사해 석유 개발 사업을 경험했고 SK C&C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시스템 통합(SI) 분야뿐만 아니라 중고차 온라인 거래와 반도체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SK C&C의 비약적 성장을 견인했다.

ICT위원회는 정보통신 분야에 정통한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이 맡고 있다. 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 개발본부장(부사장), 시스템 LSI사업 부장(사장),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삼성종합기술원장, 신사업팀장(사장)을 역임한 연구·개발 분야의 대표적인 기술 인재다. 1953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그는 2014년 SK에 합류했다.

글로벌성장위원회는 관계사별 사업 역량과 경험을 모아 ‘또 같이’ 진행할 수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 발굴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주요 역할이다.

위원장은 유정준 SK E&S 사장이다. 글로벌성장위원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요가 에너지·화학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유 사장이 자리를 맡았다.

1962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자원 개발 등 SK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원을 발굴하는 G&G추진단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SK그룹이 해외 기업과 중요한 합작 투자를 진행할 때 주로 실무 작업을 챙긴 것도 유 사장이었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김영태 위원장(SK 부회장)이 진두지휘한다. 1955년생으로 마산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부회장은 인사, 조직 관리, 기업 문화 분야 전문가로 그룹 내부의 신망이 높다.

SK에너지 울산 CLX부문장, SK(주) 기업문화부문장과 대표이사를 등을 역임, 그룹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또 추진력이 강해 기업과 관련된 각종 리스크가 많아진 요즘 그룹 안팎의 리스크에 대응하고 그룹의 상황을 이해시켜 나가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그룹의 투명 경영을 책임지는 윤리경영위원회는 하성민 위원장이 이끈다. 윤리경영위원회는 그룹과 관계사의 감사와 법무 행정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1957년생으로 동래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 출신인 하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그룹의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경력을 발판으로 그룹 내부의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윤리 경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공헌위원회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관계사와 협력 업체를 아우르는 그룹 단위의 동반 성장 시스템을 만들었다. 위원장은 이문석 SK케미칼 전사장으로 2014년부터 사회공헌위원회를 맡고 있다. 1954년생으로 성동고와 경희대 섬유공학과를 나온 이 위원장은 그룹 내에서 사회 공헌과 동반 성장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인재육성위원회는 그룹이 지향하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또 1979년 제정된 그룹 경영 철학인 SKMS(SK매니지먼트시스템)를 유지 발전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다. 위원장은 김창근 협의회 의장이 함께 맡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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