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한 서울, 사람들이 떠난다…5년 새 27만명 줄어들어
서울시의 개발 억제 정책 총체적 실패
양질 주택 공급된 경기도는 인구 늘어

서울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0년 1057만544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5년 1029만7138명으로 5년 만에 무려 27만8309명이나 인구가 줄었다. 이를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같은 기간 동안 인근에 있는 경기도는 73만7373명의 인구가 늘어났다. 서울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는데 경기도 사람만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은 아니다. 결국 서울의 인구 감소 현상은 자연적 감소가 아니라 서울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서울을 떠나고 있는 사회적 감소가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서울시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현상이든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그에 대한 정확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서울 인구가 감소하는 까닭은?
전세난에 밀려 서울 떠난다?

그러면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이를 전세난과 연관 짓는다. 전세난에 몰린 서민들이 보다 싼 전세를 찾아 눈물을 머금고 경기도 같은 외곽 지역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현상이라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의사 결정이 모여 이뤄지는 것인 만큼 현상은 하나로 보여도 그 안에는 무수한 원인이 상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만약 서울만 전셋값이 오르고 경기도는 전셋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그 가설이 맞겠지만 서울에서 전세난이 벌어질 때는 경기도도 같이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말부터 2015년 말까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5.12% 오른 반면 경기도는 그보다 더 높은 48.58%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서울보다 경기도가 더 전세난에 시달렸던 것이다.

물론 상승률보다 절대 금액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전세는 30%가 올라도 3000만원이지만 2억원짜리 전세는 20%만 올라도 4000만원이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3000만원만 오른 전세를 선택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비싼 전셋값이 서울시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리다.

이 논리가 맞는다면 전셋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인구 유출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2005년의 서울시 인구는 2015년 인구와 비슷한 1029만7004명이다. 불과 134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의 서울시 인구는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전셋값 상승률이나 전셋값 수준과 인구 유출은 상관관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의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게 된 기존 원주민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서울을 떠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떤 특정인을 기준으로 하면 이 말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 때문에 그 지역을 떠나는 사람도 서울 시민이지만 그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도 서울 시민이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 때문에 인구가 줄었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11년 사이에 개발된 은평뉴타운이 은평구 인구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살펴보자. 은평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기 직전인 2003년부터 완공 직후인 2012년까지 서울시의 인구는 1.6% 증가에 그친 반면 은평구의 인구는 47만6843명에서 50만5902명으로 6.1%가 늘었다. 은평뉴타운 개발로 2만9000명 이상의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던 길음뉴타운이 있는 성북구도 2003년부터 2012년까지 7.5%의 인구 증가 효과를 가져 왔다. 인구가 3만4000여 명 더 늘었던 것이다. 결국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든다는 가설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낡은 서울보다 지방 새 아파트 선호

그러면 서울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인구가 늘어난 자치구를 살펴보자. 지난 10년간 서울시의 인구는 134명밖에 늘지 않아 정체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인구가 많이 늘어난 자치구도 있다. 송파구(5만7457명), 서초구(4만4383명), 강서구(3만8318명), 강남구(3만3985명), 은평구(2만9122명)순이다. 강남 3구는 전셋값이 비싸지만 사회 기반 시설(infrastructure)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송파구나 서초구는 지난 10년간 잠실 재건축이나 반포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서 인구 유입 1~2위를 이끌었던 것이다.

인구 유입 3위의 강서구는 지하철 9호선의 개통과 마곡지구의 개발이 인구 유입을 이끌었다.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업무 중심지인 여의도나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져 강서구 주택의 가격대 성능비가 높아지면서 인구가 대거 유입됐던 것이다.

마곡지구 개발에 따른 양질의 주택 보급도 인구 유입 원인의 한 축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유입 5위의 은평구는 앞서 말한 대로 은평뉴타운의 개발이 인구 유입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노원구(-4만6634명), 성동구(-3만7626명), 서대문구(-3만2829명), 도봉구(-3만207명), 강북구(-2만908명)는 전셋값이 싸지만 지난 10년간 사회 기반 시설이 크게 좋아지지 않은 지역이다. 전셋값이 싸지만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는 ‘가성비’를 따지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휴대전화도 가장 싼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싼 피처폰 대신 스마트폰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소비자의 기대 수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끼는 상품이 많이 팔리게 된다. 그 기대 수준이라는 것에는 심리적 안정감까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좋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심리, 즉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고 자란 젊은 세대일수록 삶의 질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파트나 아파트 이상의 양질 주택에 대한 수요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서울시 인구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은 양질의 주택 공급과 관련이 있다. 판교·위례·미사·동탄·한강신도시와 같은 2기 신도시들이 경기도에 자리하면서 서울의 낡은 주택에서 벗어나 경기도의 새 아파트로 이주하는 수요가 인구 유동이라는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서울의 인구 유출 현상은 지난 10년간 서울시 주택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등 오세훈 서울시장부터 이어진 지난 10년간 개발 억제 정책이 양질의 주택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구 유출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의 인구를 늘리려면 사회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활성화, 뉴타운과 같은 지역 사회 기반 시설 개선 노력이 필요한 때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