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 ‘지식과 기업 범위, 그리고 혁신’}

[강민영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Based on “Knowledge, firm boundaries,
and innovation: Mitigating the incumbent’s curse during radical technological change” by Raja Roy and MB Sarkar (2016,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7(5), pp. 835~854)
[저널 리뷰] ‘패러다임 전환기’ 신기술에 투자하라
(사진) 독일 쿠카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생산 공정. /한국경제신문

◆ 연구 목적

기업 경영 환경은 급변하고 새로운 기술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소비자에 대한 지식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은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역량이 된다.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 기업은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즉,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에서 원하는 주요 특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 새로운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드렉셀대 경영대의 라자 로이 교수와 템플대 경영대의 MB 사카르 교수는 전략경영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지식과 기업 범위, 그리고 혁신 :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 연구 주제

이 논문은 새로운 혁신 기술이 등장한 시기에 조직 내부에 어떤 지식 유형이 갖춰져 있을 때 해당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 내부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그룹은 새로운 제품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수요를 예측할 수 있고 제조를 담당하는 조직은 새로운 기술 지식을 활용해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에서는 로봇 산업에서 1970년대 중반 새로운 컴퓨터 수치제어(CNC) 기술의 등장으로 로봇이 단순히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기계에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스마트한 로봇으로 변화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연구 방법

저자들은 1978년과 1987년 사이에 유럽·일본·미국의 141개 로봇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조사를 바탕으로 2차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조직 내부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과 유저(user)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조직이 신기술과 관련된 제품의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 연구에서 유저는 최종 소비자뿐만 아니라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이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에 대한 사용자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이들 조직이 기존 기술과 관련된 제품은 제조하지 않을 것이고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에서 새로운 제품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가정을 바탕으로 조직 내부에 새로운 기술 지식과 관련된 인력 유무 여부와 조직 내부에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가 있는지 여부를 통해 총 네 가지 그룹군으로 나눴다. 각 그룹이 제품의 혁신을 이끄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중회귀분석을 수행했다.

◆ 연구 결과

연구 조사 결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과 유저에 대한 접근 역량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이를 보유하지 않은 기업보다 혁신을 많이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부의 유저와 관련된 기술 지식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모두 보유하지 않은 기업보다 160%나 더 높은 비율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에서 혁신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제품의 유저 정보만 보유한 기업은 아무것도 보유하지 않은 그룹과 별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또한 신제품의 유저 정보만 보유한 기업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도 신제품 관련 비율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기술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신기술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유저에 대한 정보를 갖는 것보다 더욱 다양한 시장 틈새를 형성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시사점

이 논문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조직 내 어떤 종류의 지식을 갖추는 것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 분석했다. 특히 급격한 기술 변화가 일어날 때 기술적인 지식이 유저 정보보다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조직 내부적으로 유저에 대한 정보를 통해 변화할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해 미리 기술을 갖춘 기업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더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논문은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 속에서 기업 내부의 전문적인 지식, 특히 기술적인 지식이 선도적인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minyoungkang@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