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전통 차 문화 부흥 이끈다}
'오설록' 한국이 만든 프리미엄 차(茶)
(사진) 오설록 제주 차밭에서 2016년 햇차를 수확하는 모습. /아모레퍼시픽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국에는 차라는 게 없지. 보리차나 숭늉이 전부예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일본의 차 문화는 사실 한국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다듬고 가꿔 세계에 자랑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문화 사업은 대기업이 앞장서야 하건만 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손을 대지 않아요. 그러니 나라도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 내고 싶어요.”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고(故) 서성환 회장이 녹차 사업에 뛰어들 당시 했던 말이다. 서 회장은 우리 고유의 전통 차 문화를 부흥하기 위해 1979년 제주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 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서 회장의 신념으로 제주와 첫 인연을 맺은 아모레퍼시픽은 1980~1990년대 들어 서광·도순·한남에 이르는 330만5000㎡(100만 평) 규모의 ‘오설록 유기농 차밭’을 일궈냈다. 제주 오설록 차밭은 중국 황산, 일본 후지산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산지로 손꼽히는 차 재배지로 거듭났다.

청정 제주의 직영 차밭에서 100% 유기농으로 생산한 녹차 브랜드 ‘오설록’은 차 애호가를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오설록 제주 차밭, 2016년 햇차 수확 시작
'오설록' 한국이 만든 프리미엄 차(茶)
(사진) 오설록 명차 ‘일로향’. /아모레퍼시픽 제공

오설록은 4월 8일부터 돌송이차밭을 비롯한 제주 각지에서 올해 첫 차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오설록 햇차는 24절기 중 다섯째 절기인 청명 이후 맑은 날만 골라 제주 차밭에서 자란 새순을 하나하나 채엽해 만든다.

녹차는 채엽 시기에 따라 첫물차·두물차·세물차로 그 종류가 달라진다. 보통 채엽 시기가 늦어질수록 비타민 C의 양이 많고 카페인도 감소한다. 하지만 차의 감미를 내는 아미노산과 향을 내는 성분의 함량이 낮고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 함량은 높다. 따라서 첫물차는 두물차나 세물차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2016년 햇차로 만든 오설록의 프리미엄 티 ‘일로향’은 4월 19일부터 전국 오설록 티하우스와 백화점 온라인 몰 등에 출시됐다. 일로향은 ‘차를 끓이는 다로의 향이 향기롭다’는 의미를 담은 최고급 차다. 매년 4월 잔설이 쌓인 한라산 차밭에서 적은 수량만 한정 생산된다.

일로향은 특히 여러 세계 명차 대회에서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 품평회 ‘북미 차 챔피언십’에서 일로향은 덖음차(생잎 중의 산화 효소를 파괴하기 위해 솥에서 덖어낸 차) 부문에서 2009년, 2011년, 2012년, 2014년 4차례 1위를 수상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오설록의 프리미엄 녹차 라인 ‘세작’, ‘우전’, ‘일로향’이 각각 이 부문 1, 2, 3위를 석권했다. 일로향이 최근 4년간 대회 1위를 지켜온 데 이어 2015년에는 오설록의 더 많은 제품이 정상의 자리를 이어 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까지 13차례 열린 이 대회에서는 세계 유명 차 전문가들이 색상, 향, 맛, 입 안에서의 촉감 및 맛의 밸런스 등을 블라인드 테스트로 채점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브랜드 협찬을 받지 않고 진행하는 독립 경진 대회로, 매년 그 권위가 높아지고 있다.

세작은 곡우 즈음 채엽한 어린 찻잎으로 만들어 맛과 향이 좋은 작설차(곡우에서 입하 사이에 차나무의 새싹을 따 만든 한국의 전통차)다. 증기로 찌고 덖은 ‘옥록차’와 덖음차를 최상의 비율로 블렌딩했다.

우전은 이른 봄 여린 차순을 채엽해 전통방식 그대로 덖어 낸 고급 우전차(곡우 이전에 딴 잎을 가공해 만든 녹차)다. 순하면서도 끝 맛이 달고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오감으로 만나는 차…‘오설록 햇차 페스티벌’
'오설록' 한국이 만든 프리미엄 차(茶)
(사진) 제주 돌송이차밭. /아모레퍼시픽 제공

오설록은 5월 5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광차밭에서 ‘제10회 오설록 햇차 페스티벌’을 연다.

오설록 햇차 페스티벌은 한국의 차 문화를 발전시키고 차와 제주가 선사하는 진정한 쉼의 가치를 전하는 행사다. 올해는 ‘오감으로 만나는 차의 진정한 쉼’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선 서광차밭의 싱그러운 유기농 햇차를 직첩 채엽하고 차를 만드는 과정인 덖음을 경험하는 ‘나만의 햇차 만들기 체험’이 관람객을 찾아간다.

오설록의 복합 차 문화 공간 ‘오설록 티뮤지엄’도 행사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은 2001년 서광차밭에 한국 최초의 차 전시관인 오설록 티 뮤지엄을 오픈했다. 이곳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문화 공간이자 자연친화적인 휴식 공간이다.

오설록 티 뮤지엄의 방문객은 해마다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6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람객이 찾은 제주의 대표 관광 명소다.

티 뮤지엄 옆에 자리한 ‘오설록 티스톤’도 꼭 들를 만한 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3년 3월 한국의 전통차 문화 전파를 위한 새로운 공간 오설록 티스톤을 오픈했다.

이곳은 한국의 대표 다인인 추사 김정희의 유배 길과도 맞닿아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발효차 및 블렌딩 티 체험, 다식과 입욕제 만들기, 추사 갤러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티스톤의 티클래스는 1일 총 5회, 50분으로 운영된다. 전문 교육을 받은 강사가 기호에 맞는 차 선택 및 음용 방법 등을 알려준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