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껌으로 일본열도를 제패한 롯데는 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 이후 롯데쇼핑·호텔롯데·롯데케미칼 등을 거느린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는 차별화된 품질과 고객 만족 서비스로 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인도에 주력했던 글로벌 사업을 보다 확대해 아시아 대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있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 임직원과 주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양국을 아우르는 ‘원 롯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1인 지배 체제 하에 대부분의 회사를 비상장사로 유지해왔다. 한일 양국 롯데의 수장이 된 신동빈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롯데가 지켜 온 철의 장막을 하나둘 걷어낼 계획이다.
◆증권사 평사원 근무…1990년 롯데 합류 신동빈 회장은 2011년 2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회장이 됐다. 1997년 부회장 승진 이후 14년,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한국롯데에 합류한 지 21년 만이다.
신 회장은 1955년 2월 일본에서 태어나 1977년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2남 2녀 중 차남인 그는 1980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이듬해부터 1988년 2월까지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하며 국제금융 감각을 키웠다.
롯데가 아닌 곳에서 평사원으로 먼저 근무한 것은 경험과 겸손을 배울 수 있도록 한 신 총괄회장의 배려인 동시에 일종의 경영 수업이었다. 신 회장은 이 시기를 선진 기업의 재무관리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피부로 접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1988년 일본 롯데상사 입사에 이어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하면서 한국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신 회장은 이후 체계적으로 경영 능력을 쌓았고 2004년 10월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취임과 함께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그는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적으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내수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도 신 회장이다.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그 원동력이었다.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을 한국과 영국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그가 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 롯데는 하이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중국 타임스 등을 비롯해 지난해 인수한 KT렌탈(현 롯데렌탈)과 삼성의 화학 계열사까지 국내외에서 30여 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공시켰다.
롯데는 현재 세계 20여 개국에 다양한 사업부문이 진출해 있으며 해외 근무 인원만 6만 명이 넘는다. 2004년 23조원이던 그룹 매출은 2014년 81조원을 넘어섰다.
신 회장은 특히 어려운 시기가 닥칠 때마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지속적 투자로 위기를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내수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채용 인원 또한 전년보다 늘어난 1만5800명에 달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정책본부 주요 임원회의에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며 “트렌드 변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성장 모멘텀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회장은 또 지난해 12월 초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협력과 개방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호텔과 정보통신을 상장한 뒤 점차 기업공개 비율을 늘리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투명 경영 강화와 미래 성장 사업 기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정면 돌파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내홍을 겪었다.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으로부터 촉발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하지만 8개월간에 걸친 싸움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 회장이 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신 전 부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잇따라 승리한 때문이다. 신 회장은 주총 승리 이후 경영권 강화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 회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공이 컸다. 롯데 정책본부는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구성된 일종의 ‘브레인 본부’다.
롯데 정책본부는 대외협력실·운영실·개선실·인사실·지원실·비서실·비전전략실의 7개 실무 부서로 구성된다. 이들 부서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정책과 인사 등 주요 부문에 관여하고 있다.
롯데 정책본부의 중심에는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있다. 1947년생으로, 경북사대부고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했다. 이 본부장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롯데쇼핑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정책본부에서 신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2011년 롯데그룹 전문 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중심을 잡고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을 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롯데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검증되고 고락을 함께하면서 임직원의 신뢰를 쌓은 분이 그룹을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며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야기된 작금의 사태는 그룹의 미래와 발전에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은 롯데의 대외 창구 역할을 한다. 1950년생으로, 대구고와 고려대 행정학과 출신이다. 1977년 롯데쇼핑 입사 후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장을 거쳐 2014년 8월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에 취임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분쟁 확대를 차단하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했다.
황각규 운영실장(사장)은 계열사 관리를 총괄한다. 비전전략실과의 공조를 통해 국내외 인수·합병에도 관여한다. 황 실장은 1955년생이다. 마산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그는 신 회장의 오랜 측근으로 분류된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근무하다가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옮겨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할 때 바로 밑의 담당 부장이 황 실장이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이 발표한 기업 투명성 강화, 지배 구조 개선 등에 대한 쇄신 방안을 주도한 이가 황 실장이다.
김재화 개선실장(사장)은 1954년생으로, 대구상고와 경기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롯데로지스틱스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롯데그룹의 건강한 조직 구조 및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투명 경영 등 지배 구조 개선 TF 가동
윤종민 인사실장(부사장)은 1960년생으로, 청구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왔다. 그는 롯데그룹 대표 인사·교육 전문가로 통한다. 신 회장의 조직 인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실장은 신 회장이 강조한 고용 평등 제도 구축을 위해 ‘능력 위주 채용’, ‘여성 인재 선발제’ 등을 도입했다.
이봉철 지원실장(부사장)은 1958년생으로, 브니엘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실장은 롯데손해보험 대표 등을 거쳐 정책본부에서 재무 및 법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배 구조 개선 TFT 팀장도 맡고 있다.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과 그에 걸맞은 업무 처리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는 롯데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구축하고 대내외 금융 리스크를 분석해 사전에 위험을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일민 비서실장(전무)은 1959년생이다. 서대전고와 충남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머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롯데쇼핑에서 해외 업무 등을 맡아 온 글로벌 전략통이다.
임병연 비전전략실장(전무)은 1964년생이다. 풍생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임 실장은 경제 산업 전반을 연구하는 롯데미래전략센터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M&A를 담당하는 비전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있었던 KT렌탈 및 삼성 화학부문 3사 인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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