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업무만 보는 은행은 옛말…‘어르신 전용 점포’도 등장}
‘카페야, 은행이야?’ 은행 점포의 변신
(사진) 우리은행과 폴바셋의 컬래버레이션 점포인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 카페 인 브랜치'.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주재익 인턴기자] 사람들이 더 이상 은행을 찾지 않는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번호표를 뽑는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스마트폰 하나로 조회·이체 서비스뿐만 아니라 대출·계좌 이동 등 복잡한 업무 처리까지 가능해지면서 최근 인터넷 뱅킹·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15년 중 국내 인터넷 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인터넷 뱅킹(모바일 뱅킹 포함) 등록 고객 수는 1억1685만 명이다. 한 해 전보다 13.2% 증가한 수준이다.

내점 고객이 줄어들어 문을 닫는 은행 점포가 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은행들의 점포 운영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약 137개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수익성 높은 상품 판매는 여전히 대면 거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무작정 점포 수를 줄이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최근 은행들은 점포 문을 닫는 대신 이색 점포를 열어 내점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커피향 나는 은행’으로 유명세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들의 손에 하나같이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 있다.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은행과 카페가 연결돼 있어 카페 이용객이 바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이곳은 지난 3월 우리은행이 커피 브랜드 ‘폴바셋’과 협업해 개점한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 카페 인 브랜치’다.

오후 4시, 은행 영업이 종료되면 은행이었던 공간까지 카페로 이용된다. 출금 전표가 들어있는 업무용 탁자는 카페 테이블로 바뀌고 의자는 카페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재배치된다. 은행과 카페가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임대 수익을 얻는 동시에 이종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홍근석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은 “‘커피향 나는 은행’으로 이촌동에선 나름 유명한 장소가 됐다”며 “최근 내점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카페에 이어 편의점·백화점 안으로도 은행이 들어왔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3일부터 ‘CU 서울대 서연점’ 내부에 디지털 키오스크를 배치해 운영 중이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대면 창구 수준의 업무 처리가 가능한 무인 스마트 점포다.

언뜻 보면 편의점에 흔히 있는 ATM 기기처럼 보이지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훨씬 다양하다. 신분증만 갖고 있으면 계좌 개설과 온라인 뱅킹 서비스 신청 등 본인 확인이 필요한 업무도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전국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에 소규모 점포 형태의 뱅크숍과 뱅크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6월 2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개점한 뱅크숍을 포함해 현재 7개의 뱅크숍과 60여 개의 뱅크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타깃 고객층을 위한 차별화 서비스를 내세우는 곳도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 6월 1일 광주 북구 오치동에 어르신 전용 점포를 개점했다. 작년 8월 개점한 빛고을건강타운라운지에 이어 둘째 어르신 전용 점포다.

이곳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주요 이용 고객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창구 거래 시 발생되는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건강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오치동은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점포를 통폐합해야 하지만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들을 배려해 어르신 전용 점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경희대와 홍익대 앞에 무인 점포 기반의 스마트 브랜치인 ‘S20 스마트존’을 운영하고 있다. ‘S20 스마트존’에서는 금융 서비스 외에도 대학생들을 위한 무료 프린트 및 스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20 스마트존 홍대점’ 직원은 “무료 프린트나 스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하루에 10~20명 정도 된다”며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점포만으로는 내점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다양한 점포 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으로 비대면 채널의 비율이 지금보다 더 커지겠지만 그렇다고 은행이 대면 채널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감소된 지점으로 기존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색 점포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ji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