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에서 예약까지' 글로벌 푸드테크 붐
음식료 시장의 온라인화에 따라 ‘푸드테크’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음식료 부문은 다른 산업에 비해 온라인화가 느린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최근 음식료와 관련된 상거래 영역 또한 점차 온라인화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제품이 공산품처럼 균등하지 않아 가격 비교가 어렵고 식품과 관련된 것은 유통기간이 짧아 배송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유통 시스템의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푸드테크(foodtech)는 음식을 칭하는 ‘푸드(Food)’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가 합쳐진 용어로, 식품 관련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창출된 신산업을 뜻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해 맛집 추천 및 검색, 식당 예약 서비스 등을 모두 포괄한다.

푸드테크는 빅 데이터, 비콘(Beacon) 등을 이용해 맛집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에서부터 요리·배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기술로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중국 유미왕, 1시간 내에 신선식품 배달

세계 각지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CB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미국 내에서만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10억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졌고 올해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지난해 푸드테크 스타트업 열기가 정점을 찍었다.

터키의 음식 배달 스타트업 밀박스는 2015년 8월 3일 36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또 다른 터키의 음식 주문 스타트업 예멕세페티는 2015년 5월 독일 기반의 글로벌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됐고 인수 금액은 5억8900만 달러에 달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 배달 앱 시장 2, 3위를 달리고 있는 요기요와 배달통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한편 영국에서는 음식 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루가 지난해 7월 말 700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5년 1월에도 25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딜리버루의 기업 가치는 3억1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식자재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블루에이프런·플레이티드 및 벨기에와 인도의 음식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테이크잇이지·스위기 등 전 세계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의 식료품 배송 관련 스타트업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유미왕(Yummy77.com)은 2014년 아마존으로부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 받아 중국 주요 도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미왕은 빠른 배송과 서비스를 무기로 설립 1년 만에 100만 회원을 돌파하는 동시에 첫해 매출 1억 위안(약 163억원)을 달성했다.

유미왕은 중국의 신선식품 배달 전문 스타트업으로,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1시간 내에 배달을 완료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27위안(약 5000원) 이상이면 배송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결제는 위챗페이와 현금 모두 가능하다.

◆스타벅스, 선주문 앱 서비스 확대

연간 7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구글·그루폰 등 대기업까지 관련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그루폰은 2015년 7월 중순, 음식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인 ‘오더업’을 인수했고 7월 말에는 음식 배달과 테이크아웃 서비스 그루폰투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루폰은 오더업을 지역 내 요식업 시장과 연계해 독립 브랜드로 운영할 계획이다.
'배달에서 예약까지' 글로벌 푸드테크 붐
그루폰투고는 글로벌 프랜차이즈와의 협력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최대 소셜 커머스 업체 그루폰이 가지고 있는 이용자 기반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폭발적 성과가 기대된다. 40만 개 레스토랑의 메뉴와 재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푸드지니어스(Food Genius)’가 식품 프랜차이즈와 유통 업계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5월 기존 검색 서비스와 연계한 음식 주문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아마존도 2014년 12월부터 아마존프레시 등 식료품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최근 농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씨앗과 토양 정보를 모아 분석해 주는 회사로, 날씨 변화와 곡물에 따른 재배 방식을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한 뒤 그 다음 해 농업 생산량을 예측해 주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타코벨과 스타벅스의 선주문 시스템 등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업계의 푸드테크 시장 진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타코벨은 2014년 10월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중 가장 먼저 선주문 앱을 선보였고 출시 4개월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 오더앱으로 진행된 주문은 매장 주문보다 건당 평균 20% 높은 매출을 보이며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2014년 12월 미국에서 선주문 앱(사이렌오더)을 포틀랜드에서 테스트한 후 올해 21개 주로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스타벅스는 선주문 시스템을 올해 4000개 매장으로 확대 적용했고 연내 7400여 미국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의 성공으로 맥도날드·피자헛·서브웨이·던킨도너츠 등 경쟁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선주문 앱을 출시하거나 준비 중이다.

◆한국, 배달 앱 중심 업계 재편 예상

국내 배달 앱 시장 규모는 거래액 기준 2014년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출시 5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지만 전체 배달 음식 시장 규모가 12조~14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 업체의 배달 범위가 배달 음식점에서 일반 음식점으로, 나아가 신선식품으로 확대됨에 따라 배달 업체들이 커버할 수 있는 시장이 65조원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푸드테크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모바일로 주문하면 지역 농가에서 상품을 직접 가져와 소비자 문 앞에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도 출시됐다. 한국의 헬로네이처는 생산 농부의 이름을 붙여 24시간 내에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현재 6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푸드테크 업체들은 크게 7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째, 배달의 민족과 같이 모바일에서 버튼을 눌러 결제하면 음식을 배달해 주는 ‘배달 앱’. 둘째, 맛집 추천·예약 대행 서비스. 셋째, 모바일로 주문하고 매장을 방문해 커피나 음식을 픽업하거나 먹을 수 있는 O2O 서비스. 넷째,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와 필요한 식재료를 집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 다섯째, 식재료만 배달해 주는 서비스, 여섯째, 정기적으로 식재료나 음식을 배송해 주는 정기 배송 서비스. 마지막으로 레시피를 공유하는 서비스 등이 있다.

국내에서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는 맛집 추천 서비스 망고플레이트와 ‘식신 핫 플레이스’를 서비스하는 씨온 등이 있다. 망고플레이트는 지난해 6월 퀄컴·소프트뱅크코리아 등으로부터 67억원을 투자 받았고 씨온은 지난 2월 IBK캐피탈로부터 80억원을 투자받았다. 향후에도 푸드테크 산업으로의 진입과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푸드테크 분야는 이전부터 배달 앱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가운데 배달의 민족을 중심으로 향후 업계 재편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드테크 분야의 활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푸드테크 업체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는 단계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의 푸드테크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이미 다양한 국가를 아우르는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빠른 실행력을 기반으로 한 한층 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국내 ICT와 식음료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푸드테크의 새로운 아이디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한 사업 체계 구축,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유망산업을 진흥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핀테크지원센터'와 같은 유망산업 진흥센터들을 확대·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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