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첫 발견…예멘 ‘모카’에서 의약품으로 전파}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인생의 쓴맛을 커피에 비유하곤 한다. 커피는 쓰다. 설탕이나 우유와 같은 첨가물을 넣으면 좀 낫지만 기본적으로 커피 맛은 쓰다. 어릴 때는 쓰다고 마시지 않던 사람들이 커서는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언제부터 이 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까. 커피에 대해 알려면 먼저 커피의 성분부터 살펴봐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

커피나무에서 꽃이 피어 지고 난 후 4~5일이 지나면 꽃이 떨어진 자리에서 열매가 자란다. 체리의 색깔과 모양을 닮은 이 열매가 커피체리다. 갓 수확한 커피체리에서 2시간 내 가공 과정을 거쳐 얻는 게 바로 생두다. 생두는 60% 정도가 탄수화물이다. 단백질 10%, 지방이 10~15% 정도 섞여 있다.

커피의 대표적 성분으로는 카페인·클로로겐산·트리고넬린 등이 있다. 그중에서 카페인은 커피의 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다. 생두에서 카페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 안팎으로 소량에 불과하다.

커피의 다양한 추출 방식에 따라 카페인의 함량은 다르지만 보통 커피 1잔(200mL)에 40~8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카페인은 커피를 뜻하는 독일어 ‘카페(Kaffe)’와 프랑스 ‘카페(cafe)’에서 유래됐다.

카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카페인을 섭취하면 각성 효과,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기분이 들뜨는 증상, 이뇨 작용에 따른 배뇨감 등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도 피로할 때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찾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는 것이다. 카페인은 피로를 풀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해 피로를 누적시킨다.

커피 속에 다량 포함돼 있는 클로로겐산은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으로 당뇨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생체 내에서 과산화지질의 생성 억제 효과, 콜레스테롤 생합성 억제 효과 및 항산화 작용, 항암 작용 등을 한다.

커피의 독특한 쓴맛은 타닌에서 비롯된다. 타닌은 약 3~5%가 들어 있고 대개 하급품일수록 함유량이 많다. 원두를 지나치게 볶거나 달이면 용출량이 늘어나 쓴맛이 더 강해진다. 침출 시간이 길면 타닌이 분해된다. 그러면 커피의 풍미를 떨어뜨리는 파이로갈롤이란 성분이 생긴다.
고종 황제 마시던 커피, 대중화에 성공
◆1880~1890년 전후 커피 국내 도입

커피는 8~9세기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카파(Kaffa)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들이 커피를 음료로 본격 마시기 시작한 것은 15세기께 예멘의 모카(Mocha)에서부터다. 당시 커피는 음료보다 의약품으로 알려져 널리 전파됐다.

유럽 전역에 계몽주의 열풍이 불어 닥친 17~18세기의 커피는 ‘이성의 시대’를 상징하는 음료로 각광받았다. 커피는 맥주·와인과 같은 알코올음료와 달리 지적 활동을 자극하는 각성 효과를 지닌 것으로 여겨져 귀족은 물론 성직자와 지식인 계층에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1650년 영국 옥스퍼드대 내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1652년 런던에도 커피하우스가 등장하면서 그 후 30여 년 만에 커피하우스의 수는 3000곳으로 늘어났다. 커피하우스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평등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이자 커피하우스는 상업적 혁신의 발원지로 거듭났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 로이드의 탄생지가 바로 커피하우스다. 로이드보험조합의 시초는 1688년 에드워드 로이드가 런던에 문을 연 ‘로이드 커피하우스’에서 비롯됐다.

프랑스도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러던 중 1714년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루이 14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과의 조약에 의해 커피나무 한 그루가 프랑스에 들어왔다. 이 한 그루의 커피나무가 훗날 남아메리카·중앙아메리카·멕시코 등 프랑스 식민지령에 커피를 전파하는 단초가 됐다.

국내에 커피가 도입된 시기는 1880~1890년 전후로 전해진다. 1883년 조선에 온 영국 외교관이 작성한 기록에 따르면 독일인 지인의 집을 방문해 커피를 마셨다고 적혀 있다. 또 다른 공식 문헌상의 기록은 1895년 러시아 공사가 고종 황제에게 커피를 권했다고 한다. 당시 고종 황제는 을미사변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었다.

1950년 6·25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당시 미군 군용 식량에 포함돼 있던 인스턴트 커피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인스턴트 커피는 국내 커피 문화 발전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국내 최초로 자체 생산한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인 곳은 동서식품이다. 1970년대 초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그 후 1976년 커피믹스의 개발과 1978년 커피 자판기의 등장은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어 냈다.
고종 황제 마시던 커피, 대중화에 성공
◆커피 품종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 품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아라비카·로부스타·리베리카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가 원산지인 리베리카는 다른 두 품종에 비해 생산량과 카페인 함유량이 적어 상업성이 뒤처진다. 그래서 흔히 커피라고 하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칭한다.

원산지가 에티오피아인 아라비카는 콜롬비아·브라질 등의 고원지대에서 재배된다. 해발 800m 이상의 서늘한 고지대에서 열매가 익어 밀도가 단단하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며 맛과 향이 풍부하다.

콩고가 원산지인 로부스타는 고온다습한 저지대에서 잘 자란다. 카페인 함량이 높고 풍미가 부족하다.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나 블렌딩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커피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브라질이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32%를 차지하며 매년 소비량도 꾸준히 증가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비 대국이기도 하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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