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금리 인하 필요하다
정책의 생명은 ‘타이밍’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올 들어 경기 둔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중국 경기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 2월 중국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4% 급감하는 등 당초 우려보다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세계적 경기 둔화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하지만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지난 1월 마이너스 18.5%, 2월 마이너스 12.2%로 나타나고 수출 금액도 사상 최장인 14개월 연속 감소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와 투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출 부진이 내수 불황을 확대하는 악순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중 전기 대비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이 마이너스 1.4%로 나타나 소비 절벽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1년 전에 비해 5.5% 감소하면서 침체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투자-수출이 부진하다 보니 기업과 소비자의 불안 심리도 커져 2월과 3월 모두 소비자심리지수(CSI)가 기준치 밑으로 떨어졌고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67로 낮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물론이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월 경제 동향’ 발표에서 경기 둔화가 뚜렷해 단기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급락, 미국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과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일본과 유럽연합(EU)의 더딘 회복 등이 대외적 원인으로 꼽히고 대내적 원인으로는 소비와 투자의 구조적 부진이 꼽히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거·일자리·노후 대비가 불안한 상태에서 소비를 늘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도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바이오와 헬스, 인공지능, 3D 프린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산업들이 아직은 미미한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새로운 표준과 규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선발주자의 이점은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러한 대내외적 저성장 요인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물론 없다. 정부도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나름의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1분기에 21조원 이상의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하는 미니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양재·우면 지역에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하는 투자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이 밖에 소비재 수출 활성화, 청년과 여성 일자리 대책 등 다각도의 경기 활성화 대책이 예정돼 있다. 이런 정책들이 과연 기대만큼의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최근의 경제지표와 경제 주체들의 심리 상태로 봐서는 경기 둔화 추세를 되돌리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일자리 창출-소득 증대-소비 확대-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지불해야 하는 경제·사회적 비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학습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이 전 세계적인 유효수요 부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앞선 두 차례의 위기와는 분명 성격이 다르다.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기’라는 표현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최근 체감 실적은 그에 못하지 않고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섣부른 경기 부양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여하에 따라 타당한 주장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정도의 비용만 지불해도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 더 이상의 확장적 정책은 자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현 상황이 그럴까. 조금 과장되게 비유하면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회복되면 헬스장 다니라고 회원권 사주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묻고 싶다.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시성(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뒷북치는 정책의 무용성은 그동안 무수히 많이 목격했다. 한국의 경기순환 주기상 올해는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 하락세를 멈추고 이를 반등세로 돌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명확히 표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정부의 재정적 여력과 금리 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 유효수요를 직접 창출한다는 측면에서는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한 재정지출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선제적 금리 인하의 필요성도 크다.

금리 인하의 폭도 매우 제한적이고 효과도 제한적으로 나타나겠지만 경기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일관된 정책 의지를 표명한다는 차원에서 실기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책의 생명은 ‘타이밍’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