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MONEY 3월호 '상속의 덧 유류분' 31쪽 걸쳐 소개

[한용섭 머니 기자] 유류분(遺留分) 반환청구 소송은 ‘가족의 전쟁’으로 불린다. 소송 과정에서 은밀한 가족 간 돈 거래가 베일을 벗으며 말 못할 배신감에 울분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멱살잡이까지 해야 하는 걸까.

유류분이란 상속받을 사람의 생계를 고려해 법정상속인 몫으로 유보해 놓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말한다. 한경비즈니스의 월간 자매지 MONEY는 2016년 3월호에서 ‘상속의 덫 유류분’이란 제목의 ‘빅 스토리’를 31쪽에 걸쳐 자세히 다뤘다.

이 가운데 상속 유류분에 얽힌 주요 판례 3가지를 소개한다.
아버지 생전에 할머니에게서 증여받은 부동산은 유류분에 포함될까?
[사례1] 손자 사전 증여

Q.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부동산을 사전 증여했다. 하지만 아들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상속인이 된 손자. 앞서 손자에게 증여한 부동산도 유류분을 산정할 때 포함될까.

A. 아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손자에게 상속하게 되는 것을 대습상속(代襲相續)이라고 한다.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 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소송 사례를 보자. 고령의 A 씨가 2009년 8월 사망하기 전 아들 B 씨가 먼저 사망하고 이에 손자 C 씨가 대습상속을 받게 됐다. 여기서 C 씨는 아버지가 사망하기 이전인 1991년 6월 A 씨로부터 남양주시의 임야 1만6000여 ㎡를 증여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공동상속인이었던 D 씨 등 7명은 C 씨가 증여받은 땅은 특별 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은 “C 씨가 증여 받은 땅은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C 씨가 증여 받은 때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이는 상속분의 선금, 즉 특별 이익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4년 5월 29일. 선고 2012다31802)’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유류분 제도가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한다는 명분 아래 피상속인의 자기 재산의 처분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인정 범위를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사례2] 생명보험금 유류분 산정

Q. 고령의 김모 씨가 사망한 직후 가족들은 그가 고액의 생명보험금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보험 수익자가 막내딸로만 돼 있는 보험금은 유류분 산정을 어떻게 할까.

A. 생명보험은 상속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사람의 사망을 계기로 금전이 지불된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 생명보험금은 고액인 경우가 많고 피상속인이 생명보험금 외에 별다른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았을 때 상속인들은 보험금을 놓고 유류분 갈등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 수익자가 취득하는 생명보험금이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삽입돼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상속인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지만 불행하게도 이 부분에 대한 판결은 많지 않다.

우선 보험금이 상속재산인지 수령한 자의 고유재산인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묘하다. 피상속인 자신을 보험 수익자로 정한 경우 법원은 보험금의 성격을 상속재산이라고 보고 있다.

‘생명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 중 1인인 자신을 보험 수익자로 지정한 경우에도 그 지정은 유효하고 따라서 보험 수익자가 사망하면 그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된다(대법원 2002년 2월 8일. 선고 2000다64502)’고 본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보험 수익자로 지정한 경우는 판단이 엇갈린다. ‘생명보험금의 경우 수익자를 특정 상속인으로 지정했다면 이는 특정 상속인의 고유재산이고 상속재산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1년 12월 28일. 선고 2000다31502)’는 게 대법원의 기본 방침이다.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면 공동상속인 간 유류분 산정에서는 제외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험계약자인 피상속인과 보험 수익자의 실질적 관계를 고려할 때 생명보험금이 보험 수익자의 고유 권리에 의해 취득한 것이라고 하여 유류분의 기초 재산에 산입되는 증여재산에서 제외한다면 상속인 간 공평을 크게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 피상속인이 출연한 보험료 상당액을 각 해당자들의 특별 이익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하급심 판례도 있다.

서울가정법원(2010년 11월 9일. 선고 2009느합285)에서는 ‘보험 수익자가 상속인 또는 상속인 중 특정인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 그 보험금은 각 해당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며 상속재산이 아니지만 피상속인이 보험료를 부담했다면 이는 곧 피상속인이 출연한 보험료 상당액을 각 해당자들의 특별한 수익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사례3] 기여분 vs 유류분

Q. 함께 생활하면서 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돌봐온 E 씨는 부모님 살아생전에 부동산을 증여 받았다. 이후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형제들 간에 상속재산 문제가 불거졌는데 부모님을 모셨던 기여분을 주장하는 E 씨와 형제들 간의 상속재산 다툼은 어떻게 될까.

A. 부모를 생전에 특별히 부양하는 등 기여분이 인정된다면 공동상속인들과의 유류분 산정에서 기여분 부족 금액만큼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망인은 생전에 E 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E 씨에게 총 1억6000만원을 증여했고 그 결과 망인이 사망할 당시 망인 명의의 재산은 남아 있지 않아 1억6000만원 전부가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산입됐다.

E 씨는 인천지방법원에 상속재산 분할 및 기여분 심판을 청구했지만 분할 대상 상속재산이 없어 상속재산 분할청구는 부적법하고 상속재산 분할 청구를 전제로 한 기여분 청구 역시 부적법하다고 해 청구가 모두 각하됐다.

이후 공동상속인인 F 씨가 유류분반환청구를 제기하자 E 씨는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했는데 법원은 상속재산 분할 및 기여분 심판 사건에서 E 씨의 기여분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E 씨가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기여분 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서 기여분을 공제할 수는 없으므로 E 씨의 기여분 공제 항변은 인용될 수 없다고 명백히 판시했다(대법원 2015년 10월 29일. 선고 2013다60753).

또한 재판부는 “기여분은 상속재산 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해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과 서로 관계가 없다”며 “설령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유류분을 산정할 때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고 기여분으로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고 해서 기여분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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