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서 IoT, 의료 분야까지 활용…분산된 디지털 장부}
블록체인, 디지털 거래의 ‘만능키’ 될까
(사진) 2015년 12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블록체인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종민 딜로이트안진 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오늘날과 같이 대면 관계가 없는 디지털 상거래가 글로벌하게 대규모로 이뤄지는 세상에서 다수 참여자들 간의 신뢰와 합의의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블록체인(Blockchain)’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기술로 비트코인(Bitcoin)과 관련돼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을 쓰는 개발자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통제나 관여가 필요 없는 전자 암호화 화폐의 구현 방안을 제시하면서 미래의 화폐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블록체인은 이 비트코인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로, 디지털화된 거래 장부의 분산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블록체인이란 명칭은 거래 내역을 기록한 블록들이 시계열순으로 연결돼 체인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분산된 디지털 장부는 블록체인에 관여된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에 동일한 사본으로 유지되는데, 블록체인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네트워크의 참가자들이 그 거래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이때 전체 참여자의 51% 이상이 정당한 거래라고 인증하면 거래가 확정돼 블록체인 내 모든 장부가 변경 및 동기화된다.

◆은행 인프라 유지 비용 150억 달러 이상 절감

이런 검증 절차는 수학적 암호화 및 계산 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일명 ‘암호화 화폐’로 불리며 한 개인이나 단체가 전체 네트워크 계산 능력의 51%가 넘는 컴퓨팅 자원을 보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해킹을 통한 장부 변경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산탄데르 이노벤처스는 블록체인 기술이 전 세계 은행들의 인프라 유지 비용을 2022년까지 150억~200억 달러 정도 절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에는 금융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새로운 블록체인의 구현을 목표로 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BOA)·모건스탠리·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 등 40개 이상의 은행들이 참여해 공동 연구 중이다. 미국의 나스닥 또한 상장 전 장외주식 거래시장의 주식거래에 블록체인의 활용을 실험하고 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들 간의 거래 처리와 연동, 보안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삼성과 IBM은 에테리움(비트코인 블록체인과 다른 블록체인 기반의 프레임워크)을 이용해 IoT 기기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념 검증용으로 개발했다.

유통업에서의 지급 결제 수단, 소비자 로열티 프로그램, 의료 분야에서의 이해관계인들 간의 진료 기록 공유, 공공 부문에서의 부동산 등기 기록 등에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많은 산업의 리더들이 블록체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경쟁 우위와 파괴적인 혁신을 목표로 소셜·모바일·애널리틱스·클라우드·인지기술 등의 디지털 기술을 살펴보고 있는 기업들은 블록체인을 눈여겨볼 일이다.

jongmpark@deloit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