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아이디어]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고?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2013년 7월 발간된 영국 옥스퍼드대의 ‘고용의 미래’라는 논문은 미국 내 702개 직업이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높다고 제시했다. 논문에 따르면 47%의 직업이 교체 위험(확률 70% 이상)에 처해 있다. 인간은 로봇에 의해 설 자리를 잃고 마는 걸까.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미생’, 영화 ‘신의 한수’ 등으로 최근 바둑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로봇 대 인간이라는 점도 부각돼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게임)는 세기의 대결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실망의 원인은 대결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이 아닌 단지 대결에 불과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인간은 바둑을 둘 때 잡생각을 한다. 시간 손실이 생긴다. 인간 대 인간이라면 상관없지만 알파고가 상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알파고는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중 바둑에만 집중한다. 시간제한이 생기는 순간 알파고에 유리하다.

둘째, 알파고는 최첨단 계산기로 확률을 계산한다. 인간은 오직 뇌를 통한 암산으로 대응한다. 시간이 제한될 때 그 차는 더욱 극대화된다. 공정하지 못했다. 공정하지 못하다면 진정한 의미의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게임의 전제 조건인 공정성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대결에서 인간이 로봇에 졌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혹여 공정한 게임에서 졌다고 해도 주객을 전도할 이유는 전혀 없다. 로봇은 인간을 위한 도구인 객이다.

인간은 자동차보다 느리고 컴퓨터보다 실수가 많지만 자동차는 주인인 인간의 빠른 이동을, 컴퓨터는 보다 정확한 계산을 도와준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도구다. 알파고도 마찬가지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왔지만 인간은 발전을 통해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로봇은 인간이 미지의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해주는 여유를 안겨주고 필요성을 자극해 주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로봇은 인간을 거들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