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헬스케어 등 ‘신경제 성장주’의 보고…높은 밸류에이션은 부담

[‘선강퉁’이 뭐길래] 중국판 나스닥에 투자할 수 있는 길 열린다
[한경비즈니스=이홍표 기자] 중국 선전과 홍콩 증권거래소 간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 시행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4년 11월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거래) 시행 후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과 맞물리며 중국 증시가 급등했던 경험 때문이다.

2014년 말 2000선에 머무르던 상하이종합지수는 풍부한 유동성과 기대감으로 6개월 뒤 무려 두 배가 넘는 5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의 경기 악화로 상하이지수가 다시 3000선 아래로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후강퉁 시행 전보다 1000포인트 정도 지수가 높은 상태다. 결국 선강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새 투자처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6월 중순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 여부 발표를 앞두고 시장 개방성을 과시하기 위해 조만간 선강퉁 시행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지난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선강퉁을 연내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선전증권거래소는 지난 6월 6일 새로운 자체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 거래 시스템은 200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5년 완료하고 올해 5월 9일부터 시운전해 왔다.

새로운 시스템은 선물거래를 비롯해 선강퉁 등 여러 가지 신규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즉 선강퉁 개통이 시스템상으로는 완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강퉁’이 뭐길래] 중국판 나스닥에 투자할 수 있는 길 열린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 수준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선강퉁이 시행되면 후강퉁과 유사한 구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구도시인 선전시는 덩샤오핑 시대인 1980년대 자본주의 시험대로 육성됐다. 그 결과 금융시장에서도 개혁의 최첨단으로 각인되며 성장했다.

이 때문인지 1990년 12월 설립된 선전거래소는 이른바 ‘신경제’ 주식으로 대변되는 정보기술(IT)과 헬스 케어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하이거래소가 4대 은행을 포함한 대형 국유기업, 민영 대기업 위주의 시장인 것과 차별화된 점이다. 이에 따라 선전거래소는 한국의 코스닥 시장과 비슷하게 ‘중국판 나스닥’ 또는 ‘차스닥’으로 불린다.

선전거래소의 전체 시가총액은 19조 위안으로 상하이거래소(27조 위안)보다 적다. 하지만 상장 기업은 1761개로 상하이(1092개)를 크게 웃돌아 투자 선택 폭이 훨씬 더 넓다. 글로벌 증시와 견줘도 시가총액은 세계 8위, 거래 대금 5위로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선전거래소 산하에는 대형주 위주인 메인보드를 비롯해 벤처기업 전문 증시인 창업판(차이넥스트)과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중소판(SME)이 포함돼 있다.

선전거래소가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수년간 선전거래소 내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상하이거래소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2~2014년 중국 증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 있을 때에도 선전 증시 상장사 중 40%의 주가가 100% 넘게 상승했다.

오름폭이 2배를 웃도는 종목도 15%에 육박했다. 선전 증시의 대표 종목 중 하나인 선전시명가레이저테크놀로지는 애플의 주요 공급자로 부상하면서 2005년 이후 345% 올랐다.

또 선전거래소는 기업공개(IPO)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중소기업들의 상장이 워낙 활발하다 보니 중소판 시가총액이 메인보드를 넘어서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율리앙 창 도이체방크 중국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신경제 섹터가 올해도 업종 평균 이상의 이익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성장 모멘텀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선전거래소의 전반적인 특징을 감안할 때 선강퉁 시행 시 후강퉁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선강퉁을 통한 투자 시 헬스 케어·소재·소비·IT 업종이 많아 기존의 상하이 증시 투자 시 금융·에너지 등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단점을 해소할 수 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업종별 시총 분포상 성장성이 높은 신경제 업종이 시총 상위에 포진해 상하이 증시에서 살 수 없는 성장주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말 기준 선전 증시에 상장된 IT·미디어·바이오 등 신흥 산업 관련 종목은 총 673개로 전체 상장사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IT 업종이 19.1%로 가장 많고 창업판은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의 비율이 95%에 육박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친환경 테마 기업의 10곳 중 9곳이 선전 시장에 상장돼 있을 만큼 투자 매력이 큰 신흥 산업 유망 기업 대부분이 선전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고 소비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선강퉁 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리커창 총리는 ‘창신(창조와 혁신) 경제’를 주장해 왔는데, 이는 전통 산업이 아닌 신흥 산업의 주체들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 선강퉁이 출범하게 되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중국 주식 투자가 확대되면서 선전 증시를 비롯한 중국 증시의 수급 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현재 선전과 상하이 증시의 A주는 개인 보유 비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며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왔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선강퉁은 한국의 코스닥처럼 신성장 분야의 기업과 높은 기술력이 바탕인 알짜 기업들로 많이 구성돼 있다”며 “중소형 기업이 많아 후강퉁보다 상대적으로 성장력과 가격대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선강퉁’이 뭐길래] 중국판 나스닥에 투자할 수 있는 길 열린다
◆중국 신산업 투자의 마지막 기회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을 중국 신산업 투자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주도권이 기존의 전통 굴뚝 산업에서 IT·미디어·헬스 케어 등 신흥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A주에 상장된 신산업 상장사의 65%가 실적 호조를 나타낸 반면 중국 경제의 전통 강자인 철강·석탄·은행 등 업종의 실적은 가파른 하향세를 나타내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중국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도 점점 신산업 육성 정책으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강퉁 출범 초기 중국 중소형 고성장주를 노리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대거 선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대표 투자은행(IB)인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지난 5월 초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선강퉁이 출범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전 증시의 헬스 케어·IT 등 고성장주와 바이주(白酒) 등 소비 관련 종목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권 업계의 한 전문가도 “선강퉁 출범과 A주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이 하반기 중국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선강퉁의 외국인 투자 한도와 투자 상품 등을 2014년 후강퉁 개방 때보다 훨씬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강퉁이 정식 도입된다고 해서 선전 증시 1700여 개 모든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후강퉁 도입 당시 중국 정부는 투자 가능한 종목을 상하이180지수, 상하이380지수 등 568개 우량 종목으로 제한했다. 이는 상하이 증시 전체 상장사의 59%, 시가총액의 9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후강퉁 출범 당시의 경험을 비춰 볼 때 선전성분300(SZSE300)지수 혹은 선전성분500(SZSE500) 구성 종목, 선전·홍콩 동시 상장 종목, 창업판·중소판 내 우량 종목 등 전체 상장사의 30~40% 정도가 선강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커

선전거래소 거래 종목들이 성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또한 크다는 점은 부담으로 지목된다. 소형주는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창업판 기업들은 규제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루머에 흔들리거나 주가조작에 시달리는 곳이 많다. 선전거래소 상장 기업의 주가 변동성은 미국 나스닥 기업의 2배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거래소 종목들이 상하이거래소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종 밸류에이션이 상하이보다 훨씬 높다. 2015년 기준 상하이 메인보드의 주가수익률(PER)은 12.5배 수준이지만 선전거래소의 메인보드·중소판·창업판은 각각 25.5배, 29.5배, 40.7배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선강퉁 출범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다면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대형주를 선호하면서 일부 중소형주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지금보다 할인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선강퉁의 학습 효과로 시장의 안정 기간이 훨씬 짧을 수 있고 오히려 과도한 기대에 따른 거품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긍정적일 수 있다. 후강퉁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고 중국 정부가 상당히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반드시 선강퉁의 성공을 이끌어 낼 것이란 기대감도 공존하고 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선강퉁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회전율·변동성을 보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냉철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며 ▷선전거래소 신경제 업종 대표 종목 ▷기존 해외 투자자가 선호한 종목 ▷본토 대비 저평가된 중소형 홍콩 우량주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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