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용 담겼나]
{배우자 포함 적용 대상만 450만 명…9월 28일 시행 돌입}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름도 참 길고 복잡하다. 그래서 알기 쉽게 ‘김영란법’이라고 불린다. 본격 시행일(9월 28일)을 앞두고 ‘시행령 입법 예고 기간’이 지난 6월 22일로 끝났다.

공직자를 비롯해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 법 적용 대상자가 240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법 적용 대상자 수는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령이 현안대로 적용된다면 연간 11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란법 후폭풍] 100만원 넘으면 선물, 직무 관련성 없어도 처벌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모(40) 전 검사는 부장판사 출신의 최모(53)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다이아몬드 반지, 샤넬 핸드백 등 고가의 금품을 건네받았다.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이 전 검사를 기소했고, 이 전 검사는 최 변호사와 내연 관계임을 주장하며 벤츠 승용차는 ‘사랑의 정표’로 사건 청탁과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이 전 검사는 2015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이 없는 금품이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대법관 출신의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공직자에 대한 부정 청탁을 금지하고 공직을 이해관계에 오·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3년 8월 정부안으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고 이후 이 법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렸다.

김영란법은 2015년 1월 국회 정무위 전체 회의를 거쳐 그해 3월 국회 법사위 및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2015년 3월 27일 법을 공포했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김영란법 후폭풍] 100만원 넘으면 선물, 직무 관련성 없어도 처벌
(사진) 2012년 8월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설명하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 /한국경제신문

◆골프 접대·교통 편의 제공도 포함돼

김영란법은 5개의 장과 총 24개의 조문 및 부칙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시행령안은 5개의 장, 총 30개의 조문 및 부칙으로 구성됐고 법률의 위임 사항 및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놓았다. 현재 권익위에서 시행령 입법 예고 기간을 마치고 시행령 제정 작업 중이다.

김영란법은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법률에 따르면 이 법의 목적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 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있다.

법 적용 대상자는 처음에는 공직자만 거론됐지만 논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포함해 그 대상자가 크게 확대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권익위에 제출한 ‘청탁금지법의 적정 가액 기준 판단 및 경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법 적용 대상 기관은 4만여 개이며 대상자는 22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적용 대상자는 45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법 적용 대상자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00만원 이하는 직무 관련 여부를 따진다.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 금품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법에서 정한 ‘금품 등’이란 금전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과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교통 등의 편의 제공, 채무 변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이 광범위하게 포괄돼 있다.
[김영란법 후폭풍] 100만원 넘으면 선물, 직무 관련성 없어도 처벌
◆ 신고 안 하면 적발 쉽지 않아

물론 예외적인 것도 법에 명시돼 있다. 친교·사적인 거래 등 일상적인 사회생활의 과도한 제한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8가지 예외 사유를 인정했다. 예외 사유는 형법 등 다른 전체 법질서와의 관계에서 금지되고 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립된다.

이 법 제8조 제3항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 수행 또는 사교·의뢰·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조사비 등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내의 금품 그리고 증여를 제외한 사적 거래에 따른 채무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은 허용된다.

또한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과 불특정 다수인에게 나눠 주기 위한 기념품 및 홍보 용품 등이나 경연·추첨을 통해 받는 보상 및 상품도 금지하지 않는다.

김영란법은 법 적용 대상자가 자진 신고하지 않는 이상 위법한 이들을 일일이 적발해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황민아 권익위 청탁금지법 시행준비단 사무관은 “(김영란법은) 사실 처벌보다 예방 쪽에 중점을 둔 법”이라며 “물론 신고돼 처벌받는 사례들도 많이 나오겠지만 법의 기본 취지는 공직 사회에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고 청렴한 풍토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금품의 가액 기준이다. 시행령안 제3장 제6조, 별표1을 보면 음식물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정해 놓았다. 김영란법이 흔히 ‘3-5-10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김영란법 후폭풍] 100만원 넘으면 선물, 직무 관련성 없어도 처벌
◆ 언론인 등 민간인 적용 위헌 논란

이 같은 가액 기준은 권익위가 2015년 7월 일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기인한다.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5%가 음식물은 3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어 선물은 5만원(35.3%), 경조사비는 5만원(45.5%)과 10만원(37.5%)으로 나타났다.

가액 기준 선정에 대해 권익위는 “입법 취지와 국민의 인식 수준, 금품 등을 받는 대상자뿐만 아니라 이를 제공한 국민도 처벌받게 되는 등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점과 상호부조 성격의 경조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적 가액 기준을 전해 들은 축산관련단체협의회·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 등 관련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농협 품목별 전국협의회 회장단은 “한 해에 유통되는 배의 70%, 사과의 40%가 명절에 집중 소비되며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판매되는 국산 과일 선물 세트의 절반 이상이 5만원을 훌쩍 넘는다”면서 “입법 예고 안대로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면 값싼 수입 농산물 세트가 대체재로 자리 잡아 국내 과수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음식물 가액 기준을 5만원으로 올릴 것을 촉구하고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선물 가격이 최대 5만원이라는 기준으로는 대기업 공산품이나 중국산만 가능할 뿐 국내 농축수산물과 중소공인 수제품은 해당 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토로하는 등 업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권익위는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한 직후인 2002년 당시 ‘공무원 행동 강령’에 따라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관련 공직자로부터 받는 경우에 한해 3만원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허재우 권익위 청렴총괄과장은 “농축산업 등 관련 업계는 농축산물을 법에서 제외해 달라고 일괄적으로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이미 법에서 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허 과장은 이어 “법의 초점은 공직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있다”면서 “국내 농축산물에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 권익위를 비롯한 정부의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김영란법은 헌법 소원이 청구돼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7~8월께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이 있을 예정이다. 핵심 쟁점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인 적용에 대한 과잉 입법 논란과 처벌 대상 행위의 모호성 그리고 배우자를 신고해야 하는 양심의 자유 등이 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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