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어디까지]
{석유화학도 ‘기업 주도’로 선회, 건설업계는 수주 급증으로 한숨 돌려}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만약 조선·해운업의 한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정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다음 타깃은 철강 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설비 감축 시동…업계 자율 구조조정 팔 걷어
(사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6월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1차 산업 경쟁력 강화 관례 장관 회의'를 마치고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정부발 구조조정’ 태풍을 지켜보는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재의 수출 실적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철강업의 구조조정 또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거세게 불고 있는 구조조정의 태풍이 조선·해운업과 함께 5대 취약 업종에 속하는 철강·석유화학·건설 업종으로도 몰아치고 있다. 당초 다음 타깃으로 지적된 분야는 철강 산업이다.
조선·해운업의 후방 산업인 동시에 중국발 철강 수요 둔화 추세라는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합금철 등 일부 품목이 과잉 설비, 판매 가격 급락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 또한 악영향을 끼쳤다.

정부가 나서 ‘메스’를 들이대려고 하자 철강 업계에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철강협회는 최근 구조조정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작성할 업체를 선정해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자발적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스턴컨설팅그룹이 품목별 공급과잉 문제에 대한 진단을 담은 보고서를 8월 초까지 작성할 예정이다.

일부 품목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작업에도 이미 시동을 걸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조선업 악화로 수익성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지자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후판 부문 사업을 접었다. 현대제철 또한 포항공장의 철근 라인을 폐쇄하는 용단을 내렸다.
철강, 설비 감축 시동…업계 자율 구조조정 팔 걷어
◆실적 개선 분위기에…“시장에 맡기자”

철강업과 함께 구조조정 명단에 올랐던 석유화학 산업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사실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은 해묵은 주제이기도 하다. 화학 경기가 호황기를 누리던 2007년은 물론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2014년에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은 ‘정부발 구조조정’이 효과를 보기 힘든 업종으로 꼽힌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더라도 글로벌 경기, 유가, 중국의 수급 상황 등의 외부 변수가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안 된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석유화학 기업들이 실적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적된 고순도 테레프탈산(TPA)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산에 들어가 생산을 줄여 나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업계가 나서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기 시작하자 정부도 한 발 물러섰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석유화학 등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에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하 기활법)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23일 업무 보고를 통해 현재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 작업에 들어간 철강과 석유화학은 결과 보고서를 참고해 자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은 기업 채권단 주도로 시장 원리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며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중·장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방향 제시·조정 역할에 머무를 듯

5대 취약 업종 가운데 하나인 건설업은 당분간 구조조정의 압박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기업 구조조정 최우선 순위인 ‘경기 민감 업종’에 선정됐지만 올해 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26일 열린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에서 경기 민감 업종으로 선정된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가운데 조선과 해운업만 경기 민감 업종으로 유지하고 철강과 석유화학은 과잉공급 업종으로 분류해 설비 감축과 인수·합병(M&A) 등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업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해 건설 수주액이 전년 대비 48.3% 급증하는 등 건설업 전체의 경영 상태가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에 대한 인위적인 산업 재편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 이유다. 다만 상시적 구조조정과 함께 정상 기업 부실화 방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물론 현실적인 배경도 뒤따른다. 정부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만으로도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5만여 개의 업체가 난립하는 건설업까지 손을 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철강·화학 업계에선 이미 구조조정과 관련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업계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업은 이미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마련돼 있고 5만여 개에 달하는 업체에 손을 대는 것 또한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철강·화학·건설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조정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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