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햅쌀 같은 유기농 커피, 맛보실래요”
골목마다 커피숍들이 들어차 있고 도심 번화가에는 빌딩 전체를 가득 채운 브랜드 커피점들이 즐비하다. 밥만큼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 그래서 햅쌀처럼 신선하다는 유기농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에티오피아산 커피 원두 향기가 가득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SNJ매니지먼트코리아의 사무실을 찾은 것은 6월 16일 오후였다. 이 회사 전미영(44) 대표는 지난해 미국의 식품 대기업 홀푸드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커피 브랜드 알레그로커피(www.allegro coffee.kr)를 국내에 들여왔다.

전 대표는 유기농 커피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쌀은 민감하게 생산지나 유기농 제품인지를 따지면서 매일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는 건강 생각을 덜 하는 것 같다”고 기자에게 선공을 해 왔다. 커피도 쌀과 같은 곡물이고, 어떻게 생산, 유통됐는지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게 그의 주장.

오랫동안 비축해 놓은 정부미와 햅쌀의 맛이 다르듯이 아프리카 등 커피 원산지에서 길게는 6개월 동안 선박으로 운송돼 온 커피 원두와 미국 덴버 본사에서 로스팅을 마친 뒤 비행기로 2주일 만에 국내에 들어오는 알레그로커피는 맛과 향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전 대표는 미국과 한국에서 골프용품 관련 사업을 해 왔다. 그러다 유기농 알레그로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인 것이 지난해 초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중국 등 아시아 커피 시장의 지도가 가득하다. 알레그로커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버전인 ‘브레아’를 곧 출시해 한국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로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이처럼 열정적인 그에게도 일상적인 취미가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는 답변은 “취미가 없다”였다. “해볼 것은 이미 예전에 다 해봤어요. 이제는 기독교 모임에 많이 나가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죠. 저희 그룹 내에 루게릭 환자가 있는데 그분을 위해 기도를 드리기도 해요.” 그의 이어진 말이 기자의 선입견을 무너트렸다.

10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종교를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게 됐고, 칼날 같았던 성격은 어느새 커피 스푼처럼 부드러워져 있었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아이들도 예전의 엄마보다 지금의 엄마가 더 좋대요”라며 입가에는 어느새 커피 향내보다 더 진한 미소가 올라와 있었다.

인스턴트커피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유기농 커피라는 게 다소 낯설게 들리네요.
“(웃음) 한번은 어떤 분이 커피도 유기농이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커피도 농작물이에요. 유기농 커피가 당연히 있죠. 쌀은 민감하게 생산지나 유기농 제품인지를 따지면서 매일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는 건강 생각을 덜 하는 것 같아요.
알레그로커피는 세계 최대의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점 훌푸드마켓 그룹의 자회사로 전 세계 47개국의 직영 농장에서 최상의 유기농 커피와 티(tea)를 생산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농장에 한해 화학비료나 농약 성분이 없는지를 따지지만, 미국은 농장 밖으로 반경 5마일 이내에 3~5년 동안 화학성분이 없어야만 인증을 내줘요. 예를 들어 저희 제품을 보면 ‘에스프레소 에티오피아 수케’라고 표시돼 있는데 ‘수케’는 농장조합이에요.
‘어느 농장에서 수확해 그걸 언제 사용했느냐’ 하는 것이 정확하게 표기돼 있는데 이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정직함을 나타낸다고 봐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하잖아요. 그런데 브랜드 커피라고 해도 정말 건강한 재료로 만들었는지 분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예요. 저희가 밥을 먹을 때도 햅쌀과 묵은 쌀을 가려 먹듯이 말이죠.”

알레그로커피와 일반 커피의 유통 단계가 좀 다르다고 들었는데요.
“커피 원두나 로스팅(roasting: 생두에 열을 가해 볶는 것)한 커피나 마찬가지로 원산지에서 선박을 통해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죠. 아프리카에서 수입된다고 하면 6개월 가까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컨테이너 안이 굉장히 더운데 더구나 적도를 지나와야 하니까 제품이 손상될 수 있어요. 커피도 쌀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먹거리잖아요. 운송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 버려 커피 본연의 향미가 약해질 수 있는 거예요.
알레그로커피는 미국 덴버 본사에서 커피를 볶아 세계 각 지역으로 공수되는데 한국의 경우 선박이 아닌 비행기로 운송돼 2주일이면 서울에 도착해요. 볶은 커피의 유통 기간은 2년이지만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로스팅을 한 날로부터 1년 안에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지난해 알레그로커피를 국내에 론칭했는데 한국 고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사실 저는 미국과 한국에서 골프용품 관련 비즈니스를 했었는데 미국에 계신 대표님의 소개로 시애틀의 커피 박람회에 참석한 뒤 유기농 커피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그래서 2015년에 알레그로커피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죠. 그해 1월 신세계백화점의 요청으로 첫 프로모션을 진행했고요. 이에 자신감을 얻어 그해 11월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론칭하게 된 거예요.
현재는 신세계백화점(명동, 센텀시티), 갤러리아백화점(압구정), 현대백화점(판교), AK백화점(분당)에서 판매가 되고 있고요. 오는 11월경에는 현대백화점 삼성점과 무역센터점에도 들어갈 예정이죠. 면세점은 현재 동화면세점과 샘플링 작업 중인데 면세점에는 커피와 함께 티 제품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다 보니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요, 특히 커피를 한번 마셔본 분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알레그로커피라는 곳이 로스팅 전문 회사이다 보니 커피 맛의 차이를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왜 같은 쌀이더라도 밥물이나 뜸을 들이는 시간에 따라 밥맛이 달라지듯이 커피의 쓴맛을 얼마나 기분 좋게 마시도록 하느냐는 로스팅 기술력의 차이인 거죠.”
[Interview]“햅쌀 같은 유기농 커피, 맛보실래요”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로스팅을 하는 부분도 맛에 영향을 끼치겠죠.
“커피라는 작물은 토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한국의 배추를 미국에 가서 심으면 물이 많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다 토양 때문이에요. 아프리카 산지의 커피들은 산성이 굉장히 강해요. 신맛이라고도 하죠. 반면 수마트라 등 아열대성 기후권에 있는 커피들은 조금 단맛이 나기도 하고, 남미는 또 남미대로 맛이 다르죠.
커피에서 중요한 것이 어떤 원두(bean)를 사용하는지예요. 이미 세계 커피 시장은 저희처럼 직영농장 체제를 운영하는 곳에서 최상급의 커피들을 거의 다 수거해 간다고 보면 돼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상당수 커피는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없는 것이 많아요.
로스팅의 기술력도 맛을 상당 부분 좌우하죠. 일반적으로 수입한 후 로스팅은 현지에서 해야 커피의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커피는 외국에서 들어왔고 외국의 전문 로스터들의 기술력이 현재까지는 우리보다 앞선다고 봐야 할 거예요. 알레그로커피의 에스프레소 엘칸토의 경우 산미가 많이 느껴지고, 이탈리안 로스트는 유러피언 스타일로 묵직한 풍미가 일품이죠. 여기에 미국의 로스팅 기술이 더해져 깔끔한 끝맛을 내는 게 특징이에요. 40여 가지의 커피 제품군이 저마다 고유한 맛을 낸다는 것이 바로 기술력 아니겠어요.”

유기농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아요.
“알레그로의 유기농 디카페인 커피는 임산부나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들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예요. 한번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백화점에서 디카페인 커피의 맛을 보더니 중국의 지인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며 수십 세트를 사 가기도 했죠.
보통 디카페인 제품을 만들려면 케미컬 방식이나 워터 프로세싱 방식을 쓰게 되는데 흔히 쓰는 케미컬 방식은 화학성분을 가지고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좀 있어요. 처리 과정 이후에도 30% 정도의 카페인이 잔류하기 때문이죠. 가장 안 좋은 건 거기서 발암물질이 유발될 수 있다는 거예요.
알레그로커피는 워터 프로세싱 방식을 써요. 캐나다 밴쿠버 로키 산의 물로 7번 정제를 하는데 수용성인 카페인을 신선한 물로 제거하는 거죠.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좋은 물이 있어야 하고, 연해진 맛을 보충하기 위한 로스팅 등의 기술이 수반돼야 해요.
알레그로커피는 카페인이 99% 정도 제거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라테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먹는 비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커피라고 하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아이스커피가 먹고 싶은데 커피숍처럼 맛이 안 난다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소스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요즘 더치커피로도 불리는 ‘콜드 브루(cold brew)’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유리병에다가 커피가루를 3분의 1이나 4분의 1 채운 뒤 찬물을 부어요. 그리고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서 8~12시간 놔뒀다가 체에 걸러서 원액을 남긴 뒤 얼음이나 물을 타 먹으면 돼요. 이때 중요한 것은 얼음 위에 커피를 부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거죠. 따뜻한 커피도 물이 있는 상태에서 커피를 부어야 은은하게 물과 희석되며 커피 본연의 맛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아요.”

알레그로커피의 OEM 버전인 ‘브레아’라는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계획이 궁금하네요.
“제가 ‘브레아’를 만든 이유가 있어요. 중국 시장하고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서죠. 알레그로커피가 좋지만 아무래도 로열티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이 회사는 어쨌든 로스팅 전문 회사이고, OEM 방식으로 좋은 유기농 커피를 들여와 한국 브랜드의 커피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내년에 본격적으로 브레아 커피를 선보일 계획인데 현재 중국 쪽의 유통 채널도 유심히 살피고 있어요. 커피와 함께 티도 시장 상황을 보면서 확장해 나갈 생각인데 러시아 사람들이 티를 많이 먹거든요. 러시아의 경우 미국 브랜드가 들어가기 힘드니까 한국 브랜드를 만들어 노크를 해봐야죠.”
[Interview]“햅쌀 같은 유기농 커피, 맛보실래요”
개인적인 질문 하나 드리죠. 대표이사로서가 아닌 사람 전미영은 어떤 분인가요.
“(웃음) 제가 예전에 피곤할 때는 아이들도 절 건드리지 못했어요. 날이 단단히 서 있었죠. 지금 와서 후회가 많이 돼요. 사실 돈을 번다는 건 아이들 잘 키우려고 한 건데 아이들이 잘 크려면 부모와의 교감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돈을 버니까 피곤하고, 그러니까 건드리지 못하게 된 거였잖아요. (허탈한 웃음) 그러던 제가 10년 전 미국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한 지인을 만나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을 했어요. 그때부터 많이 바뀌었죠. 미국에 놀러온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종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180도 바뀐 너를 보니 하나님이 있기는 한가보다’라고요. (웃음) 예전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업무 외에 본인이 즐기는 취미 같은 게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취미가 없어요. 해볼 것은 이미 예전에 다 해봤어요. 이제는 기독교 모임에 많이 나가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희 그룹 내에 루게릭 환자가 있는데 그분을 위해 기도를 드리기도 해요. 아이들도 예전에 엄마보다 지금의 엄마가 더 좋대요. (함박웃음)”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