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상속의 마지막 단추 꼼꼼하게 채우려면
피상속인(부모)이 상속 플랜을 완벽하게 계획했다고 해도 상속인(자녀 등)들이 막판에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밑 터진 호주머니에서 동전이 빠져 나가듯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상속인들이 상속의 마지막 단추를 꼼꼼하게 채워야 하는 이유다.

“상속 과정에서 상속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평상시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일밖에 없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이 같은 농담에는 뼈가 있다. 간혹 상속인들이 상속을 앞두고 고령의 부모들을 서로 모셔가겠다고 뒤늦은 효도 경쟁을 벌이는 세태를 보면 씁쓸함마저 든다.

하지만 자녀들로 대변되는 상속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효도’밖에 없을까. 고령인 부모의 병수발을 하고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러야 하며, 상속세를 신고 납부한 뒤 상속인 간에 머리를 맞대고 재산 분할을 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둘러져 있는 데 말이다.

가상으로 만들어낸 30억 원대 자산가 김 모 노인의 삼남매 이야기를 통해 피상속인 사망 전후에 상속인들이 자주 범할 수 있는 실수와 대비법을 체크해봤다.

Time Schedule 1
부모 사망 전, 1~2년을 주목하라
김 노인은 오래전에 아내를 보낸 이후 적적하게 살아오던 중 박 모 여인을 만나 뒤늦게 황혼의 사랑을 이뤘다. 하지만 자식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매달 박 여인을 만날 때마다 수천만 원씩 생활비 명목으로 건넸다. 또 박 여인의 자녀와 손주들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면 현금으로 마음을 전했다.

문제는 김 노인이 그로부터 2년 뒤에 사망하고 나서다. 김 노인의 자식들은 상속 받은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 신고를 했는데 과세관청은 상속 개시 전 김 노인의 통장에서 인출된 5억 원을 ‘추정상속재산’으로 규정해 자식들에게 상속세를 물리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에 따르면 상속인들이 피상속인 사망 후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바로 이 ‘추정상속재산’이라는 규정이다. 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 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인 경우로서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를 상속인이 상속 받은 재산으로 보는 것이다.

예금의 경우 피상속인의 예금계좌에서 인출된 금액의 합계액에서 피상속인의 예금계좌에 재입금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김 노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적으로 지급한 것에 대해 자식들이 그 사용처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처럼 상속인들이 날벼락 같은 세금을 부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 생전에 상속재산의 처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특히 상속 개시 전 1~2년 내 처분된 재산에 대한 증빙 자료 확보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Time Schedule 2
병원비는 부모 카드로 긁어라
김 노인은 1년여 병치레를 하다 임종을 맞았는데 병원비 1억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장례비가 나왔다. 이에 삼남매는 병원비와 장례비를 형제들끼리 나눠 내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세무사로부터 상속세에 대한 상담을 받던 중 자신들의 선택이 실수임을 깨달았다.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병원비를 납부하면 그만큼 상속재산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세금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병원비 1억 원이 상속재산 계산 시 빠지게 되면 그만큼 상속세를 덜 내도 되는 것이다. 또 피상속인이 돌아가실 때까지 내지 못한 병원비는 채무로서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상속 관련 전문가들은 “피상속인의 병원비는 돌아가시고 난 후에 내거나 그 전에 꼭 내야 하는 경우라면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절세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과세표준의 크기에 따라 병원비 납부액의 10~50%다.

장례비용 또한 상속세를 계산할 때 일정 한도 내 금액은 비용으로 공제 받을 수 있다. 장례비용이 500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증빙이 없더라도 500만 원을 공제해주며, 이를 초과하는 경우 증빙에 의해 지출 사실이 확인되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장례비용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0만 원까지만 공제해준다. 장례비용에는 시신의 발굴 및 안치에 직접 소요되는 비용과 묘지 구입비, 공원묘지 사용료, 비석·상석 등 장례를 치르는 데 직접 들어간 제반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또 2002년부터는 봉안시설의 사용에 소요된 금액에 대해서도 500만 원 한도로 추가 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Time Schedule 3
상속재산, 조회 서비스로 파악하라
김 씨 삼남매는 경황없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상속재산을 파악하려고 나섰지만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 막막했다. 그동안 김 노인이 상속재산의 규모와 관련해 워낙 자식들에게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었던 터라 사망신고 이후 복잡한 상속재산 확인과 상속 절차 등을 어떻게 진행할지 엄두가 안 났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민은 2015년 6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활용하면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다. 관할 시·구청,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피상속인에 대한 사망신고를 할 때 상속재산 조회를 한꺼번에 신청하면 문자, 온라인, 우편으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피상속인 명의의 금융재산은 금융기관, 부동산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적부서를 직접 방문해 확인해야 했으나 지금은 사망신고 시 담당 공무원이 먼저 안내해주도록 매뉴얼화했기 때문에 통합신청서 1장만 작성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등 6종의 재산 조회를 은행별로 예금 잔액까지 확인할 수 있다. 금융재산의 조회 범위는 접수일 기준 피상속인 명의의 모든 금융 채권과 채무, 예금은 잔액(원금), 보험은 가입 여부, 투자 상품은 예탁금 잔고 유무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 신청은 상속인과 상속인의 대리인이 할 수 있으며, 상속인 본인이 신청할 경우에는 신분증을 지참하면 된다. 서비스 신청 뒤 개별 정보에 따라 7~20일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는데 토지·지방세·자동차 정보는 조회 방법 선택을 통해 문자로도 받을 수 있고, 금융거래(금융감독원), 국민연금(국민연금관리공단), 국세(국세청) 정보는 각 기관이나 홈택스 홈페이지(www.hometax.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부동산이나 예금뿐만 아니라 생명보험금 및 퇴직금, 공로금, 신탁재산 등도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만큼 상속재산 산정 시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의 규정에 따라 지급 받는 유족연금, 유족보상금 등은 상속재산으로 보지 않는다.

Time Schedule 4
3개월 내 상속포기 여부 결정하라
피상속인 사망 후 1개월 이내에 사망신고를 하게 되며, 만약 피상속인의 부채가 상속재산보다 많다면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한다.

김 씨 삼남매는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30억 원대의 상속재산을 확인한 후 고민에 빠졌다. 생전 고인의 성향에 따르면 파악되지 않은 사채 빚도 상당할 것으로 본 것이다. 부채가 많은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상속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것이다.

구상수 회계사는 “상속재산 조회를 해도 개인적인 부채는 나오지 않는다”며 “막말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낯선 사람이 차용증을 들고 나타나면 그 부채를 상속인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다 치르고 사망신고를 하면서 상속재산 조회를 할 수 있는데 이후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내지 한정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아니면 단순 승인으로 고인의 부채까지 모두 상속받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상속인들은 민법에서 정해 놓은 상속포기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통상 상속포기 신고는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해야 하지만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연장할 수도 있다.

공동상속의 경우에도 각 상속인은 단독으로 상속을 포기할 수 있으며, 피상속인의 재산상 모든 권리와 의무는 상속을 포기한 자에게는 승계되지 않는다.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많은지 부채가 많은지 불분명한 때에는 한정승인을 선택할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으로 인해 취득할 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상속재산보다 부채가 많다 하더라도 상속인의 고유 재산을 처분하면서까지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Time Schedule 5
상속세 공제 포인트를 체크하라
삼남매가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물려받기로 결심했다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공제 포인트를 체크해봐야 한다. 우선 어머니가 이미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과세가액 5억 원까지는 상속세 부담이 없다.

또 김 노인의 상속재산이 30억 원 전후이기 때문에 상속세를 계산할 때 공제되는 채무가 없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상속재산이 30억 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에 대해 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되지만 채무 등을 정확히 파악해 상속세 계산 시 공제를 받게 되면 그만큼 세금 부담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채무는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부담해야 할 확정된 채무로서 공과금 이외의 모든 부채를 말한다. 피상속인이 부담해야 할 채무라면 금액에 관계없이 상속세를 계산할 때 공제 받을 수 있다.

채무는 상속세를 계산할 때 가장 중요한 공제 항목이기 때문에 세법으로 공제 가능한 채무의 입증 방법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 및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는 해당 기관에 대한 채무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있어야 하며, 그 외에 기타 채무는 채무부담계약서, 채권자확인서, 담보 및 이자지급에 관한 증빙 등에 의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공제 가능한 채무의 범위도 정해져 있다. 피상속인이 토지, 건물의 소유자로서 체결한 임대차계약서상의 보증금, 상속 개시일 현재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미지급 이자, 피상속인이 부담하고 있는 보증채무 중 주 채무자가 변제 불능의 상태에 있어 상속인이 주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부분, 피상속인이 연대채무자인 경우 상속재산에서 공제할 채무액은 피상속인의 부담분에 상당하는 금액에 한해 공제할 수 있다.

상속재산 중 선산이나 조상들의 묘지가 있는 농지가 포함돼 있는 경우 상속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즉, 묘지를 보호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하고 나무를 기르는 묘지 주변 임야(금양임야, 禁養林野)나 제사를 모시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농지인 묘토(墓土)의 경우 제사를 주재하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9900㎡까지 비과세된다. 특히 선산이 대도시 주변에 있는 경우에는 최대 2억 원까지 상속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다.

Time Schedule 6
재산분할 다툼 해도 상속세 신고는 하라
돈이 피보다 진한 것일까. 김 씨 삼남매는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펼쳤다. 오빠들이 과거 아버지로부터 사전증여를 받은 부분에 대해 여동생은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장례를 치르고도 6개월이 지나 버려 상속 개시일(사망일)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하는 상속세 신고를 하지 못했다. 급기야 안 내도 될 20% 가산세까지 물게 된 것이다. 기간 내에 상속세 신고만 해도 세금의 10%를 공제해주는 것을 감안하면 30%의 세금을 추가로 물게 된 거다. 또 형제간에 상속재산분할 합의가 되지 않아 계속 세금 납부가 미뤄진다면 납부하지 아니한 기간에 1일 0.03%를 곱한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한다.

만약에 이들 형제들이 내야 할 세금이 1억 원이었고, 상속인들이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아서 세무서에서 사망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서 세금을 고지하게 됐다고 치면 이들은 어느 정도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까.

정상 신고했을 때의 세금은 납부세액(1억 원)에서 신고세액공제(1억 원×10%)를 뺀 9000만 원이지만, 무신고 시 고지된 세금은 납부세액 1억 원에 신고불성실가산세 2000만 원(납부세액의 20%), 납부불성실가산세 1095만 원(납부세액×365×0.03%)이 모두 더해져 1억3095만 원을 내게 된다.

형제들 간에 합의를 이뤄 상속세 신고만 제때 했어도 불필요한 세금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상속세는 신고와 동시에 납부해야 하지만 납부할 세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세액의 일부를 분할해 납부할 수가 있다.

김 씨 형제들의 경우 납부할 세금이 2000만 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납부할 세액의 50% 이하의 금액을 납부 기한이 지난 후 2개월 이내에 나누어 낼 수 있었던 거다. 또 납부할 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해 세금 납부가 큰 부담이 된다면 납부 기한 내 일부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세무서에 담보를 제공한 후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5년간 납부할 수도 있다.

구상수 회계사는 “상속인들이 모두 외국에 있을 경우 상속세 신고는 9개월 내에 하면 되는데 외국에 있는 분들이 이 부분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인지한 혼외자가 있어 한 명이라도 한국에 상속인이 있게 되면 6개월의 신고 기간을 적용 받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Time Schedule 7
협의 분할은 상속등기 전에 하라
삼남매가 유념해야 할 상황은 상속세 신고를 한 후에도 이어진다. 상속세 신고를 마쳤다고 납세의무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 신고를 하고 나면 세무서에서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과 세무서에서 수집한 부동산 취득·양도자료, 금융재산 조회자료, 보험금 및 퇴직금 지급자료 등을 대조해 누락시킨 재산은 없는지, 공제 받은 부채 등은 정당한지 등을 조사해 상속세를 결정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신고누락 및 부당공제 부분에 대한 세금까지 추징당할 수 있다.

더불어 협의 분할 후 진행하게 되는 상속등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삼남매의 협의 분할이 상속등기 전후 언제 이뤄졌는지에 따라 증여세를 내고 안 내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남매가 협의 분할을 한 후 상속등기를 한 경우 특정상속인이 법정상속분을 초과했다면 이는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을 받은 것으로 보는 반면 상속등기를 해 상속지분이 확정된 후 협의 분할을 해 어느 특정상속인이 법정상속분을 초과하게 되면 이는 공동상속인 중 지분이 감소된 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으로 취급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법정지분대로 상속등기를 했다면 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상속세 신고기한 내에 경정 등기를 하고 변경된 내용대로 상속세 신고를 하면 상속지분 변동분에 대한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