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아이디어] 유가 70~80달러 회복을 점치는 이유
"세계 수요는 예전만큼 증가할 수 없어도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는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르면 내년부터 원유 시장은 수급 균형 상태에 도달할 전망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전 의장은 최근 블로그에 ‘주가와 유가 간 관계’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유가와 관련해 흥미로운 데이터가 사용됐다.

유가 하락을 수요 감소에 따른 효과와 그 밖의 효과로 분리한 내용이다. 이 방법을 처음 착안한 사람은 제임스 해밀턴 캘리포니아대 교수이고 버냉키 전 의장 역시 이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유가를 어떻게 수요 부문만 떼어내 분석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버냉키 전 의장은 세 가지 변수를 사용했다. 바로 구리 가격, 미국 국채 금리, 미국 달러지수다. 이 세 지표가 전반적인 원유 등 상품에 대한 세계 수요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본 셈이다. 구리 가격과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할 때, 미국 달러지수는 하락할 때 세계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가정했다.

버냉키 전 의장과 해밀턴 교수는 방법론이 유사하지만 시기 구분에 차이가 있어 변수별로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소 다르다. 여기에서는 버냉키 전 의장이 사용한 계수를 활용했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유가 하락분인 68달러(40달러 기준) 중 45%인 30달러가 세계 수요 부진에 따른 영향이다. 나머지 38달러는 공급 쪽 영향이다. 30달러를 더 분해하면 이 중 구리·달러·금리가 유가를 각각 13.3달러, 13.3달러, 3.4달러 끌어내렸다.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공급과잉이 해소돼야 유가는 더 반등할 수 있다.

결과 자체만 놓고 보면 색다를 것은 없다. 유가가 추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구리 가격 및 금리 상승, 달러 약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결과다. 유가 하락분에서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분을 분해할 수 있다는 의미는 향후 유가 반등 여력을 측정할 때 매우 중요하다.

세계 수요는 예전만큼 증가할 수 없어도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는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르면 내년부터 원유 시장은 수급 균형 상태에 도달할 전망이다. 수급 불균형만 해소된다면 유가가 다시 70~80달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유가에 대해서는 낙관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