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영인의 노련미와 ‘하모니’…이재경·이현순 부회장, 지주사 ‘2인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의 총수는 창업자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들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조금씩 창업자의 손자인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미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두산그룹은 벌써 4세 경영 시대를 시작했다. 올해 120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기업답게 시대의 흐름이 자연스레 4세 경영인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자리로 이끌었다. 이렇다 보니 두산은 2016년 현재 4세 중심의 오너 일가와 전문 경영인, 임원들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1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은 사람만 바꾼 것은 아니다. 두산이라는 기업의 체질도 바꿨다. 시작은 종합상사로 출발했지만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지금은 인프라 지원 사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주사인 (주)두산 아래 인프라 지원 사업 계열사인 중공업·인프라코어·건설·엔진·오리콤 등 6개의 상장사가 자리해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급격히 변화한 만큼 기업을 이끌고 있는 임원급 인사들은 연령부터 경력까지 다채롭다.
과연 어떠한 뉴 리더들이 지금의 두산을 이끌고 있는지 알아봤다. ◆박서원 전무, 면세점 사업 이끌어
두산그룹에는 4세 경영인들 대부분이 주요 계열사에 포진해 있다. 현재 가문의 장자인 박정원 회장을 포함한 9명이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두산그룹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선 박정원 회장의 동생 박지원 회장은 대표이사로서 두산중공업을 이끌고 있다. 그룹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박지원 회장은 1988년 동양맥주(구 OB맥주)에 입사해 28년 동안 두산 계열사를 두루 거쳤고 2001년 두산중공업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후 줄곧 두산중공업에 적을 두고 있다.
두산 3세 중 4남인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세 아들도 모두 두산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 두산건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은 1999년 두산 테크팩BG 기획팀을 시작으로 두산에 합류했다.
그 뒤 계열사 네오플럭스캐피탈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6년 두산산업개발 상무로 자리를 옮긴 뒤 10년 넘게 두산건설에서 근무 중이다. 박 이사장의 2남 박형원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를 이끌고 있고 3남인 박인원 전무는 두산중공업에서 EPC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맏아들 박서원 두산 전무는 최근 두산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면세점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박 전무는 오너가 경영 수업을 거치지 않고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로 유학을 떠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한국인 최초로 세계 5대 광고제를 석권했다. 그는 ‘바른생각’이라는 이름의 콘돔을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박 전무는 2014년 두산계열 광고회사 오리콤의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박 전무는 작년 두산 유통사업부문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돼 면세점 개장을 진두지휘했다. 박서원 전무의 동생은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이다. 박용만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에 전념하기로 함에 따라 박재원 부장은 아버지 밑에서 일하게 됐다. ◆이현순 부회장 ‘한국 대표 CTO’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은 두산가 3세 중 삼남인 박용성 전 중앙대 재단이사장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두산엔진에서 미래성장부문장을 맡아 신산업을 발굴하고 있다.
박석원 부사장의 형인 박진원 (주)두산 전 사장은 지난해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박정원 회장의 여동생인 박혜원 부사장은 그룹 경영과 거리를 두고 보그·지큐(GQ) 등 유명 패션 잡지를 발행하는 두산매거진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두산이 이번 면세점 사업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이들 4세들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등은 두산의 면세점 사업 출정식이나 다름없는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참석해 사업 유치에 힘을 보탰다.
이들 오너가 외에도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에는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두산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가는 전문 경영인들이다. 이들은 오너가와의 스킨십을 통해 각사를 이끌고 있다.
지주사인 (주)두산은 이재경 부회장과 이현순 부회장이 박정원 회장을 보좌하며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경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한 전문 경영인이다. 두산건설과 (주)두산 사장 등을 거친 그룹의 대표적인 브레인으로 현재 그룹 재무부분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현순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꼽히는 인물이다. 1950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거쳐 뉴욕주립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4월 현대그룹에 입사, 승용제품개발을 담당하며 현대차그룹 부회장(연구개발총괄)을 역임했고 2011년 두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장급에선 이상훈 재무담당 사장이 눈에 띈다. 1961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2004년 (주)두산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이 사장은 그룹의 M&A 핵심 조직인 기업금융프로젝트(CFP : 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에 소속돼 회사의 굵직한 M&A를 성공시키는 데 기여했다. 2010년부터 핵심 업무인 재무와 함께 구조조정·경영계획 등도 맡고 있다. ◆이상훈 사장, M&A팀서 맹활약
(주)두산은 지주부문과 함께 사업부문도 함께 있는 사업형 지주사다. (주)두산의 사업부문은 비즈니스 그룹(BG) 혹은 비즈니스 유닛(BU)으로 나뉜다. 사업부문에서 연료전지 분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퓨얼셀BG는 정형락 사장이 이끌고 있다.
정 사장은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나와 브라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하다가 SK건설로 옮긴 뒤 2011년 두산중공업 전무를 거쳐 2013년 두산 사장직에 올랐다.
전자부문 BG는 이윤석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인하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전자BG 신소재 분야 사업부장을 지냈다. 면세부문 BG장에는 이천우 부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면세사업인 두타DF 총괄을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으로 SS패션을 거쳐 2008년 AK플라자 상품본부장을 지냈고 2014년까지 AK플라자 상품본부장 부사장을 지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산업차량BG장에는 미시간대 기계공학과 박사 출신인 박근배 부사장이 포진해 있다. 박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산업차량 부문 연구개발담당을 맡아 온 인물로,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두산중공업에는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을 보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기획원·통계청·재정경제원·기획예산위원회·기획예산처 등에서 25년 동안 공직 생활을 했다.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접고 중앙종금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두산 IT부문 총괄담당 사장으로 영입돼 두산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두산테크팩BG·두산산업개발·두산건설 대표를 거쳐 현재 두산중공업 부회장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명우 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연세대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을 한껏 살려 그동안 관리부문에서 근무해 왔다.
두산중공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는 장명호 부사장이 자리해 있다. 장 부사장은 경북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두산중공업의 프로젝트별 리스크, 재무 리스크, 비재무 리스크 등 위험 요소를 통합 총괄하고 있다.
고석희 주단BG 담당 부사장은 부산대 금속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두산중공업에 입사했다. 1993년부터 5년 동안 도쿄에서 근무했고 국외영업을 담당하는 등 생산·영업·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
◆인프라코어, 2인 각자대표 체제
김하방 원자력BG 담당 부사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두산중공업에 입사해 줄곧 원자력 분야에서 근무한 전문가다. 김헌탁 부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30년 넘게 플랜트 건설 분야에서 쌓아 온 노하우가 강점이다.
윤석원 워터BG 담당 부사장은 국외 영업통이다.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고 이란 마프타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용 장비를 수주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9월부터 워터BG를 맡아 해수담수화, 수(水)처리 사업을 총괄한다.
터빈·발전기BG 박흥권 부사장은 고려대 무역학을 전공했고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풍부한 발전 플랜트 시공 경험이 강점이다.
보일러BG장을 맡고 있는 현호준 부사장은 1983년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에 입사해 30년 넘게 두산중공업에 근무하며 다방면에서 업무 경험을 쌓은 베테랑 임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부터 손동연 사장과 최연희 부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손동연 사장은 한양대 정밀기계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두산인프라코어에 합류하기 전에 GM대우(현 한국GM)에서 기술연구소 소장과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3월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해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력을 높이고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데 성과를 올리면서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에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형희 부사장은 두산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강원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두산중공업 CFO를 거쳐 최근까지 (주)두산 지주부문 CFO로서 계열사의 주요 재무 사안을 조율해 왔다.
두산건설은 최근 퇴진한 송정호 전 대표이사(부사장)를 대신해 곽승환 대표이사(전무)가 자리를 대신했다. 이에 따라 이병화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 사장은 1981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35년여 동안 건설·건축 시공, 개발 사업 등을 전담해 온 건설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건축부문 상무, 2011년 건축BG담당 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양희선 전 사장의 뒤를 이어 각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곽 대표는 1965년생으로 인하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2010년 두산건설 재무담당 상무로 처음 임원에 올랐다. 이후 건축기획담당, 컨트롤러 담당 등을 맡았다. ◆임원 출신 대학, 서울대·고려대순
두산엔진은 김동철 사장이 이끌고 있다. 서울대에서 독어교육학을 전공했고 두산중국투자유한공사 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관리한 재무 관리 전문가다. 재무 부문은 김일도 두산엔진 전무가 담당하고 있다. 김 전무는 두산산업개발과 두산건설 재무팀을 거쳐 두산엔진에서 재무 분야를 맡고 있다.
오리콤은 1987년 오리콤에 광고기획담당자(AE)로 입사한 광고 실무자 출신 최고경영자(CEO) 고영섭 사장이 맡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오리콤 사장 자리에 올랐고 기획 출신이지만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제작을 강조하는 CEO로 잘 알려져 있다.
두산그룹 내 대표이사 및 부사장급 이상 임원은 모두 36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재 실질적으로 두산의 결정권을 가진 인물들로 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연령대도 높다. 이들 임원들의 평균나이는 만 55.7세로 조사됐다. 가장 고령은 이재경 (주)두산 부회장, 이현순 (주)두산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으로 만 66세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너가의 대표를 보좌하는 2인자들로 많은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반면 두산그룹 임원 중 가장 어린 인물은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으로 나타났다. 박 부사장의 올해 나이는 만 37세다.
이들 임원의 출신 대학으로는 서울대가 10명을 차지해 전체의 27.8%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고려대 5명(13.9%), 연세대·한양대 각 4명(11.1%), 부산대 3명(8.3%), 성균관대·인하대·영남대 각 2명(5.6%), 강원대·경북대·한국외국어대 각 1명으로 분석됐다. 해외파 출신으로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정형락 (주)두산 사장이 유일했다.
전공별로는 경영학 출신이 7명으로 19.4%를 차지했고 경제학·기계공학 각 4명(11.1%), 건축공학·무역학·회계학 각 2명(5.6%) 등으로 분석됐다. 최종 학력은 학사 18명(50%), 석사 12명(33.3%), 박사 6명(16.7%)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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