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이미지 인식·처리 기술 유망}
{미디어 콘텐츠 기업도 ‘4차 산업혁명’ 수혜주}
눈 달린 알파고? 광학 기술 뜬다
"(사진)지난 3월 8~15일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AP 연합뉴스)"

[정리=한경 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누구의 승리를 지지했건 상관없이 알파고의 승리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런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발전된 기술에 대한 환영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이미 1930년대 케인스는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에서 2030년 기술의 시대를 예언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에서의 장기 트렌드를 짚어봤다.


◆기술 발전이 인간을 빈곤에서 구원

사람들은 흔히 기술의 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공지능은 인류를 파괴하는 사악한 힘으로 등장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인간애를 그린 영화 ‘그래비티’ 역시 우주는 너무도 위험한 곳이며 차라리 무인도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더 좋은 것이라고 묘사한다.

유전자·바이오 기술도 그렇다.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유전자 기술이 만든 복제 인간과 인간 존엄을 해치는 위험성에 대해 얘기한다. 반면 인공지능과 협조해 위기를 극복하거나 우주의 신비를 그린 영화는 거의 없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18세기 에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과 비슷하다.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혁명 당시 나타났던 기계 파괴 운동을 뜻한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산업혁명이 시작되자 최초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나타났다.

생산의 공업화는 당시 가내수공업에 의존하던 생산이 기계로 대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나폴레옹 전쟁과 기상이변까지 겹치면서 몰락한 수공업자와 빈민 노동계급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은 기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시작했다.
눈 달린 알파고? 광학 기술 뜬다
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 결과를 알고 있다. 산업혁명과 기계의 발명이 인간을 파괴하기는커녕 우리에게 풍요와 여유를 선물했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현대사회의 월급쟁이들이 300년 전에 태어났다면 노비나 농노, 혹은 잘해야 평민(농부)으로 살았을 것이다.

이들은 절대 빈곤 속에 살았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절대 빈곤율은 90%가 넘었다. 절대 빈곤율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산업혁명 이후부터다.

어쨌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말 기계와 로봇이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인공지능은 성인 천재들과의 경쟁에서는 승리하지만 3세 아이와의 대결에서는 아직 승리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당장 우리에게 당면한 위기는 인공지능의 공격이 아니라 그것을 컨트롤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문제들이다.

러다이트 운동도 기계를 파괴했던 어리석은 인간의 폭동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좀 더 살펴보면 최초의 노동운동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산업혁명 당시 기계화된 공장이란 게 처음 생겨났기 때문에 노동 관련 문제를 처리할 법률이나 규칙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음껏 부려 먹었다.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준 계기가 된 것이다. 즉, 산업혁명으로 우리가 당장 우려해야 하는 것은 소득 계층 간의 문제, 즉 빈부 격차 문제라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의 이론인 ‘쿠즈네츠 곡선’이 이를 말하고 있다. 기술(경제) 발전이 궁극적으로는 소득분배와 절대 빈곤에 도움이 되지만 기술(경제) 발전 초기에는 빈부 격차가 확대된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문제는 기술이나 인공지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과 제도에 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에 쓴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기술이 진보한 100년 뒤의 미래를 예측했다. ▷1인당 생산력이 8배 정도 늘어 하루 3시간, 주간 15시간 노동 ▷사람들이 경제문제를 인식하지 않고 문화·예술만 생각 ▷돈만 밝히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사회가 그 세 가지 요건이다.


◆주 15시간 근무 시대 열린다면

케인스가 말한 100년 뒤는 2030년으로 15년 남았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15년 뒤 이 예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이지만 전혀 허황된 것만도 아니다. 이미 선진국의 상당수는 주당 26~28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독일·노르웨이·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의 몇몇 기업들은 주 4일 근무제를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 국가의 기업 경영자들이 더 착해서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 등으로 생산성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그들의 주 4일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혁명이 나타난다면 우리에게 주 4일 근무를 선물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케인스의 말처럼 주당 15시간 근무의 시대가 열린다면 결국 노동을 하지 않는 인간은 권태로워질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권태로움을 극복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무인 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5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생각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수혜주는 뜻밖에 미디어·콘텐츠 기업 혹은 여행·문화와 관련된 기업들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광학 기술이다. AI는 쉽게 말해 두뇌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두뇌는 그 자체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신호를 받아들인다. 그중 대부분이 시각에 의존하는데, AI의 응용 분야 역시 시각(광학기술)을 통한 신호 인식이다. 재난·국방·생산·자동차·의료·사물인터넷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시각적 인식을 통한 입력이 많다.

따라서 AI 발전과 관련해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오히려 하드웨어 분야인 광학 기술, 그와 관련된 처리 기술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테크윈의 사업부였던 삼성디지털이미징을 합병하고 최근 카메라 사업 철수설에도 불구하고 광학렌즈·센서 등의 개발을 지속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