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드라이버의 실시간 데이터에 초점… 분 단위 최적화·빠른 운송 가능해}
[로이터-쓰지마] ‘최적의 경로를 찾아라’ 우버의 TMS 신기술
(사진) 우버 애플리케이션. /게티이미지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우버이츠(Uber Eats : 일종의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의 론칭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은 우버가 무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우버나 카카오택시 등의 서비스를 사용자 쪽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만연하다.
오프라인에 있는 차량이나 택시 등을 소비자와 이어 준다는 점에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일종의 커넥터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짙다.

하지만 우버가 카카오택시·배달의민족·요기요와 차별화된 기업 가치를 지니고 엄청난 시장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공급자 측을 고려한 플랫폼이라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우버가 무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고 종국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은 이것이 현재의 운송업이라는 업태를 미래 지향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우버의 공급자 지향적 생각을 통해 산업의 변혁을 이끌려는 행보는 2016년 2월 우버 창립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의 TED(기술·오락·디자인 등과 관련된 강연회) 강연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이 강연에서 칼라닉 창업자는 “우버는 교통 체증 해결이나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등의 목표로 나온 서비스가 아니다. 우버는 차량을 가진 사람의 유휴시간이나 노동력을 차량이 필요한 대도시의 사용자들과 연결해 주며 시작한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다.

우버의 새로운 주력 서비스인 우버풀은 같은 루트로 통행하는 차량들이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며 비용 효율적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현존하는 미국의 모든 차량들을 공유 차량으로 변하게 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정의를 새롭게 바꾸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버를 현존하는 다른 많은 O2O 서비스들과 차별화할 수 있게 한 것일까. 기본적으로 벤처비트·테크크런치 등 해외의 많은 언론과 학계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우버를 물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버의 핵심 경쟁력은 TMS

우버 스스로도 회사의 슬로건을 ‘물류와 일상생활이 만나는 곳(Where lifestyle meets logistics)’으로 세울 만큼 정체성이 확실한 물류 IT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버를 수많은 유니콘 기업들 중 단연 빛나게 해줄 수 있는 핵심 역량은 공급자인 우버 드라이버의 데이터와 사용성에 기반 해 자체 개발한 운송 관리 시스템(TMS)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TMS는 운송 관리 시스템을 일컫는 물류 IT의 한 분야로, 최적의 수송 수단 및 최적 수송 경로를 계획(Routing)하고 운송 계획을 관리하며 화물·차량 추적 및 조회 그리고 운임 자동 계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TMS 솔루션의 대표적 개발사는 IBM·SAP·오라클·JDA소프트웨어 등의 나스닥 상장 IT 거대 기업과 페덱스·DHL·UPS·아마존 등 거대 유통·물류 기업들이다.

TMS 솔루션의 주목적이 수·배송과 재고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개선하는 것에 있었기 때문에 개발사와 사용처가 대형 기업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종의 대기업형 TMS는 도시를 넘어선 도시 간 또는 국가 간에 이르는 장거리 배송에 대해 다양한 모드를 동시에 고려해 최적의 라우팅을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동안 TMS를 필요로 했던 기업들은 당일 배송처럼 빠른 운송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대량의 물건 또는 승객들을 원하는 도착점에 싸게 또는 효율적으로 운송 및 배송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결국 TMS라는 솔루션웨어의 지난 20~30여 년간의 발달 과정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의 TMS는 공급자인 운전자 중심의 변인을 고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일 배송 또는 운송에 최적화돼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경제와 기술의 고도성장 시기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수요자 측면을 고려한 ‘하향식 접근 방식’에 국한된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배경이 우버라는 공급자 지향적 플랫폼과 상반돼 더욱 우버를 파괴적 서비스로 일컬어지게 한 것이다.

◆성공 열쇠는 ‘하향식 접근’

우버는 그리고 트래비스 칼라닉과 개릿 캠프라는 노련한 창업자들은 기존의 틀에 갇혀 좌절하기보다 그들만의 새로운 상향식 접근 방식에, 공급자 중심의 플랫폼에 부합하는 새로운 개념의 TMS 시스템을 고안해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우버발 혁신은 비단 운송 영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쿠팡의 로켓배송으로부터 시작돼 온·오프라인의 유통 강자들에게 점점 빠른 배송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배송 시간과 예측 정확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는 새로운 TMS가 중요시되고 있다.

시간에 대한 민감도가 시간 단위에서 분 단위로 정밀해지는 스케줄을 새로운 TMS가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TMS가 현장의 상태 변화와 현장직군 종사자들의 경험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별 교통 상황뿐만 아니라 도로의 공사 내용도 필요하다. 운전사들이 선호하는 도로 경로 혹은 방문 패턴 등 현장의 배송 운전사들만 경험적으로 인지하는 내용들에 TMS가 반응해야 하는 것이다.
[로이터-쓰지마] ‘최적의 경로를 찾아라’ 우버의 TMS 신기술
(사진) 한 택배 직원이 물류를 운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 물류 기업, 저가 대량 수송 중심

TMS의 결과가 현장 상황과의 간격이 크다면 현장 사람들은 TMS를 신뢰하지 못하고 이내 현장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최근 국내의 대형 유통사 및 택배사에서는 TMS가 당일 배송을 하는 화물트럭의 고객 방문 순서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고객 방문 순서의 역순으로 화물 창고에서 트럭에 짐이 실린다. 처음 배송되는 화물이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실리는 것이다.

이 순서가 배송 운전사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비효율적으로 판단되면 배송 운전사는 해당 화물들을 다시 내리고 순서를 변경하고 다시 싣는 일을 해야 한다. 공급자인 배송 운전사 쪽에서 보면 잘못된 TMS의 활용으로 무수익의 추가 업무가 생기는 것이다.

이때 배송 운전사는 TMS 솔루션 자체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내비치게 된다. 이런 피드백들은 현장 관리자로 하여금 기술의 접목을 회피하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빠른 배송을 위한 최신의 TMS는 빠르게 변화하는 배송 현장에 대응하며 실시간 정보를 통해 라우팅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러한 최신의 TMS 솔루션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데이터는 공급자인 배송 운전사로부터 온다.

배송 운전사가 우버의 운전자들처럼 특수 목적상으로 한 가지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된 업무용 소프트웨어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쓰면서 해당 업무 프로세스상의 모든 정보를 남겨주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개발진도 더 빠르고 더 정확한 배송을 할 수 없다.

또 사용자의 새로운 물류 상품에 대한 인식도 변화될 필요가 있다.

최신 TMS 솔루션과 그에 따른 우버 등의 신개념 서비스의 핵심이 결코 기존의 싼 대량 배송 운송에 있지 않고 ‘빠르고 정확한 배송·운송’에 있기 때문에 우버의 운임은 기존의 택시에 비해 비싸다.

이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커진 시장 수요는 공급자 측면에서의 임금 상승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

이렇게 선진 2강인 미국과 일본은 라스트마일의 새로운 비싼 물류 상품을 기술 기반으로 발달시켜 내수 경기를 진작시켰고 잃어버린 10년과 유럽발 금융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