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일동제약 등 성과 가시화…이르면 2020년 치매 극복 가능}
세계 첫 치매 치료 신약, 한국서 나올까?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세계적 고령화로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등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세계 치매 환자는 약 36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60~80%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약 600만 명 중 10%인 60만 명 정도의 노인이 치매로 고통 받고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 등 치매 증상에 처방되는 의약품은 발병 후 진행 속도를 늦추는 완화제일 뿐 질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치료제는 아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는 알츠하이머 극복이 가능한 신약 개발을 위해 무한 경쟁 중이다.

정부는 최근 알츠하이머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에 대해 임상 2상 자료만으로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의약품은 통상 소수의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 환자를 대상으로 최적의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 2상, 최소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유효성을 확증하는 임상 3상 단계를 거쳐야 허가받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1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규제 개혁 장관 회의’에서 항암제, 희귀 질환 의약품 등 일부에만 적용해 온 조건부 허가제를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에도 허용하기로 했다. 임상 3상 자료 등을 추후 제출하는 조건으로 시장 진입 시기를 2~3년 정도 앞당겨 준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재 모든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약물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 의약품은 일본 에자이와 미국 화이자가 공동 판매하는 ‘아리셉트’다. 아리셉트는 65%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스위스 노바티스의 ‘엑셀론’ 등이 처방되고 있지만 이들 약은 발병 후 진행 속도를 늦추는 완화제일 뿐이다.

영국의 시장 분석 전문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 주요 7개국의 2010년 기준 알츠하이머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58억 달러(약 6조9100억원)다. 2020년에는 145억 달러(약 17조2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메디포스트, 줄기세포 유래 치료제 개발 탄력
세계 첫 치매 치료 신약, 한국서 나올까?
(사진) 메디포스트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제공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메디포스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2013년부터 삼성서울병원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세포 치료제 ‘뉴로스템’ 임상 1상과 임상 2a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뉴로스템은 알츠하이머 치매 세포 치료제 중 국내외에서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로스템은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추출한 간엽 줄기세포를 원료로 한다. 임상 단계에서는 신경세포에 독성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줄이고 뇌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 또 뇌 속 신경전구세포를 일반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이상 단백질’이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임상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할 만큼 어려운 분야”라며 “임상 1상과 임상 2a상을 2018년까지 완료한 뒤 2020년 이후 임상 2b상까지 모두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정부의 이번 규제 개혁이 연구 기업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등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에 더욱 사명감을 갖고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태반 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CB-AC-02’의 임상 승인을 획득했다.

CB-AC-02는 세포치료제를 최장 24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는 동결 기술을 접목해 대량생산은 물론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3년 차병원그룹 연구진과 함께 쥐에 태반 유래 줄기세포를 투여한 결과 미로 안에서 길을 찾는 인지능력이 개선되고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이 확연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조만간 임상 1상과 임상 2a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동제약 “2020년 치매 치료제 상용화 목표”

제약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의 행보가 돋보인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의 열매인 ‘천련자’에서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물질로 알려진 ‘ID1201’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ID1201에 대한 국내 특허 및 중국·유럽 특허 등록을 마쳤고 분당서울대병원 등과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ID1201이 치매의 다양한 원인을 차단,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는 점을 동물시험 등을 통해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 ID1201은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소인 ‘알파세크레타아제’의 활성을 촉진했다. 또 아밀로이드 베타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고 뇌신경 영양 인자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등 신경세포를 보호했다. 뇌 조직 속 염증 인자로 알려진 ‘종양괴사인자(TNFα)’와 ‘인터페론감마(IFNγ)’의 생성도 억제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2~3년 안에 임상 2상을 완료하고 결과에 따라 유럽 등 해외 임상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2020년 알츠하이머 천연물 신약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3년 10월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민간 주도의 치매 전문 연구센터인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초대 센터장을 맡아 출범했다.

현재 20명의 연구 인력이 외부 전문 기관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치매 치료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수의 글로벌 제약 기업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동아치매센터는 천연물 신약, 복합제 개발, 의료 기기, 줄기세포 치료제 등에 관한 다면적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첫 치매 치료 신약, 한국서 나올까?
[알츠하이머성 치매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표적 퇴행성 질환으로, 연령에 따른 신체 조직의 노화 등이 가장 큰 발병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습관과 기타 생활양식, 유전적 요인도 관여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증상에 따라 크게 초기·중기·말기로 구분한다. 초기에는 기억력 감퇴 등의 미약한 증상을 보이다가 병이 진전되면서 판단력 장애, 행동 장애로 이어진다. 말기에는 언어장애 등을 겪게 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기대 수명이 정상인에 비해 9년, 길게는 20년 이상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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