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주포럼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기조연설]
{아시아 기업들, 혁신적 녹색기술 주도}
{영유권 분쟁은 국제법 원칙 따라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기조연설] “이민자와 난민이 아시아를 더 강하게 할 것”
[제주=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5월 26일 열린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에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 의무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또 남중국해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국제법 원칙에 따라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기조연설을 시작하며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을 맡기 위해 한국을 떠날 때 “한국을 세계로, 세계를 한국으로 이어 주겠다”고 결심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매일 한국에서 받은 유산, 아시아에서 받은 유산을 되새기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따뜻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연설 과정에서 반 총장은 아시아의 역할과 당면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반 총장은 “아시아는 세계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이슈로 ▷글로벌 행동 ▷역내 협력 관계 ▷한반도의 안정 ▷모두를 위한 인권 등 4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 이슈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다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인 모두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파리 기후협약 비준 서둘렀으면”

첫째 주제인 글로벌 행동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반 총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3분의 1을 배출하는 곳”이자 “또한 그 해법을 마련하는 곳”이다.

그 예로 반 총장은 “중국은 풍력 및 태양광발전 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며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태양광발전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시아 기업들은 혁신적인 녹색기술을 선보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이 주도하고 있는 신(新)기후체제인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각국이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177개국이 파리협정에 서명했고 60여 개국이 비준했다”며 “한국 정부도 빨리 비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반 총장은 “아시아의 강력한 경제성장 덕분에 전 세계의 빈곤층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그래도 최빈곤층의 3분의 2에 달하는 4억5000만 명이 아시아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추진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에 아시아 각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둘째 주제인 ‘역내 협력 관계’와 관련해 반 총장은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적 이슈를 분명하고 겸허하게 해결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역사 해석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다른 내륙에서도 이런 일(과거사 극복)을 보아 왔다”며 “남미·아프리카·유럽에서는 성공적인 합의가 있었고 이는 긴장을 완화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대륙이 과거에 붙잡히는 것은 비극”이라며 “오래된 불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아세안(ASEAN) 국가들과 중국이 남중국해의 행동선언(DoC) 프레임 하에서 행동수칙(Code of Conduct)에 대한 합의를 조속히 이끌어 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역동적인 대륙(아시아)에는 급속히 성장하는 많은 나라가 있고 그들의 야심은 충돌할 수 있다”며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같은 영토·해역을 두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유엔헌장을 포함해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대화로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 주제인 ‘한반도 안정’은 북한 이슈다. 그는 “역내 협력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 제재를 만장일치로 결의(2270호)한 것을 얘기하며 “국제사회는 강력한 의지로 대응했고 결의안을 (각국이) 완전히 실행할 때 한반도 비핵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대화를 향한 길 찾아야”

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남겼다. 반 총장은 “북한의 핵개발은 안보에 저해될 뿐이고 북한 주민에게 상처만 남기고 있다”며 “한반도 갈등이 고조된다면 동북아와 그 너머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깔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어린이들은 필요한 것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인권은 시스템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강압적인 제재보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이를 반드시 시정해야 하며 대화를 향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어떤 방식이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여하겠다”고도 했다.

마지막 주제인 ‘모두를 위한 인권’과 관련해 반 총장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불관용과 혐오 발언이 늘어나며 폭력이 발생하는 점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는 “각국은 종교적 소수자나 난민·여성·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시아 국가 중 사람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는 곳도 많다며 파키스탄을 예로 들었다. 반 총장은 “파키스탄은 수십 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난민을 수용해 온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뿔뿔이 흩어진 민족들(난민)은 대부분이 열심히 일해 왔고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있다”며 “기업·연예계·정치 등 각 분야의 리더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이민자와 난민은 아시아를 강화한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난민 등에 더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자신이 아시아 문화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며 “아마추어 서예가로서 종종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글을 연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 총장은 “물은 지혜·유연함·소프트파워(문화와 같은 연성 권력)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는 이런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가치를 확산시킬 역량을 갖고 있다”며 “이 대륙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동참해 달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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