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지분으로 주도적 역할 어려워…20대 국회서 법 개정 한 가닥 희망}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국내 첫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이 본격적인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인력 확충에 나선 K뱅크와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은 최근 연이어 공개 채용을 진행하며 인터넷 전문 은행의 포문을 열기 위한 가속페달을 밟는 중이다.

◆경력 공채 시작한 K뱅크
‘발 묶인 KT·카카오’, 인터넷 은행 연내 출범 가능할까
(사진)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을 앞둔 K뱅크 준비법인은 3월 14일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에 사옥을 마련하고 첫 출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K뱅크 준비법인은 지난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경력 사원을 공개 채용하기 위한 서류 접수에 나섰다.

금융·정보통신기술(ICT), 리스크관리, 경영지원 등 3개 분야에 걸쳐 사업기획·마케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마케팅, 외환, 기업여신 상품 개발, 부동산 대출 상품 개발, 지급 결제 사업 개발, 리스크 관리, 여신 리스크 모형 개발, 소비자 보호, 인사 등 14개 직무를 대상으로 모집할 예정이다.

이번 공개 채용은 모든 직무에 걸쳐 지원 받는 일반 공채와 달리 직무별 담당 업무와 자격 조건을 세분화한 ‘타깃형 채용’인 것이 특징이다.

K뱅크는 지난해 말 예비 인가를 받고 난 직후 KT와 우리은행 등 주요 주주사 직원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 준비에 나섰고 지난 3월 50여 명의 직원을 1차로 확정했다.

K뱅크 준비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공채의 예상 채용 규모나 지원자 수를 밝히기는 어렵다. 자격 요건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이에 최대한으로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K뱅크의 채용은 수시채용과 공개채용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공채뿐만 아니라 수시채용을 통해 연말까지 직원 수를 현재의 70여 명 수준에서 100여 명 이상으로 충원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뱅크에 앞서 카카오뱅크 준비법인 또한 3월 말부터 대대적인 공개 채용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IT, 수신, 여신, 신용 평가 시스템, 리스크 관리, 빅 데이터, 정보 보호, 카드 등 21개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선발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당초 예상대로 연내 첫선을 보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터넷 전문 은행의 출범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을 이른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10%를 초과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특히 총자산이 5조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는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33%까지 주식 소유가 가능하지만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승인을 얻더라도 최대 10%까지만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 전문 은행에 한해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해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카카오,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돼

K뱅크와 카카오뱅크로선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에 아무리 시동을 걸어도 현행 은행법의 규제에 걸려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뱅크의 현재 주요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KT가 8%, 우리은행·GS리테일·한화생명보험·다날이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와 KB국민은행이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 중이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KT나 카카오 등과 같은 대기업의 보유 지분이 문제가 돼 왔다.

카카오는 기업집단의 총자산이 5조원을 넘게 되면서 지난 4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에 새로 속하게 됐다.

곧이어 벤처 출신 기업이 대기업집단에 속하게 된 것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르면 6월쯤 새로운 기준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인터넷 전문 은행 준비법인 측에선 “인터넷 전문 은행의 중심에 ICT 기업이 있어야 하는데 지분 구조상 뒤로 밀리게 되면 얼마나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지 의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는 실제로 추가 지분 참여에 대한 문제 제기를 우려해 당초 주도권을 쥐었던 카카오뱅크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 상황이다. 결국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주도가 아닌 비은행 금융그룹 주도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산분리 완화’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에서도 여전히 찬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산업자본에 대기업집단을 포함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20대 국회에서도 이를 재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야당의 반대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 당국은 20대 국회에서는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은행법 개정안 통과 후 2~3개 인터넷 전문 은행을 추가 인가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벌써부터 은행법 개정안 발의 의사를 내비치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어 20대 국회에서는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19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일본에서도 해당 원칙의 규제 수준을 완화해 기업계 진입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며 “(현행 은행법의) 대주주와 관련된 지분 제한 규정은 법안을 개정하더라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