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무인매장 점주
최근 어딜 가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무인매장. 상가마다 한 두개쯤은 입점해 있는 이 무인매장은 점주나 아르바이트 없이 고객 스스로 서비스 이용부터 결재까지 가능한 곳이다. 코로나19 이후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 무인매장은 그 분야도 다양해졌다. 무인편의점을 비롯해 문구류, 카페, 스티커사진 등 분야는 물론, 매장 수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2024년 12월 기준 국내 편의점 4사의 무인·하이브리드 매장 수는 4000여 곳, 무인카페 역시 6000여 곳이 넘는다. 무인편의점의 경우, 2019년 약 200곳과 비교하면 5년 새 20배가 넘는다. 업계에 따르면,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곳을 합치면 전국 무인매장의 수는 10만 여개로 추산하기도 했다.
無인건비·편리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무인매장에 뛰어들지만 정작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손사래를 치는 이들도 있다.
대표 무인매장 아이템으로 꼽히는 아이스크림과 문구점을 운영 중인 김성윤 점주는 수 년 간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그녀에게 무인매장 정복기를 들어봤다.

“서울 마포구에서 무인 문구점과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엔 문구점을 먼저 했는데, 바로 옆 매물이 나와 인수했죠. 매장이 붙어 있으니 관리도 수월하고 장점이 많아요.”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신 건가요.
“이제 2년 차예요. 그 전에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초등학교 앞 문방구를 운영한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19 전이었는데, 장사가 꽤나 잘 됐었죠.”
학교 앞 문방구면 초등학생들이 주 고객이었겠네요.
“맞아요.(웃음) 점심때쯤 문을 열면 삼삼오오 아이들이 찾아오는 재미가 있었어요. 가게에 와서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다고요.(웃음)”
직장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문방구 사장님으로 바꾼 건 그만큼 매장 위치가 좋았나 봐요.
“사실 직장생활에 저에게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직장상사들 눈치 보는 게 저에겐 좀 힘든 일이었거든요. 그 무렵 사촌언니한테 문방구 인수 제안이 와서 냉큼 받았죠. 안 해본 일이라 처음엔 힘들기도 했지만 출퇴근 부담과, 직장생활에서의 힘든 점이 사라져서 만족도가 높았어요.”
그럼에도 첫 자영업이니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 문방구가 아니다 보니 직접 물건을 떼 와야 했어요. 창신동 문구거리로 가서 물건을 떼 오는데, 처음엔 뭘 사야하는지도 몰랐죠. 예전엔 수업 준비물을 문방구에서 많이 샀는데, 요즘엔 학교에서 대부분 준비를 다 해주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난감이나 문구류 위주로 사서 진열해 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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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촌언니에게 인수한 거라 권리금을 따로 내진 않았어요. 보증금, 물건 값이 대충 4천만 원 정도 들었어요.”
장사는 잘 됐나요.
“문방구는 방학 전후로 성·비수가가 확실히 구분돼요. 성수기 땐 월 1000만 원 정도, 비수기 땐 700~8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장사가 꽤 잘 됐네요.
“사실 월세랑 물건 값을 빼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어요. 문방구가 도곡동에 있었는데, 월세 130만 원에 물건 값이 60~70% 정도였거든요.”
문방구를 운영하다가 무인매장으로 넘어간 건가요.
“문방구를 하던 무렵에 코로나19가 왔어요. 그땐 모두가 힘들었잖아요. 그리곤 문을 닫고 저도 취업을 했었죠. 직장생활을 하다가 또 우연히 지인이 사정이 생겨 매장을 넘긴다고 하길래 제가 인수하게 된 거죠.”
이번에는 매장이 두 개였어요.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사실 이번에도 권리금은 따로 안 들었어요. 보증금, 물건 값 하니 1억 1천만 원 정도 든 것 같아요. 그리고 둘 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예요.”
매출은요.
“아이스크림 매장, 문구점 두 곳을 합치면 월 3천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은 여름철 제외하면 비수기잖아요. 그땐 매출도 3분의 1로 줄어요.”
무인매장 중에서는 잘 되는 편 아닌가요.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저는 딱 중간인 것 같아요. 장사 잘 되는 곳 들어보면 저희 가게 2~3배 정도 매출이 나오는 곳도 있더라고요.”
개인 브랜드와 프랜차이즈의 차이가 있나요.
“가장 큰 차이는 본사를 통해 물건을 발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반품 처리나 매장 인테리어를 지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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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인수한 지 한 달 쯤 지났을 때 큰 사건이 있었어요. 아이들 몇 명이 매장에 들어와 캐릭터 카드를 계산도 안 하고 다 뜯어놓고 간 적이 있었는데, 피해액만 100만 원이 넘었죠. 경찰서에 신고했더니 다행히 CCTV에 아이들 얼굴이 촬영돼 잡을 순 있었어요. 아이들 부모님과 잘 얘기해서 손해배상을 받고 마무리 했는데, 처음 겪은 일이라 맘이 좋진 않더라고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꾸준히 생기겠네요.
“한 두 개씩 슬쩍 넣어 계산 안하고 가는 분들이 가끔 있긴 해요. 그건 유인매장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꺼내놓고 가거나 일부러 냉동고 뒤쪽이나 바닥에 던져 놓고 가는 분들도 있어요. 늦게 발견하면 바닥 청소하는데도 애먹죠.”
CCTV 설치가 필수겠네요. 현재 매장엔 몇 대나 설치돼 있나요.
“경비업체에서 매장별로 4대씩 설치해줬는데, 제가 별도로 2대씩 더 설치해둬서 총 10대예요.”
그럼 하루 종일 CCTV를 확인해야겠네요.
“초반에는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자주 안보는 것 같아요. 무인가게이지만 하루 두 번 정도는 매장에 가서 정리나 청소를 해서 많이 안 보는 것 같기도 해요.”
무인매장 운영 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뭔가요.
“무인이든 유인이든 이 업종의 특징은 물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예요. 주변에 경쟁매장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보니 잘 팔리는 물건을 많이 들여놓거나, 차별화된 물건을 보유하고 있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됩니다.”
무인매장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 중에는 매장관리나 운영이 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제 주변에도 부업으로 무인매장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처음에는 직장생활 하면서 부업으로 운영했는데, 매장에 상주하지 않는다 뿐이지 매장청소나 물건 정리, 발주 등등 매일 챙겨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문구점의 경우엔 24시간 오픈이 아니라 오픈과 마감을 매일 해야 돼서 유인 매장과 큰 차이가 없어요.”
만약 지금 무인매장 창업을 준비한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할까요.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문구점 프랜차이즈 비용이 월 30만 원 정도 나가거든요. 키오스크 운영·로열티 비용으로요. 무인매장 특성상 본사에서의 관리가 특별하지 않아 저같이 문구점 운영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하나씩 준비해 직접 개인 무인 문구점을 운영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일각에서는 무인매장을 레드오션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무인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다 보니 가격경쟁이 심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아 보여요. 제가 살아남는 방법은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물건과 물량을 최대한 보유하는 거죠. 매장에 온 어린 고객들에게 슬쩍 서비스를 주기도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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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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