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주포럼 :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 특별 강연]
{3만 달러대 고성능 전기차의 비결은 ‘기가팩토리’}
{규모의 경제로 배터리 가격 낮춰}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 특별 강연] “전기차 외면하던 부품 공급사들 모델3 공개 후 몰려와”
(사진)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 제주=김태헌 기자]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5월 27일 제주포럼을 찾아 ‘전기차가 몰고 올 생활 혁명’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를 포함해 1000여 명의 국내외 청중이 모여 최근 테슬라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도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스트라우벨 CTO의 이번 한국 방문은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테슬라의 3만 달러대 보급형 모델 ‘모델3’ 공개 이후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스트라우벨 CTO의 강연과 원 지사와의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전에 비해 더욱 높아졌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다. 전 세계적으로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최근 자료를 보면 1800년대부터 점점 온도가 상승한다.

매우 빠른 변화이면서 놀라운 현상이다. 2016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다. 테슬라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전 세계에 걸친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테슬라는 젊은 회사다. 2003년 설립돼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첫 전기차인 ‘로드스터’를 출시했고 올해 초 ‘모델3’를 선보였다. 기존 대기업들은 보통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 특별 강연] “전기차 외면하던 부품 공급사들 모델3 공개 후 몰려와”
(사진)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2005년 당시 테슬라의 직원은 15명뿐이었다. 로드스터가 첫째 모델이다. 이 차는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가솔린 차량과 경쟁했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배터리 기술과 차량 기술이 발전해 가능한 일이었다.

로드스터는 2000년대 중반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전기차 EV1보다 에너지 밀도가 2배 향상됐다. 이것이 경쟁력을 가져왔다. 가솔린 차량 수준의 전기차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로드스터는 리튬 이온 전지를 사용한다. 이 배터리는 소비자 가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전기차에 적용하려고 하니 많은 사람이 비판했다. 안전하지 않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리튬전지의 활용은 큰 난관이었다.

초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 투입했다. 로드스터로 축적한 실제 데이터로 코어 시스템 연구를 계속했다. 배터리를 어떻게 충전하고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해서 모델S가 나왔다. 백지 상태에서 디자인했다. 가솔린 자동차를 살짝 바꿔 전기차로 만들 수는 없다. 처음부터 전기차로 만들어야 한다. 모델S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가장 중요하다. 모델S는 맨 밑에 배터리를 놓았다. 배터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승객 공간을 넓혔다. 코너링과 가속, 브레이크 성능이 개선됐다. 모델S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안전한 전기차다. 가솔린으로는 이런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전기차는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연결된다. 모델S에서 이것을 이뤄냈다. 액정표시장치(LCD)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또한 무선을 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구현했다.

기존 자동차에서는 불가능했다. 모델S는 한 달에 한 번 또는 분기별로 한 번씩 업데이트해 준다. 서비스 문제도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한다.

전기차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슈퍼차저’다. 슈퍼차저는 급속 충전 네트워크다. 30분이면 충전이 끝난다. 모델S로 테스트한 결과 10분 충전하면 12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슈퍼차저를 이용하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3~4시간 달리고 충전하는 방식으로 미국 대륙 횡단이 가능하다. 캐나다도 갈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일본·중국 등으로 확대 중이다.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주행거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모델3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최고의 ‘엑스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슬라의 미션은 가격이 비싼 럭셔리 차량만 만드는 게 아니다. 에너지의 교통 혁명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데 노력한다.

로드스터는 10만 달러였지만 모델S는 7만 달러, 모델3는 3만5000달러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렇게 저가 보급 차량을 만들면서도 성능은 낮추지 않았다.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 특별 강연] “전기차 외면하던 부품 공급사들 모델3 공개 후 몰려와”
모델3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도 놀랐다. 첫 몇 주 만에 40만 대 정도 주문받았다. 이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사람들이 전기차에 대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결국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 것 같다.

자동차 회사는 전기차의 수요가 없어 차를 만들지 않았고 정부도 수요가 없다며 이를 소홀히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가능성을 입증했다. 적절한 기능을 갖춘 적절한 차량만 있다면 전기차의 수요는 충분하다.

테슬라는 생산 물량 늘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투자했다. 특히 배터리 생산이 중요하다. 현재 ‘기가팩토리’를 건립 중이다. 세계 최고의 배터리 공장이 될 것이다. 네바다 차오레노에 자리한 기가팩토리는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이 된다.

기가팩토리가 완공되면 더 빨리 에너지 저장비용도 낮출 수 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전기차 간에 연결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테슬라는 에너지 저장 장치인 ‘파워팩’과 ‘파워월’을 출시했다. 가정용 전력망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상업용도 있다.

미국이 100% 태양광 에너지만 사용할 수 있을까. 지금 있는 규모에서 조금만 더 키우면 가능하다. 예전에 기술이 부족했지만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모델3가 나오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 특별 강연] “전기차 외면하던 부품 공급사들 모델3 공개 후 몰려와”
(사진) 원희룡 제주지사(왼쪽)가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와 대담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 원희룡 제주지사(이하 원 지사)=모델3가 폭발적 관심을 끈다. 어떻게 3만5000달러에 1회 충전, 350km를 갈 수 있는 획기적 성능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에서도 많은 소비자들이 모델3를 주문했다. 예정된 시간에 제대로 공급될 수 있나. 한국에서 테슬라 모델을 판매하려면 슈퍼차저가 필요한데, 설치 계획은 있나.

-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이하 스트라우벨 CTO)=모델3는 제때 공급될 것이다. 처음엔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우리도 몰랐다. 그동안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은 큰 보람이었다. 이를 통해 많은 기술을 축적했고 필요한 전문가도 확보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생산 공장이 풀로 가동되고 있다. 원래 도요타가 소유했던 연간 250만 대의 가솔린 자동차를 생산하던 공장이다.

모델3를 가능하게 한 기술력은 로드스터부터 시작됐다. 처음 만들었던 제품에선 모든 기술을 적용할 수 없었다. 이를 3세대인 모델3에 적용했다. 그동안 제품을 출시하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가격을 낮추는 데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기가팩토리가 전략의 핵심이다. 3만 달러대에 모델3를 출시하는 것은 배터리 비용을 낮춰야만 가능하다. 원자재에서 완제품까지 하나의 공장에서 이뤄진다. 물류비 등 각종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가 꼭 필요하고 핵심이다. 한국 시장에 어떻게 진출하겠다는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충전 인프라를 먼저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원 지사=제주는 2030년까지 카본프리, 탄소 없는 섬을 추구한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것이다. 에너지 저장 장치로 저장했다가 100% 전기차로 해결할 것이다.

- 스트라우벨 CTO=이번에 제주도의 비전에 대해 들었고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테스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것은 기업에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자동차·스마트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연결될 수 있다.

- 원 지사=인공지능의 발전이 자동차에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나.

- 스트라우벨 CTO=인공지능은 사회에 여러 영향 미칠 것이고 놀라운 속도로 발전 중이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도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놀랍고 무서울 정도다.

특히 교통 분야는 독특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자율 주행은 카메라의 이미지를 인식해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자동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발전되고 있다. 컴퓨터가 훌륭한 운전자가 될 수 있도록 100만 마일의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엄청난 주행 경험을 저장해 놓았다. 컴퓨터는 네트워크로 경험을 공유하면서 집단적으로 더욱 똑똑해질 수 있다.

자율 주행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입되고 있다. 아직은 자율 주행 기술의 초기이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50% 개선이 가능하다. 앞으로 더욱 안전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충돌 불가능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원 지사=테슬라가 많은 국내 기업과 협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배터리나 타이어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 계획이 궁금하다.

- 스트라우벨 CTO=전 세계적으로 여러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보면, 한국에는 대단한 협력 업체들이 있다. 우리가 어떤 기업과 협력하는지는 밝힐 수 없다.

모델3 공개 이후 전 세계 공급사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열광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드스터나 모델S 때는 주요 공급사들이 테슬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일본·유럽 등 세계 주요 공급사들이 찾아와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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