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초대형 투자…사통팔달 교통망도 매력

경기도 평택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총 100조원을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고덕산업단지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총 60조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LG전자의 평택 디지털파크가 대표적이다. 현재 평택에 입주해 있는 기업만 1900여 개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현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현장. /삼성전자 제공
여기에 기존 11개 산업 단지와 현재 조성·추진 중인 9개 산업 단지를 더하면 앞으로 평택에 뛰어드는 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평택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시대’ 포문 열다

지난해 5월 7일 평택시 고덕산업단지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택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기술 불모지에서 시작한 삼성 반도체 사업이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평택 반도체 공장이 준공되면 삼성은 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산업 집약지)를 보유하게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고덕산업단지 392만8000㎡ 용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라인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1차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택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현재 공정률이 97%에 이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는 한국 제조업의 기록을 여러 번 갈아 치웠다. 삼성이 고덕산업단지에 2017년까지 15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것 또한 기록적이다. 삼성의 투자 규모로 봤을 때 단일 사업장으로는 세계 최대 금액이기 때문이다.

15조6000억원 중 5조6000억원은 인프라와 공장 건설에, 10조원은 반도체 설비투자에 각각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실행하는 것은 2012년 화성 반도체 17라인 신설 투자 이후 약 3년 만이다.

삼성과 경기도는 이번 투자로 41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5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라인 가동에 따른 직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협력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의 유치 가능성도 높아져 평택의 다른 산업 부문 활성화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이 평택에 초대형 투자에 나서게 된 것은 인텔을 따돌리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평택 고덕 삼성 반도체 단지는 정보기술(IT) 연구·개발(R&D)센터가 모여 있는 기흥·화성·수원과 디스플레이 생산 단지인 천안·아산 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지역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 초 평택 1차 라인을 완공해 세계 최대 반도체 라인을 구축할 전망인데 평택 라인은 기존 삼성전자의 기흥과 화성 사업장을 합친 규모”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규모는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해 인텔을 능가하는 반도체 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의 평택 라인 3D 낸드(평면 위에 많은 회로를 넣는 대신 3차원 수직 구조로 회로를 쌓아 올려 집적도를 높인 플래시메모리 기술) 개시로 3D 낸드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LG도 ‘첨단 산업 클러스터’ 조성
LG전자는 2011년 9월 평택시와 평택시 진위면 일대에 1조원을 투자해 '미래성장동력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LG전자는 2011년 9월 평택시와 평택시 진위면 일대에 1조원을 투자해 '미래성장동력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평택에 대한 초대형 투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1983년 가동을 시작한 51만3000㎡의 평택 공장을 세운 이후 꾸준히 산업 단지를 확장하면서 평택에 대한 투자를 늘려 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LG전자는 2013년부터 평택시 진위면 일대에 ‘평택 진위2일반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98만㎡(30만 평) 규모의 부지에 2017년까지 5500억원을 투입해 전자 부품, 섬유 제품, 전기 장비, 기계·장비 제조, 자동차·트레일러 등 미래 신수종 산업과 고부가가치 전자 제품 관련 5개 업종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2017년 12월 부지 조성 공사가 끝날 예정인데, 5월 말 현재 기준으로 약 5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이 산업 단지 전체를 분양받아 산업용 냉동 공조 설비, 조명 산업 등 미래 신수종 분야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협력사들과 함께 진위산업단지에 5조원 이상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향후 평택 지역에 57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의 진위2일반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삼성 산업단지와 함께 경기도 남부 지역의 ‘첨단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단지 메카로 떠오른 평택

LG전자는 또 2012년 평택시 진위면 청호리 일대에 ‘LG디지털파크 산업단지’를 기존의 53만㎡(16만 평) 규모에 더해 13만㎡(4만 평) 정도 확장하는 작업에 나섰다. 2012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5월 말 현재 기준으로 공정률이 99%에 달한다.

평택시에 따르면 LG전자의 진위면 일대 산업 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약 4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평택에는 다른 산업 단지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평택항 배후의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작년 10월 포승지구(207만㎡)가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했고 현덕지구(232만㎡)는 실시 계획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밖에 평택시 청북면 일대의 신재생산업단지와 서탄면 일대의 유창 일반산업단지 등이 감정평가와 승인 신청 등을 거치며 개발 준비 단계에 있다. 평택에는 이미 조성된 11개 산업 단지가 있고 현재는 9개 산업 단지가 공사 및 추진 단계에 있다.
기업도시 평택…신·증설 규제 없는 수도권 마지막 미개발지
기업도시 평택…신·증설 규제 없는 수도권 마지막 미개발지
평택에는 산업 단지만큼이나 입주 기업도 많다. 평택에 입주해 있는 기업체는 총 1944개에 달한다. LG전자(전자 관련)·롯데제과·매일유업(식료품)·쌍용자동차(기계 장비 및 기타 제품)·신풍제지·동우화인켐 등 다양한 업종의 업체들이 평택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에는 수십 년 전부터 터를 잡은 곳도 여럿 있지만 최근까지도 평택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산 없는 평지…각종 재해에도 안심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그동안 대기업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 내 신·증설에 제한을 받고 있었지만 평택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 지원 특별법’ 규정에 의거해 입주가 허용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또 평택은 수도권 내 마지막 미개발지로 꼽혀 산업용지 공급 가격 부담이 적은 편이고 평택항, 경부선 철도, 수서발 고속철도(SRT)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에 따른 접근성 향상과 이를 바탕으로 한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국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것 또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사실 반도체 공장은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여러 면에서 국내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보니 이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평택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화성·용인·온양 등 세 군데를 꼽을 수 있는데 이곳들은 이미 물리적으로 부지가 가득 찬 상태여서 다른 곳을 찾게 됐다”며 “평택은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모든 요건이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 평택에 첨단 산업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현상에 대해 평택의 지형적 특성이 꽤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공재광 평택시장은 “평택은 산이 없는 지역이어서 홍수나 눈사태 등의 재해가 별로 없다. 삼성전자가 평택을 택한 것도 이런 지형적인 이점이나 재난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반도체는 습도에도 영향을 받는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 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