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 위해 검토 지시’소문}
{이통사 빼곤 소비자, 제조·판매사 모두 불만}

다시 불거진 단통법 폐지론 ‘이번엔 다를까’
(사진)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한 대리점의 광고 문구.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최근 또다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이번 논란은 이전과 달리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단통법이 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 중이고 소비자들과 단말기 판매 유통업자들은 “단통법 때문에 소비자와 유통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반발한다.

◆단통법 논란, 어디서 시작됐나

‘청와대에서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단통법 폐지 검토를 지시했다’는 소문이 지난 6월 처음 흘러나왔다. 이는 즉시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방통위는 “실무 차원에서 지원금 상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단통법 폐지 논란은 2014년 이후 매년 등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가 아닌 정부발로 단통법 폐지가 언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움츠려 있던 단통법 폐지 여론에 불이 붙었다.

일부에서는 단말기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사 측이 폐지 여론을 모으기 위해 잘못된 사실을 흘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론의 움직임에 국회에서도 단통법 개정을 위해 여야 의원 일부가 검토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단통법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여전히 법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들 부처는 지난 4월 단통법 성과 점검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통신 요금이 단통법 시행 이전(2014년 7~9월) 4만5155원보다 6460원 내린 평균 3만8695원으로 인하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고가 요금제(6만원 이상) 가입 비율은 33.9%에서 같은 기간 6.3%로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 달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2014년 1조9948억원에서 지난해 3조6332억원으로 약 82% 정도 증가하면서 이통 3사가 단통법을 이용해 경쟁을 기피하고 이익만 챙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그간 저렴하게 구입했던 단말기를 비싸게 구입해야 한다는 불만만 더 커졌다. 정부가 단통법 시행을 통해 모든 소비자가 똑같이 공시 지원금을 받을 것이란 발표도 어김없이 무너져 여전히 불법 보조금이 지속 제공되고 있다.

정부의 주장처럼 단통법은 소비자들의 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고 있을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창위) 전체 회의에서 “현재 적용 중인 상한제 금액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안정화돼 가고 있기 때문에 단통법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단통법, 실패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최 위원장과 정반대다.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은 더욱 비밀스럽게 꾸준히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LG유플러스가 단통법 위반 실태조사를 거부해 과태료 750만원을 결정받았고, 강남·신도림 등 이통사 소매점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이 꾸준히 지급되고 있다.

실제 최근 불법 보조금을 지원받고 단말기를 개통한 직장인 김모(34) 씨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단말기 판매자와 연락한 뒤 강남 인근 오피스텔에서 만나 갤럭시 7을 30만원에 구입했다”며 “녹음하지 못하도록 가격도 이어폰을 끼어야 안내하는 등 보안이 철저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장에서 40만원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았다.

시민 단체와 단말기 소매점 역시 단통법은 수정되거나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단통법을 당장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단통법으로 이통사의 이익이 크게 발생했다면 이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단말기 지원금 상향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단통법을 통해 이통사들이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통법을 유지해야 한다면 기본료를 점차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판매자는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사야 하고 유통 판매자도 소비자가 줄어 어려워하고 있다”면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통사의 경영 방침인데, 정부가 이를 제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단말기 제조사들 역시 고가 단말기의 판매 부진과 단말기 교체 시기가 길어지면서 단통법 폐지를 원하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판매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며 “단통법으로 내수 판매가 침체돼 일부 제조사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29일 열린 미창위 전체 회의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은)일몰법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3년(2017년 9월)까지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면서 단통법 존치를 못 박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란?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출시 1년 3개월(15개월) 미만의 단말기에는 25만~35만원까지의 보조금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고시를 통해 보조금 상한액을 33만원으로 정해 그 이상의 보조금은 불법이다.

k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